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돌발 문건 공개 ...'박영수 특검 구하기?'

최종편집시간 : 2017년 09월 21일 15:44:31
청와대의 돌발 문건 공개 ...'박영수 특검 구하기?'
<이강미의 재계산책> 이재용 재판 막바지 정부차원 '삼성 과녁' 공세 논란
여론재판+ 재판 가이드라인 → 사법부 영향 '왜곡 판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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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17 06:00
이강미 기자(kmlee5020@dailian.co.kr)
▲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고 있다. 박 대변인이 들고 있는 문건은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이강미의 재계산책> 이재용 재판 막바지 정부차원 '삼성과녁' 공세 논란
여론재판 + 재판 가이드라인 → 사법부 영향 '왜곡 판결' 우려


청와대의 박영수 특검 구하기가 도를 념어서고 있다. 특히 청와대의 전 정권 문건공개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뇌물죄 입증에 실패하고 있는 특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권차원의 파상공세란 지적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이날 장관급인 현직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특검측 증인으로 법정에 선 날이다.

이에따라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생중계까지 해가며 전 정권의 문서를 공개한 것은 사법부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을 줬다는 비판이다.

우선 청와대의 문건 발표시점이 미묘하다. 문건은 지난 3일 처음 발견됐다고 하는데 열흘이 지난 14일 발표했다. 그것도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불과 브리핑 30분 전에 생중계를 알렸다고 한다. 특히 이날은 현직 장관급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의 전·현직 임원 재판에 특검측 증인으로 재판정에 선 날이기도 하다.

‘현직 장관(급)은 특검측 증인으로 나서고, 청와대는 작성자가 미확인된 문건을 공개하고….’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어딘지 지나치다. 특히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삼성 재판에만 과녁을 맞춘 불리한 정보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청와대는 ‘삼성 승계’와 관련된 다수의 문건이 발견됐다고 밝혔으나, 이 문건을 누가, 언제 작성했는지 등 전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신빙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문건에 적힌 내용도 기존 안종범 수첩에 나왔던 내용이나 증언들과 대부분 비슷하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절차상·시점상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직접증거로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직접 이례적으로 생중계까지 하면서 문건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이재용 재판이 총 40회나 진행됐는데도 불구하고, 특검측이 뇌물죄 혐의 입증에 실패한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 이강미 산업부장
첫째, 여론재판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재용 재판’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차고 넘친다’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고, 뇌물죄 성립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영수 특검팀은 점점 동력을 잃어가고 있고, 국민들의 관심도 재판에서 멀어지고 있던게 사실이다. 따라서 장관급인 김 위원장이 특검측 증인으로 서고, 같은날 청와대가 문건 공개를 생중계 하는 등 ‘공세’를 폄으로써 이번 재판을 또 하나의 여론재판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둘째, 검찰개혁을 강조했던 청와대가 오히려 사법부에 강력한 지침을 줬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제시한 문건의 증거능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작성자, 작성 경위 등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문건을 공개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결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태서 청와대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문건이 발견됐다며 생중계로 발표했다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준 것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는 청와대 발표만으로도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에서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건을 검증도 없이 서둘러 발표한 것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청와대의 정치적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날을 세웠다.

셋째, 수세에 몰린 특검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청와대의 ‘박영수 특검 구하기’차원은 아닌지도 의심을 사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수사 당시부터 ‘뇌물죄 프레임’으로 엮기 위해 편파수사로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김 위원장의 도움으로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성공했다. 그 덕분에 박영수 특검팀은 촛불정국에 불을 지피면서 새정부를 탄생시키는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40회차까지 진행하면서 막바지에 이르렀으나 혐의입증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오히려 삼성측에 유리한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박영수 특검팀이 삼성의 뇌물죄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새정부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정부가 박영수 특검팀의 특급도우미를 자처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조계에서는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공판 중심주의’가 훼손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법부가 재판정 안의 증거보다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왜곡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청와대의 문건공개는 여론몰이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재판부가 법리에 따라 판결을 내리겠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여론 등 상황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문건이 현재 뚜렷한 혐의입증이 안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재판은 법정 내에서 다뤄진 내용들로 다뤄지고, 법리에 따라 재판부의 판결이 이뤄져야 한다. 이 점을 청와대는 물론, 사법부도 다시한번 상기하길 바란다.[데일리안 = 이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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