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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도 못 받는 현대중 직원?…평균연봉이 6700만원인데...


입력 2017.07.17 11:09 수정 2017.07.17 14:09        박영국 기자

상여금 600% 두 달에 한번씩 지급…최저임금 산입 제외

사측 매달 50% 지급 제안했으나 노조 거부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5월 1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임금 기본급 20% 삭감과 상여금 분할지급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5월 1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임금 기본급 20% 삭감과 상여금 분할지급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상여금 600% 두 달에 한번씩 지급…최저임금 산입 제외
사측 매달 50% 지급 제안했으나 노조 반대


내년 적용 최저임금이 현행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대기업인 현대중공업 일부 생산직 근로자들이 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은 직원 평균 연봉이 6700만원을 상회하지만 최저임금 산입 방식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17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속기간이 짧은 생산직 근로자 일부의 임금이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최저임금이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현대중공업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하면 신입 직원도 연간 보수가 4000만원이 넘지만, 기본급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체계로 인해 근속기간이 짧은 일부 직원들이 기준에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확한 숫자는 현재로서는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현대중공업 2016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 1인당 평균보수액은 6718만원에 달한다. 조선업 불황 여파로 다소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 연봉 수준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연간 800%에 달하는 상여금이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두 달에 한 번씩 100%, 설과 추석 연휴에 각각 50%, 연말에 100%씩을 지급해 왔으나 현행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매월 1회 이상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또는 수당’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상여금은 산입되지 않는다.

전체 임금의 40% 이상을 제외하고 나머지만으로 계산하니 일부 직원들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회사측은 이같은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상여금 중 600%를 매달 50%씩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이를 거부한 채 1년 넘게 회사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현행 상여금 지급체계를 유지해야 회사측이 최저임금 위반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임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 굳이 바꿀 이유가 없는 것이다.

노조 측은 “회사가 상여금 50%를 매월 지급하면 기본급이 낮은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조건이 되고 앞으로 몇 년간 최저임금에 걸리는 인원도 급감한다”면서 상여금 지급체계 변경 제시안을 ‘최저임금법 면피용 안’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6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짓지 못한 채 2017년 임금협상과 통합해 교섭을 벌이고 있으며, 회사측 제시안인 상여금 분할지급과 기본급 20% 반납을 노조가 거부하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내년에 이어 2019년과 2020년 최저임금도 두 자릿수로 인상돼 현대중공업의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대중공업과 임금 체계가 비슷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업체들도 앞으로 최저임금 문제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역시 연간 800%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현행 최저임금제 산정기준은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합쳐 실제로는 최저임금을 훨씬 상회하는 임금을 지급받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심지어 대기업 근로자들까지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받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최저임금제 산정기준에서 배제돼 있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합쳐 실제로 지급하는 임금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선진국과 달리 상여금, 숙식비 등을 빼고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가지고 최저임금 준수여부를 판단하는 우리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추가적인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상여금 비중이 높은 고임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더 많이 누리는 반면, 지불능력이 열악한 중소·영세기업에서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 산입범위 문제가 임금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경총은 주장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29년 된 제도를 수정 없이 운영하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것인데,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더 올리려는 방향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매월 받는 급여만 임금이고, 그 밖에 지급되는 급여는 가욋돈 개념으로 여기는 풍토도 이번 기회에 개선해 임금 체계에 대한 현실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는 포함되지만 최저임금 산입에서는 제외되는 상황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 등 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는 포함된다.

이같은 문제는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딱히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로부터 “상여금과 복지 등 기본급 외에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들은 통상임금에는 포함되지만, 최저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를 시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부위원장은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산정 방식 차이에 따른 중소·영세기업들의 고충은 이해한다”면서도 “그 부분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공을 떠넘겼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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