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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한은법 개정' 또 만지작…한은 반발 기류 확산


입력 2017.07.27 06:00 수정 2017.07.27 07:47        이미경 기자

민주당 '고용안정 목적 추가' 통과 추진… 이해관계 상충 우려

이주열 총재도 고심…한은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 높아 부정적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25일 열린 금통위 기자회견을 통해 한은의 고유한 업무에 고용안정을 중요 목표로 삼아야한다는 점에서는 심도있는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데일리안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25일 열린 금통위 기자회견을 통해 한은의 고유한 업무에 고용안정을 중요 목표로 삼아야한다는 점에서는 심도있는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데일리안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이 한은법 개정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권이 술렁거리고 있다. 고용안정을 한국은행 통화정책결정 지표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인데 정체성 혼란만 야기한다는 내부 반론이 거세게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과 정치권에 따르면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박광온 의원(기재위 간사)이 대표발의해 계류중인 한은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기간 내 통과를 추진키로 당론을 모았다.

개정안은 고용안정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사항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여당 내 공감기류가 형성돼 본격적인 법안심사가 진행되면 20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4월까지 법안 통과가 무난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박광온 의원은 "새 정부의 기조가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한은의 목적을 새로 명시하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 충분히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 내부적으로는 금리결정을 하는데있어 물가와 금융안정외에 고용까지 목적조항에 두게되면 목표가 서로 상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한은에서는 고용부문을 목적조항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정해지는 물가안정목표와 금융안정외에 고용까지 조항에 포함된다면 금리결정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은의 고유한 업무에 고용안정을 중요 목표로 삼아야한다는 점에서는 심도있는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고용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뿐이지 전반적인 경기상황을 판단할때 고용도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고용안정을 한은의 의무로 강제하는 것이 부작용이 크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예컨대 물가는 목표치에 도달했는데 실업률은 목표치를 이미 넘어선 경우엔 통상 통화정책완화를 통해 실업률을 떨어뜨려야하는데 이렇게 되면 물가가 올라가는 등 목표가 상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최근 거시경제의 흐름도 선순환 형태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제가 살아나면 고용과 물가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움직이지만 최근들어 고용없는 성장과 같은 형태가 나오는 등 예측가능하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중앙은행이 현재 물가안정목표와 고용부문을 함께 고려한다면 하나의 정책을 펼수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는 목표에 도달했지만 고용이 목표치에 못미치면 통화정책방향을 설정해야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질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목표치를 설정해야하는 한은으로서는 이러한 방식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로도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전세계 중앙은행가운데 유일하게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목표조항에 포함시켜 금리결정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준이 목표로 제시한 완전고용에는 도달했지만 지난 6월 기준 미국의 근원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1.7%를 기록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둔화흐름을 보이면서 연준이 당초 계획한 오는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기조로 가고 있는 상태인데 물가가 목표치보다 낮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가와 고용을 전부 고려해야하는 미국 연준도 통화정책 방향이 쉽지않은 상황에서 현재 한은의 통화정책방향에 고용부문이 추가되면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우려도 제기된다.

윤석헌 서울대학교 경영대 객원교수는 "정부가 고용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서 한은의 본래의 역할인 물가안정외에 고용까지 목표조항에 포함시키면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재부의 역할이 큰 만큼 고용안정은 기재부가, 물가안정은 한은이 맡는 등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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