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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에 군불 때기-염천(炎天) 정치 2제


입력 2017.08.07 04:29 수정 2017.10.16 09:52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운전대 잡고 안보리 제재 지켜만 보는 한미동맹

극중주의 외치며 민주당으로의 퇴로 차단 나선 안철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거리에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생성된 지열이 올라와 아지랑이 피듯 보이고 있다.ⓒ데일리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거리에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생성된 지열이 올라와 아지랑이 피듯 보이고 있다.ⓒ데일리안

其一. 한미동맹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5일(현지시각) 대북 제재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표현으로는 ‘이번 세대의 가장 엄중한 제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는 단일안으로는 가장 큰 대북 경제 제재 패키지”라면서 “북한에 10억 달러 손실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이 제재안이 북한 김정은의 무릎을 꿇릴 수 있을까? 그는 궁지에 몰릴수록 강수로 대응하는 행동 패턴을 보여 왔다. 아마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5000만 명의 인질을 잡고 있는데 왜 물러서겠는가. 더 높은 패를 쥐었다고 확신하는 측은 더 큰 배팅을 하려 들게 마련이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안 실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난 후 북·중, 북·러 국경의 물류는, 이전에도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활발해 질 개연성이 크다. 러시아의 북한인 벌목공을 비롯 세계 저임 노동시장의 북한인 노동자 수도 동결될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의 경고가 김정은에게 먹히는 경우 또한 기대 밖이다.

어쨌든 미국은 결의안과 별도의 경고를 계속 발하고 있긴 하다. 헤일리 대사는 결의안 통과 직후 “북한이 도발을 계속할 경우 군사적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천명했다. 선제공격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북한의 위협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할은 ‘전혀’라고 할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다. 외교부가 대북 제재안의 기대효과를 설명하면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한다는 일관된 입장 하에 안보리 유관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이번 결의 채택을 위해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힌 게 고작이다.(문장을 제대로 다듬지 않는 것이 외교적 표현 방식인지 모르겠으나 알아듣게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더욱 의아스러운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과 의중이다. 지난달 28일 밤 북한이 ICBM을 발사하자 문 대통령은 1시간 여 만인 다음날 새벽 1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사드 발사대 추가 임시배치, 전략적 억제력 강화 방안 협의 등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그 때문에 하루 늦어졌다며 문 대통령은 30일 휴가를 떠났다. 5일 업무에 복귀할 때까지 유엔 결의안 채택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 미사일 대응 움직임에 한국의 대통령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뉴스는 없었다. 관여할 계기와 여지를 확보하지 못한 탓 아니었을까?

기실 트럼프는 북한의 ICBM 발사 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52분에 걸쳐 통화를 했으면서도 문 대통령을 찾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통화를 시도했다는 발표도 없었다. 업무 복귀 후 이런 뉴스가 전해지긴 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이 칼럼 게재 직후인 7일 오전에 통화가 이뤄졌다는 청와대 발표가 있었다.)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선적 논의 상대가 한국 아닌 일본이라는 사실이 새삼 충격을 안긴다. “우리가 왜 우리의 안보를 미국에 맡겨 놓고 그 처분만 기다려야 하느냐? 우리 안보는 우리가 알아서 하는 거지.”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그러나 자주적으로 뭘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지 않은가. 정부는 이제라도 현재의 한미관계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분명하고 책임 있는 어조로 말해 줘야 한다. 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 대사의 후임자가 아직 정해지지조차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국방·안보외교에서의 줄타기 곡예는 미국의 불신과 중국의 오만을 더 해줄 뿐이다. 예컨대 왜 주한미군과 미국인들을 위해 우리가 사드 배치라는 부담을 감수해야 하느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여당의 모모한 인사들이 가진 인식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군사동맹도, 우호관계도 체약당사국들의 국익을 최우선적 가치로 해서 성립된다. 일방적인 보호·지원은 부모 자식 간에도 바랄 바 못된다. 배타성의 과시가 아니라 친애를 전제로 한 협상력으로 대응하는 게 현명한 동맹관리 방법일 터이다.

