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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 대신 다양성" 오만석의 책임감 '3일간의 비'


입력 2017.07.14 11:16 수정 2017.07.14 11:16        이한철 기자

리차드 그린버그 대표작, 국내 초연

장황하고 어려운 작품 "누군가는 해야죠"

연극 '3일간의 비' 포스터. ⓒ 악어컴퍼니 연극 '3일간의 비' 포스터. ⓒ 악어컴퍼니

"상업성을 띈 공연들이 다양성을 사라지게 할 수 있어요."

배우 오만석(43)이 연극 '3일간의 비'의 연출을 택한 이유는 남다른 소신과 책임감이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3일간의 비' 프레스콜에 참석한 오만석은 "앞서 연출을 맡았던 '오케피'도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배우로서 많이 배웠다"면서 "'3일간의 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3 토니상 수상자인 리차드 그린버그의 대표작 '3일간의 비'는 1995년과 1960년대, 서로 다른 두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줄리아 로버츠, 콜린퍼스, 제임스 맥어보이 등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해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지만, 철학적인 캐릭터와 대사들로 가득해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상업 논리가 지배하는 공연계에서 이 같은 작품에 도전장을 내미는 건 연출이나 배우 입장에서도 모험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오만석은 "이 작품이 외면을 받을 수도, 사랑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 대본에 나오는 것처럼 재능은 천재성과 취향의 선택이다. 취향의 선택이 존중받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이 작품을 저도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원작이 상당히 길고 장황하고 친절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담고 있는 이야기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이 작품이 한 번에 보자마자 딱 이해가 가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너무 불친절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원작보다 설명을 더 넣었어요."

연출가로 연극 '3일간의 비'를 지휘하고 있는 오만석은 8월 18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헤드윅'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오만석은 "'헤드윅'은 5년 만에 다시 공연을 하는 것이기도 하고, 이제 체력적으로 힘들다 보니까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 이 작품(3일간의 비)이 잘 되는 것도 보고 싶다"며 욕심을 전했다.

이어 "'헤드윅'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연극 '3일간의 비' 포스터. ⓒ 악어컴퍼니 연극 '3일간의 비' 포스터. ⓒ 악어컴퍼니

출연 배우들은 모두 낸과 라이나, 워커와 네드, 핍과 테오의 현재와 과거 캐릭터를 1인2역으로 소화하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준다. 최재웅, 윤박, 최유송, 이윤지, 이명행, 서현우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특히 30대 모범적인 가정주부 낸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그녀의 어머니 라이나 역에는 MBC 일일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 에서 팔색조 매력을 뽐내며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이윤지가 캐스팅됐다.

이윤지는 "'클로져' 이후 연극 무대는 4년 만이다. 그 사이에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게 됐다"며 "한 작품에서 엄마와 딸을 동시에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아이를 키운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우리 엄마는 '내가 이만할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처럼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오만석 연출이 각색본도 이윤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윤지는 "처음에 번역본을 먼저 읽었는데, 오만석 연출이 각색한 버전을 다시 읽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였다"고 말했다.

또 섬세하고도 깊은 연기로 무대를 압도하는 배우 최유송이 같은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언더스터디로는 배우 유지안이 참여한다.

자유로운 방랑자 워커와 그의 아버지 네드 역에는 '거미여인의 키스' 이후 6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배우 최재웅, '관객모독' '망원동 브라더스' 등을 통해 꾸준히 관객과 소통해온 배우 윤박이 낙점돼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윤박은 "연극은 항상 하고 싶은 장르"라며 "방송에 익숙해지고 지쳐 있는 상황에서 연극이라는 새로운 접근의 연기를 하게 되면 리플래쉬 되는 것 같다. 연극은 에네지가 되는 장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공연계 캐스팅 0순위로 손꼽히는 이명행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최근 칸 영화제에 초청된 단편영화 '백천'의 주연을 맡았던 신스틸러 서현우가 쾌활한 성품의 핍과 그의 아버지 테오 역에 더블로 캐스팅돼 작품에 힘을 보탠다. '3일간의 비'는 오는 9월 10일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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