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최저임금 인상에 영세업자 한숨..."오르는건 맞지만 큰일은 큰일"

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4일 14:08:10
[현장]최저임금 인상에 영세업자 한숨..."오르는건 맞지만 큰일은 큰일"
"비싸서 아르바이트생 못 쓰겠다" 매장 떠나지 못하는 점주들
정부 후속 대책에도 회의적…일부선 "일자리 줄어들 것 걱정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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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17 16:48
손현진 기자(sonson@dailian.co.kr)
▲ 2018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발표되면서 소상공인 및 영세 자영업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남는 게 없어 힘들어요. 지금도 임금 부담에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못 쓰고 새벽에 직접 나와 일하고 있거든요. 사실 편의점은 아르바이트생을 쓰면서 다른 일을 하려고 했는데 매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른 일은 생각도 못하고 여기 매달리고 있어요"

서울 신촌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여성 김모 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데 따른 생각을 묻자 연신 "큰일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내년 1월 1일부터 근로자 1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의 최저임금 적용을 결정했다. 17년만의 최대 인상폭이다.

이 같은 결정 후 17일 만난 편의점, 치킨집 등의 영세 자영업자들 얼굴에는 김씨처럼 근심이 가득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장을 직접 본다는 김씨는 "이 동네 매출은 거의 고정이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도 없고 주변 학원 다니는 학생들만 오가니까 수익은 그대로인데 나가는 인건비만 더 커지게 됐다"며 "체력도 한계가 있는데 앞으로 계속 직접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도 직접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는 비싸서 못 쓴다.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많이 올릴수록 고용을 더 못하게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신촌의 한 베트남 음식점 사장 윤모 씨는 "인건비가 계속 늘고 있어서 솔직히 어렵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파출사무실(인력사무실) 통해서 3명을 구해 썼는데 이후 한 명을 파트타임으로 돌려서 2.5명을 쓰고, 지금은 2명을 파트타임으로 쪼개 쓰고 있다"면서 "정오까지 혼자서 영업 준비를 하고 야간에도 직원들 퇴근시키고 나서 일하는데 어떤 날은 하루 18시간을 일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갈수록 가족들을 동원하게 돼 말그대로 '자영업'으로 가고 있다. 남을 써서는 가게 운영이 안된다고 봐야한다"며 "결과적으로는 직원들 봉급 주려고 장사하는 거밖에 안된다. 내년에는 지금 직장 생활하고 있는 부인도 일을 그만두게 하고 매장을 함께 봐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28년간 출판 분야에 몸 담았다는 윤씨는 지난해 10월에 은퇴하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새내기 영세업자다.

역시 신촌에서 35년간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70세 조모 씨는 "인건비 올라가는 만큼 직원 채용을 안 해. 내가 더 (일을) 하면 돼"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떡을 담는 박스를 접으면서 "예전에는 이런 일도 다 아르바이트생이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홀랑 망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주변 자영업자들 모임에서 내가 회장을 맡고 있는데 거기서도 요즘 인건비 이야기뿐"이라며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거론된다. 일 잘하는 애들 임금을 조금 더 올려주고 나머지는 돌려보내는 것과 발 빠르게 폐업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최저임금) 올리는 것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임금을 올리는만큼 노동 생산성도 그에 따라갈 수 있을지도 들여다 봐야 한다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4조원 이상의 직간접지원과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영세업자들은 그마저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말로만 지원이지 실제 인건비 상승분을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베트남 음식점 사장 윤씨 또한 "어느정도 긍정적 영향은 있겠지만 우리같은 영세업자에게도 지원금이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말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임금 상승 효과를 얻게 되는 입장에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한 커피전문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20대 정모 씨는 "같은 시간을 일해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좋겠지만, 인건비가 오르는만큼 앞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질까봐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데일리안 = 손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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