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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환상숲에서 고라니와 함께하니...


입력 2017.07.30 11:46 수정 2017.07.30 11:50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돌마을공원~제주현대미술관~방림원~환상숲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필자 주>

【1.7(목), 열한 번째 날】

그동안 겨울 날씨답지 않게 16도까지 올라가던 기온이 어제부터 갑자기 떨어져 낮 기온이 최고 8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보다 1도 정도 더 떨어진단다. 서울에 있을 때 겨울 날씨가 7도라면 아주 따뜻한 날씨일 텐데 어느새 제주 날씨에 적응되어 몸이 움츠려진다. 그래서 날씨 핑계를 대고 오늘은 우리 집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2~3㎞ 이내에 있는 돌마루공원, 방림원, 현대미술관, 환상숲, 평화박물관, 봉황솟대박물관, 돌거북수석박물관, 낙천리 아홉굿마을 등 상당히 많다. 이미 둘러본 생각하는 정원과 저지예술인마을, 저지오름 등을 포함하면 더 숫자가 늘어난다.

돌마루공원의 돌 작품.ⓒ조남대 돌마루공원의 돌 작품.ⓒ조남대

오늘은 숙소가 있는 한경면 청수리 주변 관광지를 둘러볼 생각을 해서 그런지 늦잠을 자서 아침을 챙겨 먹고 나서니 벌써 9시 40분이고, 집 근처 돌마을공원에 도착하니 9시 50분이다. 8도 정도로 날씨가 추운 데다 아침 이른 시각이라 입장객이 거의 없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출입구 가까운 데 있는 연리지 나무와 느티나무에 소나무가 기생하여 사는 나무, 또 2007년 3월 28일 SBS 생방송투데이에 방영되었다는 가느다란 나무는 흙이 전혀 없는 왕눈이라는 바위틈에서 100여 년을 살고 있다는 등 희귀한 나무에 관해 설명해 준다.

수석이 전시된 실내로 들어가니 또 사장님이 직접 안내를 하면서 키스를 하라고 하고는 사진을 찍어 주고, 바깥으로 나가서는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하트모양으로 서 있게 하고는 또 사진을 찍고는 순서대로 관람하라고 한다. 관람하다 보니 전번에 와 본 곳이었다는 것이 생각난다. 날씨가 추워 사진을 찍으며 대강 둘러보고는 나왔다.

제주현대미술관의 모습.ⓒ조남대 제주현대미술관의 모습.ⓒ조남대

다음은 며칠 전에 저지예술인마을 관람 갔을 때 한번 방문하였지만 월요일인 관계로 문을 닫아 보지 못했던 제주현대미술관으로 갔다. 아침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는 미술관인데도 예술인마을에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우리 국민도 예술에 관심이 많은 것인지 관람객이 제법 있다. 또 입구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양철북’의 ‘권터 그라스’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는 포스트도 있어 관심을 끌고 있는 모양이다.

‘양철북’이라는 소설은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읽어 보지도 않았고 또 저자가 권터 그라스라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권터 그라스는 소설가이면서도 재능 있는 조각가이자 화가이기도 하단다. 제주현대미술관에는 권터 그라스가 지은 책과 함께 오리지널 데생 작업을 비롯해 석판화와 동판화・조각・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 한편에는 김흥수 화백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김 화백은 1999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할 정도로 유명한 화가로서 그의 대표작과 함께 여자의 누드사진이 많이 전시된 것이 특이하다.

방림원에 전시되어 있는 우마차와 소 조형물.ⓒ조남대 방림원에 전시되어 있는 우마차와 소 조형물.ⓒ조남대
방림원의 조형물과 함께한 필자의 아내.ⓒ조남대 방림원의 조형물과 함께한 필자의 아내.ⓒ조남대

그리고는 바로 이웃에 있는 야생화 박물관인 방림원으로 갔다. 핸드폰 할인쿠폰이 있어 제시하니 잘 안 되어서 7000원 입장권을 할인하면 5500원인데 5000원씩 1만 원에 해 주겠단다. 기쁜 마음으로 입장하니 겨울이라 꽃은 많지 않지만 잘 가꾸어져 있다.

방한숙 원장이 전 세계를 다니며 수집한 약 3천여 종의 야생화와 고사리, 난 등을 주제별로 전시공간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또 가족이나 연인들이 왔을 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잘 관리를 해 놓았다. 한쪽 전시실에는 세계 각국의 개구리 모형과 화폐들도 전시해 놓았다.

