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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증거 다 나왔다...찻잔 속 태풍에 그친 ‘스모킹 건’


입력 2017.07.25 19:35 수정 2017.07.25 20:55        이호연 기자

재판부 “추가 증거 제출 자제하라”

‘청와대 문건’ ‘장충기 3년치 문자’ 직접 개입 증거 안나와

이재용 부회장이 25일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이 25일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재판부 “추가 증거 제출 자제하라”
‘청와대 문건’‘장충기 3년치 문자’ 직접 개입 증거 안나와


‘세기의 재판’이었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없었다. ‘청와대 뇌물’여부를 가리는 '이재용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특검이 제시했던 스모킹 건들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오는 7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추가 증거 제출 자제를 당부했다. 재판부의 판단만 남았다.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을 비롯한 삼성의 전·현직 임직원 등에 대한 제44차 공판에는 이영상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영상 담당관은 2014년 9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청와대에서 파견근무를 하며 '청와대 캐비닛 문건' 일부를 작성했다.

특검이 지난 21일 추가 증거로 제출한 청와대 문건 16건에는 ‘삼성의 현안을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청와대가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그룹 후계자로 인정하며 승계에 도움을 주고, 삼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승마지원을 했다는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이날 재판 내용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삼성 승계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았다. 이영상 전 행정관은 “삼성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나 합병 관련 구체적 지시는 받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행정관이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2014년 7월부터 9월 사이에 삼성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한점을 고려해, 청와대 문건을 증거로 채택했다. 그러나 삼성 관련 내용 작성 시기, 그 취지 등의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특검이 제시한 장충기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의 3년치 문자도 직접적인 뇌물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특검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장충기 미전실 차장이 주고받은 문자3년치를 증거로 제출했다. 문자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 언론사 고위 관계자, 재계 관계자 등이 연관됐지만 청와대가 직접 이재용 부회장 승계 부문을 지시한 내용은 없었다.

변호인측은 “3년치 방대한 문자 내용에도 불구하고 정유라 승마지원이나 합병 지시 내용은 없었다”며 “문자 내용들이 공소 사실과 어떤 관련 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어 “특검에서는 마치 대단한 정보가 오고 간 것처럼 얘기하지만, 피고인 장충기가 받은 문자이고 추가적으로 지시하거나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게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서울서초중앙지법 전경.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서울서초중앙지법 전경.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이날 특검은 삼성전자와 청와대 사이의 뇌물 수수혐의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과 유사하다는 판례도 들었다. 특검팀은 “노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는 현직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를 비슷한 시기에 비공식적으로 은밀하게 만나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는 근거를 받아들여 뇌물 수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알지 못할정도로 은밀하게 개별 총수들과 면담이 이뤄졌고, 면담에서 경영권 승계와 승마지원 등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노 전 대통령이 그랬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도 동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근거없는 추측에 가깝다”며 “특검의 논리대로라면 이 부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그룹 총수들도 모두 기소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맞받아쳤다.

핵심 증거로 간주됐던 ‘안종범 수첩’이 간접 증거로 채택된데 이어, 청와대 문건과 장충기 문자 메시지까지 구체적 혐의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특검이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결심까지 남은 재판 기일은 8번이다. 뇌물혐의 당사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은 각각 25일, 내달 4일에 출석 예정이 돼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증인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오는 27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재용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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