其二. 안철수 당권 도전과 국민의당 내홍

국민의당 동교동계 출신 당 고문들이 ‘집단탈당’ 움직임을 보인다더니 방향을 틀어 ‘안철수 전 대표 출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언론보도로는 그렇다. 8일 방침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든 단안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그리 크지 못하다. 자신들도 그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단호하게 집단행동을 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들보다는 천정배·정동영 의원 등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준비해 오던 당내 중진들, 그리고 호남출신 의원들의 반발이 훨씬 큰 압박감을 줄 것이다. ‘호남당’으로 불리는 정당에서 호남의원들과 맞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 안 전 대표의 고민이 깊었던 게 그 때문이었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후보는 출마를 결심하고 그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앉은 채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인 갓 같다. 이 상태에서 당권이 호남출신 정치인에게 넘어가면 당의 자주적 존립은 점점 더 멀어진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당내 호남출신 의원들의 고개가 대선참패 후 저절로 친정인 더불어민주당 쪽 으로 돌려졌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준용 취업특혜 녹취록 증거조작’ 사건이 터졌다. 당은 파국에 직면했고 당내 호남출신 의원들은 좌불안석의 모습을 보였다.

이들 사이에는 안 전 대표의 흔적을 지우는 게 당 회생의 제1조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당권을 호남 중진이 장악하고, 안 전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기만 하면 민주당으로의 퇴로는 예비될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같은 당내 기류가 안 전 대표로 하여금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만약 자신이 당내외의 요구대로 장기간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될 경우 당은 확실한 민주당의 2중대가 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히지 않았을까? 이러다가 내년 지방선거에서까지 패배한다면 아예 민주당에 흡수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인들 없었겠는가.

사실 안 전 대표더러 2선에 물러나 있으라는 것은 국민의당이 자주적 정당이기를 포기하라는 주문처럼 들리기 십상이다. 안 전 대표에게 이는, 말하자면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요구다. 그건 정계은퇴 압박이나 다를 바 없다. 국민의당까지 실패하면 정치적 재기의 명분과 기반과 기회는 영영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로서는 ‘경선 출마’가 불가피한, 그리고 유일한 선택이 아닐까?

동교동계 출신의 정치원로들이나 당내 호남출신 의원들도 공의(公義)에 바탕을 둔 주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또 다른 진실이 있다. 민주당으로의 퇴로가 열린다고 해서 복귀가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이들이 비운 자리는 진작 메워졌다. 지역기반이 흔들리고 공천 가능성이 낮아서 탈당한다고 알려졌던 의원도 적지 않다. 이들의 복당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리 만무하다. 이들의 효용가치는 민주당 2중대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안 전 대표가 ‘극중(極中)’을 말한다고 해서 당내 비판이 크게 일고 있지만 이 또한 듣기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는 거대 양당의 만성적 권력투쟁 구도를 깨뜨리는, 이른바 ‘정치교체’를 내세우며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했었다. 이번 대표 출마의 변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을 이대로 두면 다시 양당구도로 회귀하고 말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이념적 편향·편벽됨이 없는 중정(中正)을 올곧게 지켜내겠다는 뜻으로 창안(?)한 게 ‘극중’일 터이다.

다소 억지스럽고 어색한 표현이긴 하나 그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대, 나아가 합당의 가능성도 추측이 가능하다. 당내 호남파의 압박이 가중될수록 안 전 후보는 바른정당에 눈길을 주게 마련이다. 호남당이라는 굴레에 갇히기보다는 바른정당과의 제휴, 연대, 나아가 합당(물론 내년 지방선거 이후이겠지만)을 선호하게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호남출신 의원들과 동교동계 당 고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반대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안 전 후보의 출마의지도 강해질 수밖에 없는 사정을 짐작하자면 이렇다. 이마저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자칭 창업주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은데, 어쨌든 국민의당 주요 구성원들의 정치력을 제대로 평가할 계기가 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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