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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부동산대책의 성패? 시장 이기는 정책 없다


입력 2017.08.05 07:36 수정 2017.10.16 10: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김수현 수석 나선 이유 노무현 정부 때의 트라우마

융단폭격 시장통제보다 시장의 물꼬 터 방향을 잡아나가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잠실 주공5단지 매매 정보가 붙어 있다.ⓒ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잠실 주공5단지 매매 정보가 붙어 있다.ⓒ연합뉴스

3일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이 언론앞에 섰다. 전날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에 힘을 실어주고, 청와대의 의지를 밝히는 자리였다. 그는 지금의 부동산시장상황을 "지극히 비정상적"이라고 표현하며, 정부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최근 집값 급등 원인을 박근혜 정부 탓"이라고도 했다. 김수석의 주장에 "언제까지 전 정부의 탓으로 돌릴지 모르겠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야당은 일제히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시즌 2’라 비판적인 논평을 내놓았다.

필자는 일단, 주무부처 장관도 아니고 청와대의 경제수석도 아닌 사람이 왜 나서서 언론에 메시지를 전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래서 김 수석의 이력을 찾아 봤다.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국민 경제 비서관 등을 지내며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설계한 인물이었다. 비로소 이해가 갔다. 그 때의 트라우마가 그를 언론앞에 서게 한 것이리라. 단순히 김 수석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정부 전체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그 때의 악몽이 다시 살아날까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시즌 2’라는 말에 발끈해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전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리라

구체적인 정책효과는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장은 확신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니 장관의 발표 다음날 청와대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리라. 시장은 심리에 의해 좌우되고 그 심리는 논리적이지 않다. 그 비논리가 정책효과에 그대로 반영된다. 적어도 미시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시장은 철저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이 또한 정책효과에 반영된다. 합리, 불합리를 따지기 전에 시장은 그 자체가 정답인 것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부동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던 한 선배가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 평한 말이다. 이번 정책이 ‘반시장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이다. ‘무작정 누르기만 한다면 어디선가는 터질 것’이라고 예언하고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구체적인 정책이야 그쪽 전문가들이 평할 일이고, 필자는 정책입안자의 일반적인 태도를 집어보고자 한다. 김 수석의 발표를 보면서 ‘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고사성어가 생각났다. 엄청난 큰 수레바퀴를 사마귀가 딱 막고 서 있는 모습이다. ‘자신감’인지 ‘오만’인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역사의 수레바퀴를 막고 있는 모습을 연상했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는데, 그러다가 수레바퀴에 깔려 희생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시장은 민심이다. ‘민심이 비정상적이다’, ‘비정상적인 민심과 싸워 꼭 승리하겠다’는 모습은 지나친 허세로 보인다.

사자성어를 들었으나 내친김에 중국의 고사를 하나 더 들어 보겠다. 중국의 성군 우임금의 고사다. 우임금은 요·순임금에 이어 태평성대를 이끈 전설적인 임금이다. 우임금의 아버지인 곤(鯀)은 순임금의 명을 받아 치수(治水)를 담당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농경사회였던 당시, 치수는 국가의 제1의 과제였다. 경제가 안정되야 태평성대가 가능했고, 경제가 안정되기 위해 치수는 필수였다. 곤은 9년 동안 치수에 힘썼지만 결국 실패했다. 원인은 계속 물을 막는 데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결국 물은 넘쳐 대홍수가 이어졌다. 순임금이 곤을 처형하고 그 아들인 우에게 치수를 맡겼다. 우는 절치부심했다. 전략도 근본적으로 바꿨다. 아버지와 달리 물길을 막기보다는 물길을 트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자연을 거스르기 보다는 순리에 따라 관리를 했던 것이다. 성공적인 치수로 그는 순임금의 선양을 받아 결국 황제까지 이르렀다.

보통 경제정책을 치수에 비견된다. 부동산을 포함해 경제(자금)의 흐름은 근본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공산주의가 실패하는 것도 시장에 거슬러서다. 시장통제만으로 인민의 불만을 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방적 통제보다는 시장의 물꼬를 터 방향을 잡아가는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성공확률이 높으니 많은 선진국에서 선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어야 한다. 정책수단은 절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이번 부동산대책은 시장통제를 위해 너무 많은 수단을 동원했다. 노무현 정부의 순차적 정책이 실패하자 한꺼번에 모든 정책을 ‘융단폭격’하듯 투하한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정책이 통한다 해도 부작용이 너무 클 수 있다. 경제의 활력을 감소시키고, 모처럼 세계경제가 기지개를 펴는데 홀로 거꾸로 갈 수 있다. 그 부작용은 단기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효과가 없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브레이크가 파열된 상태다. 더 강한 처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의욕이 넘치면 부작용도 심해진다. 부작용으로 우왕좌왕하면 시장의 신뢰도 상실한다. 신뢰를 잃으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내기 힘들다. 그렇게 악순환은 반복한다. 현 정부가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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