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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있는 복지?...與 제안 靑 거들고 결국 공론화


입력 2017.07.21 08:18 수정 2017.07.21 08:21        문현구 기자

추미애, 소득세·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안 제시

'증세 없다' 김동연·김진표, 하루 만에 뒤집혀

문재인 정부가 결국 증세 논의를 전방위적으로 본격화됐다. 그동안 법인세·소득세 인상에 소극적 입장이었던 정부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증세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재원조달 방안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집권여당 대표의 제안을 빌미로 증세 논의를 시작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법인세 명목세율과 고소득자의 소득세 인상을 공식 제안했다. 연매출 2000억원 초과 기업에 2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고, 연소득 5억원 이상 고소득자의 세율도 현행 40%에서 42%로 올리자는 것이다. 추 대표는 법인세 인상으로 2조9300억원의 세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9대 국회부터 줄곧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법인세 인상은 재정 확보의 마지막 방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대선공약집에서 법인세 인상 관련 수치를 빼고 발표했다. 표심을 다분히 의식한 것이다. 여기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전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수 확보 방안을 적시하지 않아 ‘증세 없는 복지 시즌2’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당·청이 증세 관련 협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은 결국 추가 재원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벌써부터 전방위 증세 움직임이 포착됐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여당 대표가 증세를 제안하고, 청와대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만큼 본격적인 법인세 인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세 최고세율 부과 대상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 핵심 관계자는 “소득세 인상 방안은 김정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핵심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행 40%인 최고세율(종합소득 과세표준 5억원 초과)을 42%로 올리고 적용 대상을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경유세 인상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경유 가격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싼 것이 사실”이라며 “(경유세 인상으로 인한) 많은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 증가는 상당하겠지만 경유가 미세먼지를 증가시키는 한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진 이상 경유 사용을 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세제 전문가와 복지 전문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증세 대상 및 시기, 인상률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경제부처 장관들 간 증세 논쟁이 벌어졌다. 회의에 처음 참석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더 나은 복지를 하려면 국민들이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대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소득세 인상 등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김 장관은 “이명박정부에서 법인세율을 내렸지만 지난 3년간 실질적인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았다”며 법인세 인상 필요성도 함께 거론했다.

김 장관은 지난 19일 발표된 국정기획위의 국정운영 계획 중 재원 조달 부분도 문제삼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소득세 최고 구간을 조정하고 법인세율을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계획에서 증세 방안이 빠진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와 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이야기이고 재정 당국에서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왕 얘기해 주셨으니 토론해보자”고 답했다. 회의에서는 발언자 중 4명이 증세 필요성에 동의했다. 다른 2명은 기본적으로 증세에는 동의하지만 논의 시기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증세 논의에 불이 붙자 야권의 공세 수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야당 의원은 “대선 때부터 법인세 인상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하더니 국정과제 발표 직후 증세 논의를 공식화하는 걸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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