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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청와대 문건, 1심 증거 채택 어려워...여론몰이용"


입력 2017.07.21 19:57 수정 2017.07.21 20:40        이홍석 기자

작성자 밝혀지지 않아...증거능력 입증에 상당 시간 소요

재판 일정 촉박...재판부, "차질 없도록 최소한 증거만 제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연합뉴스
작성자 밝혀지지 않아...증거능력 입증에 상당한 시간 소요
재판 일정 촉박...재판부, "차질 없도록 최소한 증거만 제출"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재판에서 최근 발견된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뇌물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피고인 구속기한을 감안해 정해놓은 재판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증거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제 43차 공판에서 특검이 재판 말미에 최근 청와대에서 발견된 문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특검이 이날 증거로 제출한 부분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관련 부분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짓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재판 일정 문제 등과 관계없이 증거를 제출할 수는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법정에서는 검사와 변호인이 재판을 보다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것으로 다만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재판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의 경우처럼 문건이 새로운 증거로 제출되면 ‘진정성립’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진정성립은 문건이 조작이나 위변조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작성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사실을 진술해야 한다.

진정성립이 이뤄지면 작성 과정에서 외부의 압력 등이 없이 자의에 의해 작성한 것인지에 대한 증인 신문 과정을 거치며 증거능력 여부를 따지게 되고 이를 통해 재판부가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제출된 청와대 문건의 경우, 작성자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전산시스템에 문서가 등록돼 있지 않은 상태라면 더더욱 작성자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비밀유지가 중요하고 대외비 문건이 많은 청와대의 특성상, 작성자가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문건의 진정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의 벽에 가로 막힐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법칙은 법정에서 직접 말하지 않고 진술을 기재한 서면이나 타인의 진술 등 간접 형식으로 제출되는 '전문증거'는 증거로 채택할수 없다는 원칙이다.

또한 변호인단이 이번 문건의 증거 채택 여부에 대해 ‘부동의’(동의하지않음)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를 입증하는 데만도 지난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만약 증거로 제출된 문건이 전산에 입력되지 않은 문서로 종이에 직접 펜으로 쓴 것이라면 스스로 작성자가 나타나지 않은 한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사 찾더라도 필적 감정 등이 필요할 수 있어 진정성립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 일정이 촉박한 점도 증거 채택이 어려운 이유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한이 다음달 27일로 만료돼 한 달 내에 결심과 선고 공판이 모두 이뤄져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다.

현재 재판부가 결심공판은 다음달달 4일로 잡아 놓은 상황에서 추가 증거로 인한 증인 신문이 이뤄질 경우, 피고인 구속기한 만료전 1심 선고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선고공판은 결심공판 이후 2주일~1개월 뒤에 이뤄지는게 보통이다.

한 변호사는 “재판 운영은 전적으로 판사의 재량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촉박한 재판 일정을 이유로 증거 제출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무리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1심에 이어 항소심으로 재판이 이어지면 제출된 증거를 충분히 다뤄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청와대 문건을 증거로 제출한 것은 재판 뿐만 아니라 여론에서도 보다 유리한 형국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판부도 이러한 특검의 전략을 파악한 듯 향후 재판 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증거를 최소한도로 제출할 것을 당부하면서 사실확인도 꼼꼼히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8월 결심을 예정해 놓은 상태”라며 “재판 일정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최소한의 추가 증거만 제출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어 증거채택 여부에 대해서도 “청와대 문건 발견 과정과 작성자 등에 대한 사실확인 과정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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