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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P 잇는 우들리, UFC 웰터급 재앙 '시즌2'


입력 2017.08.06 09:59 수정 2017.08.07 06:5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생 피에르 못지않게 지루한 우들리 '야유 세례'

UFC 167 출전 당시의 생 피에르(오른쪽). UFC 캡처 UFC 167 출전 당시의 생 피에르(오른쪽). UFC 캡처

UFC에서 웰터급은 원조 ‘죽음의 체급’으로 불린다.

최근 라이트급, 미들급 등이 강화되면서 체급별 격차는 예전처럼 심하지 않지만 여전히 웰터급은 꾸준한 강자들의 격전장이다. 과거 맷 휴즈(44·미국)가 있던 시절에도 그랬고, 타이론 우들리(35·미국)가 대권을 잡고 있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레슬러, 타격가, 주짓떼로 등 다양한 유형의 파이터가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다. 옥에 티도 있다. 지루한 챔피언의 존재다. 너무 지루해 웰터급의 마이너스 요소로 꼽힌다. 장본인은 조르주 생 피에르(33·캐나다)다.

생 피에르는 웰터급 역사에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최고의 성적이다. 기량이 완전히 무르익기 전 챔피언 휴즈에게 1라운드 종료 직전 암바를 허용해 패했다. 한참 아래로 여겨졌던 맷 세라(42·미국)의 기습적 한 방에 넉 아웃을 당하기도 했다.

그뿐이다. 그 외의 경기는 모조리 잡아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웰터급은 물론 UFC 체급을 통틀어 역대 최고의 파이터 중 하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문제는 내용이다. 생 피에르는 스탠딩에서 경기 내내 끊임없이 잽 등 작은 타격을 시도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수는 생 피에르 쪽으로 쏠린다. 생 피에르의 타격은 상대에게 충격 가해 넉아웃 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포인트를 따기 위한 성격이 짙다. 때린 횟수에 비해 상대가 받는 데미지는 크지 않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생피에르는 상대의 공격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생 피에르의 디펜스가 좋기도 하지만 무리하게 크게 휘두르지 않아 반격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생 피에르의 타격은 방어까지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다.

이러한 양상이 지속되면 상대는 조급해진다. 데미지는 크지 않지만 점수에서 밀려 판정까지 끌려가면 답이 없다. 결국, 무리하게 들어올 때 생 피에르는 그 빈틈을 노려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킨다.

UFC 웰터급 전 챔피언 생 피에르(오른쪽). UFC 캡처 UFC 웰터급 전 챔피언 생 피에르(오른쪽). UFC 캡처

생 피에르의 안전제일주의는 그라운드로 가게 되면 더욱 심해진다. 적극적으로 마무리를 노리는 다른 강자들과 달리 상대를 눌러놓는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생 피에르의 대부분 경기가 판정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웰터급에도 잠깐 화끈한 열풍이 불었던 시절이 있다. 터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로비 라울러(35·미국)가 벨트를 두르고 있던 때다. 라울러는 누구와 붙어도 맹렬하게 압박을 펼치며 명경기를 만들어냈다. 카를로스 콘딧(33·미국), 로리 맥도날드(28·캐나다)와의 혈전은 지금까지도 웰터급 최고 명경기로 꼽히고 있다.

그것도 잠시. 안타깝게도 웰터급은 또 지루한 챔피언이 지배하고 있다. 현 챔피언 우들리는 생 피에르에 이어 지루한 챔피언으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단단한 근육질 몸이 뿜는 폭발력만 봤을 때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아쉽게도 최근 그가 치르는 경기는 ‘수면제 승부’ 일색이다.

무시무시한 한 방을 터뜨리며 라울러를 잠재우고 새로운 챔피언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우들리가 현재처럼 재미없는 챔피언이 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파괴력 있는 한 방을 갖춰 많은 넉아웃 경기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현실은 달랐다. 우들리는 스티븐 톰슨(2연전), 데미안 마이어전을 통해 생 피에르를 능가(?)하는 수면제 파이터로서의 잠재력을 한껏 드러냈다. 최근 경기였던 마이어와의 방어전에서는 경기 내내 관중들의 야유가 멈추지 않았다.

우들리는 타격가, 그래플러 모두에게 굉장히 까다로운 유형의 파이터다. 흑인 특유의 탄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순간적 폭발력이 강한데다 테이크다운 방어 역시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타격으로 들어가자니 삽시간에 터져 나오는 한 방이 부담스럽고 어렵사리 그립을 잡아 넘기려 해도 대부분 힘으로 버티거나 뿌리친다.

이렇듯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우들리의 경기가 지루할 수밖에 없는 것은 특유의 ‘소극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우들리 같이 무시무시한 파워를 갖춘 선수들은 전진 압박을 즐긴다. 우들리는 다르다. 적극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상대의 움직임을 보면서 반격 형태로 공격한다. 극단적으로 케이지를 등진 채 한없이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우들리의 파괴력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상대 입장에서는 우들리의 한 방에 두려움을 느끼고 적극적 공세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 우들리도 끈질기게 기다린다. 이렇다보니 당연히 지루한 경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톰슨과의 2번에 걸친 수면제 경기가 대표적이다.

최근 우들리는 이러한 반응을 의식한 듯 옥타곤 밖에서 입담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UFC 팬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더 적극적인 파이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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