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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첫 기업인 회동...재계, 날짜 나눈 배경에 촉각


입력 2017.07.24 12:09 수정 2017.07.24 14:10        박영국·이홍석 기자

청와대 "허심탄회한 대화 기대" vs 재계 "일자리·상생 압박시 부담 클 수도"

"모범생 오뚜기와 첫날 유리" vs "사전대비 가능한 둘째날 유리"...긴장 속 셈법 준주

왼쪽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각사 왼쪽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각사


청와대 "허심탄회한 대화 기대" vs 재계 "일자리·상생 압박시 부담 클 수도"
"모범생 오뚜기와 첫날 유리" vs "사전대비 가능한 둘째날 유리...긴장 속 셈법 분주


청와대가 14대 그룹 총수(혹은 대표)들과의 첫 공식 회동 일정을 확정한 가운데, 일정을 오는 27일과 28일로 나눈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들은 어느 쪽에 포함되는 게 유리할지 계산하느라 머리가 복잡해졌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 민간 14개 그룹,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 우수 중견기업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 대통령과의 기업인 간담회를 가질 예정으로, 날짜별 참석 그룹과 참석 대상자 등 세부 일정을 조율할 것을 대한상의 측에 요청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오뚜기 등이 참석한다. 정부측에서는 경제부총리, 산자부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업들 중 상생 우수기업으로 특별 초청된 오뚜기는 27일로 참석 날짜가 확정됐고, 14개 대기업 그룹은 절반씩 나눠 참석하게 된다.

대한상의는 이날 중으로 기업들과 협의를 통해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경상 대한상의 상무(본부장)는 “기업 규모나 상생협력 실적 등에 따라 그룹을 나누지 않고 무작위로 나눌 예정”이라며 “그룹별 총수 등 참석 대상자의 일정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과거 10대 그룹 총수 간담회처럼 너무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경우 깊이 있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참석 기업을 15개로 한정하고, 이를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눴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번에 7~8명씩만 간담회에 참석해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대화가 일방통행으로 흐른다면 오히려 ‘맨투맨’으로 대화가 오가는 게 더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A 대기업 관계자는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려면 소수 인원으로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면서 “정부측까지 20여명이 모여 있으면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B 대기업 관계자도 “날짜를 두개로 나눠서 행사를 진행하면 아무래도 집중력은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며 “기업들도 현안들에 대한 입장과 견해를 좀 더 상세히 피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도 법인세 인상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할 말이 많지만 그런 걸로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갈 분위기가 될지는 미지수”라며 “일방적으로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일자리 창출이나 상생협력 등에서 성과를 낼 것을 요구하는 자리라면 소수 인원인 게 더 압박을 크게 받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상생협력 우수 사례인 오뚜기와 같이 첫날에 참석하는 게 유리할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둘째 날 참석하는 게 유리할지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조 편성이 상생협력 ‘모범생’과 ‘열등생’으로 나뉠 경우 오뚜기와 같은 첫 날 참석으로 지목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대한상의측이 밝힌 대로 ‘무작위’ 편성이라면 선행 사례를 참고할 수 있는 둘째 날을 선호하는 기업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방비 상태에서 만나는 것보다는 전날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참고할 수 있는 둘째 날이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는 대통령과 첫 간담회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총수가 직접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 혹은 정의선 부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이 참석할 경우 기업인단의 ‘맏형’ 역할을 맡게 되지만 고령에 소수 인원만 참석하는 간담회 자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측은 아직 참석자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고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 중이어서 전문경영인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에서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최태원 회장의 참석이 유력하다. LG는 구본무 회장이나 구본준 부회장의 참석이 거론된다. 롯데그룹에선 신동빈 회장의 참석 가능성이 높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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