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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군사회담 물 건너가…이산가족 상봉행사도 '빨간불'


입력 2017.07.28 04:01 수정 2017.07.27 22:24        하윤아 기자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80세 이상 62.6%…사망·고령화 지속

전문가들 "현 시점에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 기대하기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통일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통일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80세 이상 62.6%…사망·고령화 지속
전문가들 "현 시점에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 기대하기 어려워"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인 27일에도 우리 정부의 군사회담 제의에 묵묵부답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통해 밝힌 '군사분계선상 상호 적대행위 중지' 논의는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에 따라 앞서 정부가 군사회담과 동시에 제안한 적십자회담도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적십자회담을 내달 1일 개최하자고 제의했지만,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현 시점에 북한의 반응은 일절 없는 상태다.

이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는 등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향후 또다시 도발을 감행할 경우,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실행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도발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북한 반응에 대한 데드라인(마감시간)은 없다"면서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놓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적십자회담과 관련, 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날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북한의 호응을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호응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군사회담에도 반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적십자회담 성사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보인 매우 신랄한 비난에 비춰볼 때 조만간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며 "현재 남북 간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비정치적 교류협력 문제 등에 대한 입장차가 워낙 커 단기간 내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015년 10월 26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이복순 할머니와 오대양호 납북 아들 정건목 씨가 버스 창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015년 10월 26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이복순 할머니와 오대양호 납북 아들 정건목 씨가 버스 창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3일 공개된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 이산가족 등록현황'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총 13만 12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끝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숨진 이산가족 신청자 수는 과반인 7만 687명으로 나타났으며, 6월 한 달에만 258명이 사망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 신청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90세 이상 1만 1866명(19.6%) ▲80~89세 2만 5991명(43.0%), ▲70~79세 1만 3873명(22.9%) ▲60~69세 5081명(8.4%) ▲59세 이하 3702명(6.1%)로, 80세 이상이 62.6%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심각한 데다 상봉 신청자의 사망 건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조속한 생사확인과 상봉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북한이 우리 측 제안에 거부 의사를 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 호응해올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없지 않다. 그러나 내달 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강화 기조 등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북한이 호응해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보에 "미국과 협상을 하려는 북한의 입장에서 지금은 도발을 통해 긴장감을 높여야 하는 국면에 있고, 그런 측면에서 남측과의 회담은 맞지 않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인도적인 부분에서는 더더욱 호응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박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완전히 바꿀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제제재에 동참하지도 말고 핵·미사일에 대한 군사적 대비도 하지 말라는 것인데,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북한이 회담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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