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설치류' 레밍 소리 듣기 싫다고? 그렇다면...


입력 2017.07.22 07:43 수정 2017.10.16 10:08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상향식 공천 가능하게 정당을 압박해야

'막무가내' 여론재판에 진영논리는 이제 그만

20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충북도청에서 수해 속에 유럽 외유에 나섰다가 비난을 산 박봉순 충북도의원(오른쪽)과 최병윤 의원(왼쪽)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20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충북도청에서 수해 속에 유럽 외유에 나섰다가 비난을 산 박봉순 충북도의원(오른쪽)과 최병윤 의원(왼쪽)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충북도의원 ‘해외연수’로 파장이 크다. 충북에 유례없이 큰 물난리가 났다. 그 다음날 충북지역 지방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국가에 촉구했다. 그리고 다음날 몇몇 도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다. 비난이 뜨거웠다. 해외연수중에라도 그런 재해가 있으면 만사 제치고 들어 왔어야 하는 일이었다. 당사자들은 위약금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 홍수로 인한 엄청난 피해에 비해, 그 위약금은 정말 작은 금액이었다.

뒤이어 한 의원의 발언이 또 여론을 들쑤셔 놓았다. 국민을 ‘레밍(들쥐) 같다’고 했다.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설명도 했다. 뒤이어 태극기 집회에서의 ‘부적절한 발언’이 언론에 공개됐다. 당 차원의 징계는 당연하고, ‘당장 도의원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도의원들 일부는 여론이 심상치 않자 급거 귀국했다. 기자회견을 해 ‘송구하다’고 한 후, 바로 재해지역 일손을 돕겠다고 현장으로 달려 갔다. 막말의 주인공이 들어오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기세다.

각 당들은 발 빠르게 조치를 취했다. 내년 지방선거가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선거로, 여당은 첫 심판대이고 야당은 재기의 기회다. 국회의원이 아니니 조치는 상대적으로 손쉬웠을 것이다. 한국당은 중앙 윤리위원회를 열어 '제명권고'를 했다. 민주당도 ‘엄중문책'을 약속했다.

우리는 ‘레밍(들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냉정하고 객관적일 필요가 있다. ‘여론재판’으로는 재발방지를 담보할 수 없다. 당사자들은 속으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 하필이면 그 때 폭우가 내렸을까?", "전국의 모든 (지방)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가는데, 왜 우리만 재수없이..." 할 것이다. 재발방지는 물론이고, 적어도 이번 사건을 정치권 개혁의 단초로 삼아야 한다.

‘레밍’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피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모든 지방의원들에 대한 비난은 안된다. ‘막무가내식 여론재판’이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에는 인색하고 문제가 생길 때 도매금으로 비난한다. ‘모범’은 없이 ‘최악’만 횡행한다. 그래서는 발전이 없다. 옥석을 가리는 선거에서도 ‘뽑을 사람이 없다’고 탄식하다, 또 다른 ‘최악’을 뽑고 후회한다. 누군가 모범이 되는 지방의원이 왜 없겠는가? 정 없다면 일부러라도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진영논리’로 흘러서는 안된다. ‘다행’이도(?), 해당 도의원들은 여야에 걸쳐있다. 그러자 특정집회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진영논리는 본질을 호도한다. 판단을 흐리게 한다. 문제의 본질은 ‘선량’들의 자질이다. ‘진영논리’로는 개선보다는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 된다.

셋째, ‘정무적 판단 미스’라는 시각이다. 이게 무슨 ‘정무’인가? 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세 문제다. 정치를 너무 기술로만 봐서는 안된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교감하는 것이 정치다. 그래서 (사기에 가까운) ‘사람이 우선’이란 구호가 선거 때마다 통하는 것이다.

자질과 자세의 문제라면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 훌륭한 사람을 육성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당시스템으로는 까마득한 일이다. 최소한 검증하는 시스템은 필수다. 당에서는 국민을 대신해 후보를 검증하고 보증한다. 그리고 보증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것이 공천제도다. 본래의 기능에 맞는 공천시스템이 작동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정치인들이 ‘상향식 공천’을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당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우리 현실에서 ‘상향식 공천’은 보이지 않는 작동원리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천헌금’이다.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방선거 공천을 이용한다. 때로는 원외 당협위원장의 경우 지역사무실 운영비를 지방의원 등에 전가하고 손쉽게 지역을 관리한다. 노동력과 재력의 원천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재력과 결정권자에 대한 충성심이 공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방의원들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역사업 이권에 개입하는 일이 많다. 지방정부 예산에 지방의원들을 위해 일정액을 따로 떼놓는다는 이야기가 풍문만은 아닐 것이다.)

예전처럼 중앙당에서 지역 당협 활동비를 지급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소리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 결과가 지방자치와 정당 시스템의 본질적 왜곡이라면, 아무리 그럴듯한 핑계라도 용납될 수 없다. 우리나라 같이 지역 당원(당협)이 특정인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환경에서 상향식 공천은 ‘돈공천’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천개혁’은 정당개혁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각 당의 자정노력으로만은 한계가 있다. 각 당이 반성과 대타협을 통해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적대적 공생의 나눠먹기 관행으로는 안된다. 입법을 통한 해법도 적극적으로 도입해 봐야 한다. 필요하면 후원금이나 지정기탁금제도 도입,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당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지역당협을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길도 열어야 한다. 나아가 개헌 등을 통한 본질적인 정치혁신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민주주의는 무상으로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투자하고 고통을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