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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영향이라기보다"…실적 어두운 K뷰티 속사정


입력 2017.07.20 06:00 수정 2017.07.20 08:06        손현진 기자

'요커 줄어 매출 타격' 분석에…"복합적 문제가 원인" 지적

경기 어려운데 파이 나누기까지…'해외 시장 다각화' 대안 떠올라

국내 화장품 시장에 한계를 느낀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청두 타이쿠리에 오픈한 설화수 중국 100호점 매장. (자료사진) ⓒ데일리안 국내 화장품 시장에 한계를 느낀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청두 타이쿠리에 오픈한 설화수 중국 100호점 매장. (자료사진) ⓒ데일리안

국내 화장품업계의 지난 2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운 것에 대해 사드(THAAD) 배치가 몰고 온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선 사드 탓만 하기에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분기 국내 화장품 업계 합산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 영업이익은 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화장품 시장 양대산맥의 침체가 거론된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은 작년 대비 약 10%, 영업이익은 약 50% 감소했고, LG생활건강의 매출 및 영업이익도 소폭 감소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투자증권전문가들은 보통 그 배경으로 사드 후폭풍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초점을 맞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월 사드 배치에 불만을 품은 중국이 자국민에게 한국여행을 제한하는 '방한 금지령'을 내린 이후, 중국인 관광객은 매달 60~70%씩 줄어들고 있다. 이는 화장품 업체들의 면세점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내수 경기 악화가 더 정확한 실적부진의 이유라고 보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사드 문제가 어느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실적 부진의 주 요인으로는 볼 수 없고,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있는데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국내 경기가 침체하면서 면세점·브랜드숍 등 전체 매장 판매량이 줄어들고, H&B(헬스앤뷰티) 스토어들이 소비자들에게 각광 받으면서 경쟁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H&B스토어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장수가 전년 대비 45% 증가해 800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매출액 또한 2014년에 5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는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GS리테일의 왓슨스, 롯데쇼핑의 롭스, 신세계 이마트의 부츠 등 유통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후발주자들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H&B스토어 매출에서 화장품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올리브영의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 매출 비중은 전체의 절반이 넘고 왓슨스의 올해 누적 화장품 매출 비중은 85%에 이른다.

강소업체들이 약진하면서 파이 나눠먹기도 심화됐다. 지난해 카버코리아, 더샘, 클리오 등 강소브랜드들이 전년도에 비해 80~90%대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한 동시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각각 1%, 0.4% 줄었다.

LG생활건강의 영 프레스티지 메이크업 브랜드 VDL은 19일 알리바바 티몰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영 프레스티지 메이크업 브랜드 VDL은 19일 알리바바 티몰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LG생활건강

이 같은 국내 시장 상황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은 해외로 발을 넓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분기 실적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해외 매출 실적을 보면 2011년 3272억원에서 지난해 1조6968억원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아모레 측은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5대 챔피언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동, 서유럽 등 글로벌 신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LG생활건강도 '후'와 '숨', '빌리프' 등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외 판로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후'는 이미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 10여개국에 진출해 있고 허브화장품 브랜드 '빌리프'는 미국 코스메틱 편집숍 세포라의 10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 매장 2곳을 오픈한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숍 어퓨는 3년 내 말레이시아 매장을 총 12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의 한한령으로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딱히 체감한 변화는 없었다. 온라인 매출도 사드 이슈 전후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면서 "메이크업 제품 및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평소에 사용하던 제품을 계속 쓰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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