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 불안한 '고정금리' 가계 부동산대출
운용자산 중 가계 부동산대출만 17.5%…생보사 평균의 4배 비중
1년 새 4000억원 넘게 불어, 전년比 58.7%↑…비결은 고정금리
금리 인상 시 이익 축소, 역마진 우려도…리스크 감당 가능할까
현대라이프생명이 굴리고 있는 자산의 6분의 1 이상을 가계 부동산담보대출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명보험업계 평균의 4배가 넘을 만큼 눈에 띄는 비중이다.
문제는 현대라이프가 국내 생명보험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고정금리로 관련 대출을 내주고 있어 미국 발 금리 인상 흐름이 확산될 경우 회사의 재무적 부담을 키울 수 있는데다, 그렇다고 현재 자본건전성이 뛰어난 편도 아니어서 우려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2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시된 재무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 25개 생보사 운용자산 623조4111억원 중 가계 대상 부동산대출채권은 27조414억원으로 4.3%를 차지했다.
보험사별로 보면 현대라이프의 해당 비중이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라이프의 운용자산 6조5809억원 가운데 가계 부동산대출로 나가 있는 돈은 1조1548억원으로 17.5%에 달했다. 조사 대상 보험사들 중 이 비율이 두 자릿수를 넘는 곳은 현대라이프가 유일했다.
이어 삼성생명이 운용자산 195조2434억원 가운데 7.8%인 115조2274억원을 가계 부동산대출로 운용하면서 이 비중이 높았는데, 현대라이프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이밖에 운용자산 대비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비율 상위 10개 생보사에는 흥국생명(5.7%)·교보생명(5.6%)·한화생명(4.5%)·신한생명(2.9%)·NH농협생명(1.5%)·알리안츠생명(1.0%)·KDB생명(0.4%)·동양생명(0.3%) 등이 꼽혔다.
특히 현대라이프의 가계 부동산대출은 그 규모가 빠르게 불어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더욱 시선이 쏠린다. 앞으로 비중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라이프의 올해 1분기 말 가계 부동산대출 액수는 전년 동기(7278억원) 대비 58.7%(4270억원)나 불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운용자산 중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분기 말 13.7%보다 3.8%포인트 더 상승했다.
이처럼 현대라이프가 가계 부동산대출을 늘릴 수 있는 배경에는 고정금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 국내 보험사들 가운데 가계 대상 부동산대출에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현대라이프뿐이다. 미국 발 금리 인상 현실화에 고정금리 대출이 점점 모습을 감추면서, 고객들의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라이프의 해당 대출 이자율이 만만치 않은데도 그 규모가 무섭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고정금리에 대한 수요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대라이프가 이번 달 현재 약정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고 있는 평균 금리는 4.28%다. 국내 생보사들 중 홀로 4%를 넘기고 있을 뿐 아니라, 생보업계 평균 3.72%보다도 0.56%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관건은 앞으로다. 현대라이프가 지금 당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에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고정금리라는 특성 상 글로벌 금리 인상이 확산되면 이익은 줄어들 전망이다.
더욱이 금리 인상폭이 생각보다 커질 경우에는 오히려 다른 보험사들보다 이자율이 낮아진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고, 역마진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총 0.50%포인트 인상한 상태다.
현대라이프의 재무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점도 불안을 키운다. 현대라이프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149.54%로 생보사 평균인 289.92%보다 140.38%포인트나 낮다.
RBC비율은 보험 계약자들이 한 번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제 때 지급할 수 있는지 수치화 한 것으로,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다. 특히 과거 금융당국이 RBC비율 150% 유지를 권고해온 까닭에 지금도 해당 수치는 보험사 재무건전성 평가의 가이드라인처럼 자리 잡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 재무 관리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란 점도 부담이다. 2021년 시행 예정인 IFRS17이 보험사에게 부담인 이유는 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돼서다. 이에 따라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사의 부담은 늘어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재무 상태 개선이 시급한 상황 속에서 높은 금리의 대출은 보험사에게 분명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고정금리로 불려 놓은 가계 부동산대출은 금리 인상에 따라 골칫덩이로 변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여기에 지나치게 많은 자산을 투입하는 것은 그만큼 미래의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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