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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사라진 이효리, 음원차트 '세대의 벽' 실감


입력 2017.07.15 09:09 수정 2017.07.16 15:47        이한철 기자

4년 만에 절치부심 끝에 컴백, 차트 성적은 기대이하

10대가 주도하는 차트, 90년대 스타들 줄줄이 고전

이효리가 4년 만에 컴백했지만, 음원차트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효리가 4년 만에 컴백했지만, 음원차트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효리(38)가 돌아왔다. 그런데 이효리가 실종됐다.

이효리가 지난 4일 정규 6집 앨범 '블랙'으로 컴백하자, 가요계는 어느 때보다 요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효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원조 아이돌그룹 '핑클'의 주축 멤버이기도 했고, 예능프로그램으로 방송가를 주름잡는 대표적인 예능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섹시와 카리스마로 무대를 사로잡은 걸크러쉬의 대명사였다.

결혼 후 긴 휴식기를 가지며 대중들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제주도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이효리의 '라이프스타일'은 대중들의 '로망'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효리는 활동을 하지 않아도 이슈를 몰고 다니는 스타였다.

하지만 그런 이효리조차 달라진 가요계의 '현실'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 타이틀곡 '블랙'을 비롯한 6집 앨범 수록곡들은 앨범 발매 초반 상위권에 진입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잠시였다.

앨범 발매에 따른 일시적인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자 빠른 속도로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이제는 주요차트 50위권에서 이효리의 신곡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야말로 '차트 실종' 상태인 셈이다.

오랜 만에 컴백 쇼케이스를 열고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어느 때보다 홍보에 적극적이었기에 다소 실망스런 성적이다. 이효리의 컴백이 한동안 움츠려들었던 복고 열풍에 다시 불을 지필 것이라는 기대는 희망사항으로 남게 됐다.

가요계에서는 이효리의 신보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효리의 음악 자체의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을 통해 싱어송라이터로서 변신을 꾀했지만, 보컬이나 음악 자체로 새로운 수요층에 어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이효리의 컴백을 두고 지나치게 기대치가 높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효리가 핑클 시절에도 메인 보컬이 아니었고 솔로 데뷔 이후에도 음악 자체로 크게 어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음원차트에서 고전하는 건 이효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음원차트에서 고전하는 건 이효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이효리의 경쟁력을 부진의 이유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역시 시대가 달라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음원 차트에서의 부진은 이효리만의 문제가 아닌, 90년대 스타들의 공통된 문제다.

1990년대 LP 시대가 가고 CD 시대가 찾아오면서 가요계의 세대교체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듯이,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재편된 음원시장 위주의 가요계에서 90년대 가수들은 차트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매체나 소비 패턴이 달라지면 기성세대가 밀려나고 시대 변화에 민감한 새로운 세대가 주도권을 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 반복될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컴백한 엄정화는 물론이고 신승훈, 김건모, 서태지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음원차트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90년대 들어 조용필, 전영록, 이선희와 같은 80년대 스타들이 힘을 잃어간 것도 마찬가지 이치다.

음원차트 또한 음반판매량이나 방송횟수처럼 세대별 차이까지 정확하게 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문제는 음원차트 성적이 부진하면, 향후 활동의 추진력을 잃을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앨범 발매 전까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지만, 앨범 발매 이후 음원차트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빠른 속도로 관심에서 사라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세대 간 격차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는 점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기성 가수들이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기존 팬층에 안주하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치열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이 같은 세대 간 장벽도 허물어질 수 있다. 가장 좋은 예는 2013년 파격적인 음악으로 음원차트와 음반시장을 모두 석권했던 조용필이다.

가요 관계자들은 "제2의 조용필, 한국의 마돈나가 많이 나올수록 한국 가요계도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수 본인은 물론, 언론과 팬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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