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홍준표가 류석춘을 혁신위원장에 앉힌 세가지 이유


입력 2017.07.15 09:18 수정 2017.10.16 10:08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숭(崇)박, 비(非)친박, 반(反)반박'을 기반

박 전대통령 동정론 흡수+친박 청산+바른정당 흡수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자유한국당의 혁신위원장에 연세대 류석춘 교수가 임명됐다. 그런데 그의 발언 수위가 연일 화제다. 화제가 된 발언은 다음과 같다. “태극기 집회가 내 정체성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억울한 경우다”. “박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하는 건 시체에 칼질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당 의원 18명, 바른정당 의원 7명을 문제의원으로 지목해 살생부 논란까지 일고 있다.

류 교수를 영입한 홍준표 대표의 의도는 무엇이고, 그 의도가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류석춘 교수의 발언에 대해 어떤 일관성을 알아 챈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가 부족해 혼란스러워하고 억측도 많다. 그는 우파 논객으로 알려진 유명 학자다. 뉴라이트 시민단체의 대표도 역임했다. 따라서 그는 뉴라이트 사상을 만드는데 기여했고, 그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말 우파논객들 연말모임에 갈 기회가 있었다. 울분에 차 있었다. 첫째 울분은 촛불세력의 막무가내식(군중심리) 공격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는 광화문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였다. 시위대 일선엔 세월호 가족이 서고, 이선에는 노동단체, 시민단체 등이 사드반대를 주장하며 앞장섰다. 그 뒤에 일반시민들이 따랐다. 시민들은 앞선 단체들의 구호를 따라 외쳤다. 시민들은 그것이 저항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조직화된 선두와 주체측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많은 우파진영은 그런 ‘묻지마 촛불’에 불만이 컸다. 결국 ‘태극기 집회’를 만들어 ‘맞불작전’에 나서기 시작했다. 류 교수도 그 ‘태극기 집회’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둘째 울분의 대상은 친박의원들이었다. 그들은 친박의원들이 ‘착한 대통령’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결국 발을 뺏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청산해야 할 ‘적폐’였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키자며, 동시에 친박의원들을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극기 집회’에서 망신당한 친박의원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셋째 대상은 반박의원들이었다. 탈당하여 ‘바른정당’을 만든 사람들이다. 그들은 ‘질서있는 퇴진, 조기대선’의 당론을 어기고 탄핵을 감행한 여당의원들을 ‘배신자’로 봤다. 단물만 빨고 사리사욕을 채운 후 결국 대통령과 당을 버렸다는 것이다. 그들은 당을 깨고 분당을 감행했고 대선에서 독자후보를 내 보냈다. 보수진영이 대선에서 하나가 되는 것을 막은 분열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생각은 대선정국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당연히 홍준표 후보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우파 시민단체는 “숭(崇)박, 비(非)친박, 반(反)반박”의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홍준표 대표의 정치적 이해와 상통했다. 홍 대표는 ‘친박당’을 ‘친홍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대표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은 흡수해 보수당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친박들에 대한 청산도 달성하며, 반박정당인 ‘바른정당’과의 보수 적자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이런 목표를 위해 당연히 우파시민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류 위원장은 태극기집회를 정체성으로 삼으며 박근혜 전대통령의 동정론을 대변한다. 한국당내 친박의원들과 바른정당 의원들을 지목해 청산대상으로 공격한다. 학자는 대체로 자신의 생각에 충실하다. 맹목적이고 비타협적이다. 시민단체는 공격적이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다. 홍준표 대표가 저격수라면 류 위원장은 산탄총 사수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상처를 입히며 자신은 표표히 떠나면 그만이다. 따라서 홍준표 대표에겐 혁신위원장으로 안성맞춤 대안이다.

박근혜 전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일리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잘못에 비해 지나친 비난과 책임을 감당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공정한 재판’은 지금으로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맹목적 신뢰로 무죄를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친 것도 문제다. 최초의 성문법으로 알려진 '함무라비법전'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유명한 원칙이 있다. 이 원칙은 알려진 바와 다르게 ‘보복’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죄 이상의 벌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선포한 것이다. 지나친 보복이 있다면 보복은 반복될 것이고, 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힘 있는 사람이 더 큰 보복을 하게 되고, 보복을 당한 사람은 힘을 길러 더 큰 보복을 행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경우도 ‘법적 책임의 과잉금지’는 의미가 있다. 국가를 위해서나, 박 대통령을 위해서나, 현 정부를 위해서 모두 유익한 주장이다.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원칙에 대통령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보수의 ‘법치주의’ 가치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친박의원들에 대한 응징이나 비박의원들에 대한 제제를 강화하는 것은 당이 도모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들은 헌법과 법이 보장하고 국민이 선택한 대표들이다. 당연히 법이 보장한 선거를 통해서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물론 명백한 범법행위에 대한 책임은 별개다. 사법기관에 의한 처벌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들 의원들에게 법을 뛰어넘는 과한 징계를 했다가 소송을 당했다. 결국 홍준표 후보의 사면으로 스타일을 구겼다. 그런 일을 다시 벌여 또 힘을 소진할 필요가 있겠는가?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는 것이 필수다. 정부도 그렇고 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가능하지도 않은 ‘인위적 청산’보다는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그들을 새시대의 재목으로 만드는 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이 자연스러워야 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