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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손 댄 파렴치한?”...이재용이 울컥한 이유


입력 2017.08.08 17:35 수정 2017.08.09 08:40        이호연 기자

‘사업보국’ ‘국민기업’ 훼손 자책감↑...특검의 ‘반재벌정서’ 몰아가기 우려

법조계 "주가 유동적...특정시점에 대한 손해 객관성 입증 어려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업보국’ ‘국민기업’ 훼손 자책감↑...특검의 ‘반재벌정서’ 몰아가기 우려‘
법조계 "주가 유동적...특정시점에 대한 손해 객관성 입증 어려워"


“재판장님 이 오해만은 꼭 풀어주십시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최후 진술에서 ‘국민연금’을 언급하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자기 탓이라면서도 유독 ‘국민연금’ 부분에서 재판부에 눈물의 호소를 한 것은 사익을 위해 국민연금에 손을 댔다는 특검에 대한 억울함에 대한 거센 항변이었다. 일각에서는 특검의 의도적인 ‘반재벌정서’ 몰아가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뇌물 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은 7일 결심공판에서 마지막 진술을 통해 "다 제 책임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본인의 부족함을 자책했다. 그러나 특검이 제기한 ‘국민연금’ 의혹에 대해서만큼은 “결코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날 이 부회장은 변호인석에서 자필로 적은 진술서를 읽어 내려갔지만 국민연금 의혹에 대한 부분이 나오자 진술서를 보지 않고, 재판부를 향해 몸을 돌려 직접 호소했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다는데 절대로 아니다”며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서민들의 노후자금에 손해를 끼치고 제 욕심을 채우겠습니까. 너무 심한 오해입니다. 재판장님 이 오해만은 꼭 풀어주십시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간청했다.

다소 이례적인 이 부회장의 행보는 개인적인 억울함과 자책감이 극대화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검의 주장은 지난해 11월 한 언론사가 데이터 분석 업체 조사 결과를 인용,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합병을 밀어주고 약 59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보도에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분석 업체가 데이터를 잘못 추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신뢰도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부분은 특검이 제시한 여러 부정청탁의 증거 중 하나로, 그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면서도 “법리적 판단보다,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직결되는 정서적인 문제가 더 큰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재판이 진행되면서 특검은 다수의 언론 보도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사장의 문자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검은 공소 사실과 관련 없는 모든 문자내용까지 공개하려 했으나 재판부가 제지한 바 있다. 그러나 1심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부 언론이 자세한 내용까지 보도하며, 그 출처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삼성측 변호인 역시 최후 변론에서 “특검은 처음부터 법적 논쟁이 아닌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며, 처음부터 피고인이 죄를 지었다는 가정 하에 살펴봤다”며 “이는 명백히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삼성측 송우철 변호사는 “특검이 제기하는 의혹만으로도 ‘국민기업’과 ‘사업보국’에 기반한 삼성전자의 정체성이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조부인 고 이병철 창업회장과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뜻을 이어받은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에게도 견디기 힘든 수치와 치욕이었을 것”이라고 변론했다.

법조계 역시 정서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진위 여부를 떠나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 재산에 손을 댄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데 대한 위기감이 컸을 것”이라며 “여론의 반감이 더욱 증폭될 수 있기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판부는 물론 여론을 향한 해명과 호소였을 것”이라며 “실제 국민연금의 손익 여부는 계산을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법조 관계자는 “고의로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전혀 의도치 않았다는 이 부회장의 억울함이 표출된 것으로 봤다”며 “특검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개입했고, 그 결과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데, 주가는 유동적이고 특정시점에 대한 손해는 그 객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재판 선고일은 오는 25일로 결정됐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가운데, 재판부에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선고 과정은 TV나 인터넷으로 생중계 될 가능성이 높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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