모든 것을 관람하고 출구 쪽으로 나오니 종업원이 날씨가 쌀쌀한데 수고가 많았다며 따뜻한 차 한 잔과 귤을 주면서 좀 쉬었다 가란다. 얼마 안 되는 서비스지만 마음이 훈훈해지는 게 기분이 좋아진다.

환상숲의 원시림.ⓒ조남대 환상숲의 원시림.ⓒ조남대

바로 인근에 있는 환상숲은 도로가에 있어 앞으로 지나가면서 여러 번 보아온 곳이다. 동네에 있어 대수롭지 않게 보아왔던 곳인데 외부에서 보기와는 달리 직접 들어와 보니 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5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9시부터 매 시간마다 해설가와 함께 이동하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설명 없이도 둘러볼 수 있지만 혼자 돌아보면 그냥 겉모습밖에 볼 수 없으므로 설명이 필요한 곳이다.

환상숲은 도너리오름에서 분출하여 흘러 내려온 용암 끝자락에 위치한 곶자왈인 관계로 지형의 요철이 많으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는 한편 팔색조, 삼광조 등 멸종위기에 처한 새와 동물들의 보금자리란다. 해설가와 함께 숲을 둘러보는 도중에 노루 한 마리가 10m 밖에 떨어지지 않는 나무 밑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우리가 사진을 찍는 등 시끄럽게 구니까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 주기도 했다.

한 시간 정도 짧게 둘러보았지만 빽빽이 우거진 삼림 속을 거닐면서 흙 한 줌 없는 화산석 돌 사이에서 식물들의 생로병사 과정을 통해 원시림이 우거진 것을 보니 자연의 섭리를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 나오는 길에 나무에 적어놓은 “멋진 말들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정작 당신이 마음먹지 않는다면…”이라는 글귀가 마음에 들어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우리를 안내하며 설명해 준 숲 해설가는 아주 유창하게 숲 속 식물들 간의 경쟁과 상생 등 생태관계와 자연의 이치 등을 재미있고 교훈적인 내용으로 설명해 주면서 고등학생의 자녀를 둔 자신도 몇 개월 전에는 환상숲에 구경 와서 해설가로부터 설명을 듣고 깨달은 바가 있어 서울로 올라가 직장을 그만두고 숲 해설가 공부를 한 다음 다시 환상숲으로 와 해설한 지 2개월 정도밖에 안 되었다며 아주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참 용기와 결단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돈가스 전문점인 ‘데미안’의 돈가스정식.ⓒ조남대 돈가스 전문점인 ‘데미안’의 돈가스정식.ⓒ조남대

날씨가 추워 환상숲 사무실에 들어가니 난로를 피워놓아 훈훈하다. 둥글레차를 한 잔 마시며 조금 쉬는데 여학생 2명이 주변에 있는 식당의 돈가스가 맛있다며 가려는데 차편이 없어 곤란해 하기에 우리도 돈가스를 먹기로 하고 차를 태워 주었더니 아주 고마워한다. ‘데미안’이라는 식당인데 1만 2000원 하는 메뉴를 시키면 전복죽과 돈가스 정식과 후식으로 차까지 준다. 음식 맛도 괜찮고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도 좋다.

주인과 이야기하다 보니 서울에서 돈가스집을 하다 몇 년 전에 이곳으로 내려와 가게를 냈단다. 한경면 조수1리 사무소 옆에 200평 정도 되는 터에 기존에 있던 시골집을 수리해서 처음에는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다 요즈음에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문을 연단다. 그 나머지 시간은 부인은 목공예와 글을 쓰고 남편은 기타 만드는 등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한단다. 식당 영업을 하는 시간 동안은 같이 부엌에서 일한다.

오늘은 우리집 주변의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계로 60㎞ 정도밖에 다니지 않았다. 경희한테 내일 일정을 세우라고 하니 내일도 날씨가 춥고 오늘 일정 중 소화하지 못한 것이 많다며 집 주변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하고는 경비 사용한 것 이야기도 안 해주고 피곤하다며 주무신다.

일정 잡는 것과 사용경비 정리는 경희 몫이다. 나는 여행일지와 촬영한 사진을 정리한다. 내일 일어나면 경희 하자는 대로 하는 도리밖에 없을 것 같다. 피곤하다. 10시 30분이다. 나도 자야겠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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