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의 여름휴가 '자택서 경영구상'

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2일 18:15:41
재계 총수들의 여름휴가 '자택서 경영구상'
그룹별 현안 대응책 마련…대통령과 간담회 준비 등으로 바쁜 휴가 보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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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17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이홍석 기자(redstone@dailian.co.kr)
▲ 왼쪽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GS 회장.ⓒ각사

그룹별 현안 대응책 마련…대통령과 간담회 준비 등으로 바쁜 휴가 보낼 듯

무더운 여름과 함께 여름휴가 시즌이 찾아왔지만 재계 총수들에게 바캉스나 해외여행은 남의 일이다. 그룹별로 산적한 현안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하고 기업의 생존을 담보할 미래 성장동력도 구상해야 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총수들은 8월 첫째 주를 전후로 휴가를 보낼 예정이며, 휴가 기간 동안 대부분 자택에서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중순 이후로 예정된 대통령과의 간담회 준비도 이 기간 동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7월 31일부터 시작되는 그룹 주요 계열사 휴가 기간 동안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머물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이날부터 일주일간 공장을 멈추고 대부분의 직원이 휴가에 들어간다.

정 회장이 자택으로 싸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의 양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실적이 문제다. 정 회장은 연초 전년 대비 4.7% 성장한 825만대의 판매목표를 내놓았지만 상반기 현대·기아차를 합해 351만856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대비 8.6%나 감소한 규모다.

하반기 470만대 이상을 팔아야 연간 목표달성이 가능하지만 그런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상반기 부진 원인이었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이슈에 따른 중국 판매부진과 신흥 시장의 성장세 둔화, 선진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 등 악재들과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부딪쳐 나가야 한다.

내부 살림도 챙겨야 할 게 많다.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오랜 기간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고, 현대차 노조는 지난 14일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며 6년 연속 파업에 돌입할 채비를 마쳤다.

현재 자동차 산업이 큰 변혁의 기로에 서있다는 점도 정 회장의 고민을 크게 만든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카쉐어링 등 미래 자동차 산업 트렌드에 뒤쳐질 경우 완성차 사업이 주력인 그룹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휴가라고 마음껏 쉴 수 없는 게 정 회장의 상황이다.

연초부터 가장 활발한 경영행보를 벌여 온 최태원 SK 회장도 8월 초 여름휴가 기간에는 잠시 대외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물론 몸만 휴식이고 머리는 더욱 바쁘게 돌아갈 전망이다.

최근 SK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19일 확대경영회의에서 사장단 및 주요 임원들에게 △게임의 룰을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혁신 △회사 업(業)의 본질을 다시 규정하는 새로운 포트폴리오 발굴 △글로벌 차원의 ‘또 같이’ 성장 방법인 글로벌 파트너링 강화 △R&D 및 기술혁신을 통한 핵심역량 확보 등을 주문했다.

최 회장 본인도 일본 도시바 인수전 참여, 미국 GE·콘티넨탈리소스와 셰일가스 개발 협력 제휴, 중국 톈진시정부와 투자·협력방안 논의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 왔다. 휴가 기간 최 회장은 그동안 벌여 놓은 사업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하반기 일정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의 형제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LG그룹의 경우, 자택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하반기 경영 전략을 구상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그룹 내 역할이 증대되면서 경영 행보가 강화되고 있는 구 부회장이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최근 열린 임원 세미나를 직접 챙겼으며,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도 LG그룹을 대표해 참석한 바 있다.

허창수 GS 회장도 여름휴가 기간 자택에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한 하반기 경영 구상과 신사업 모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지난 5월 주요 계열사 CEO와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GS 밸류 크리에이션 포럼’에서 “최근 경영환경은 속도뿐만 아니라 방향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이럴 때 일수록 고객과 시장의 트렌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한 바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여름철 성수기를 맞는 관계로 예년과 같이 여름휴가 없이 정상 근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지난 7일 경찰로부터 자택 공사와 관련된 비리 혐의로 자택 및 본사 압수수색을 받은 터라 심경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특별한 휴가계획 없이 자택에 머물면서 하반기 경영 전략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룹의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지속적으로 투자해, 육성한 결과로 흑자를 보고 있는 태양광 사업과 같은 제 2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낼지 주목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그룹 총수들은 보통 여름휴가 피크시즌인 8월 첫째 주 임직원들이 휴가를 보내는 점을 감안해 공식 일정을 잡지는 않지만 본인은 자택에서 경영 구상 등으로 실질적인 업무를 본다”면서 “올해는 휴가시즌 이후 대통령과의 간담회가 잡혀 있어 휴가 기간 중 고민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박영국·이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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