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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희 폭로' 경찰조사보다 시급한 것


입력 2017.08.07 04:34 수정 2017.08.07 04:38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정신적 상처 보듬어주는 사회적 장치 절실

최진실 딸 최준희가 외할머니의 학대를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최준희 SNS 최진실 딸 최준희가 외할머니의 학대를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최준희 SNS

최준희 양이 연일 충격적인 폭로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첫 폭로에서 폭언, 폭행 등 외할머니의 지속적인 학대를 주장한 데에 이어 두 번째 폭로에선 엄마 아빠가 이혼한 원인도 외할머니라며 외할머니의 죄를 앞으로 폭로하고 또 폭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실관계는 예단할 수 없다. 그래서, 한쪽 말만 나왔으니 다른 쪽 말도 들어보고 판단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준희 양과 외할머니가 대중에게 서로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들어갈 일이 아니다. 어쨌든 아동학대 피해 주장이 나온 사건이니만큼 경찰이 나서서 조사하면 된다. 준희 양도 경찰조사에 응할 의지가 있다고 한다. 조사결과에 따라 적극적인 조치도 있어야 한다.

조사보다 더 시급한 것은 준희 양의 보호다. 준희 양은 자신의 글을 페이스북 측에서 강제로 지우며 자신을 탈퇴시켰다고 하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어서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준희 양은 자신이 우울증에 걸린 적이 있으며 반복적으로 자살 시도를 했었다고 말한다. 유서까지 썼다고 한다. 반복적인 자살 신호는 위험 징후다. 더군다나 준희 양에겐 친부모와 외삼촌을 자살로 잃은 경험이 있다. 보호 조치가 시급해보이는 이유다.

준희 양 스스로도 ‘기사 올라오는 거 다 봤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기사들과 그 반응을 읽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면 정서적으로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준희 양은 과거에도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었다. 어머니에 대해서도 인터넷으로 알아본다고 하는데 이것도 부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 어쨌든, 준희 양이 볼 수 있기 때문에 댓글 하나 다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외할머니와 준희 양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한 불화가 있어왔고 현재 매우 악화된 상태라는 점만은 분명해보인다. 그동안 환희, 준희 남매가 어린 시절 상처는 있었어도 이젠 안정을 찾고 건강하게 자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헛된 기대였다.

결국 저절로 치유되는 상처는 없었나보다. 준희 양은 엄마, 외삼촌, 아빠를 모두 잃고 자신을 키워줬다는 이모할머니라는 분과도 분리됐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본인이 원했던 원래의 초등학교로 돌아가지도 못했다. 모든 애착 대상과 철저히 분리된 것이다. 정서적으로 불안해지는 게 당연하다. 그 상태에서 공부하라는 억압을 당했다.

외할머니는 자식 둘을 모두 앞세웠다. 외할머니 역시 우울증 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준희 양은 일반 아동보다도 더 깊은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였지만, 외할머니는 일반 양육자보다도 더 남을 양육할 에너지가 약했을 수 있다. 남을 보살피기는커녕 본인이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태에서 계속 SOS 신호를 보내는 준희 양이 버거웠을 수 있다.

서로 상처만 있고 우울한 상태에서 서로를 찌르며 살아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학대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사건 조사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건 심리적 조력으로 보인다. 이 가족 구성원이 건강한 심리상태를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네티즌이 잘잘못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 가족 말고도 우리나라엔 수많은 사고 유가족,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이 살고 있다. 그들에게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처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향한 심리적, 정신과적 도움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을까? 준희 양 가족도 진작부터 심리적 조력을 받았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까진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번 일을 계기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을 우리 공동체가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또,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전문가를 찾는 풍토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런 안타까운 가족사를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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