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특검의 뜬금포...‘경제공동체’ 꺼내든 노림수는?


입력 2017.07.13 15:50 수정 2017.07.13 17:56        이홍석·김해원 기자

부적절하다고 치부할땐 언제고...이제와서 180도 입장 변화 왜?

'제 3자 뇌물죄' 대가성 보다 명확한 혐의입증해야...자충수 지적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주 기소 혐의였던 뇌물죄 성립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박영수 특별검사.ⓒ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주 기소 혐의였던 뇌물죄 성립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박영수 특별검사.ⓒ연합뉴스

부적절하다고 치부할땐 언제고...이제와서 180도 입장 변화 왜?
'제 3자 뇌물죄' 대가성 보다 분명히 입증해야...자충수 지적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3개월간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이렇다할 명확한 혐의입증에 실패한 채 난데없이 '경제적 공동체'란 뜬금포 화두를 제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두고 법조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법률적 용어가 아니라고 치부했던 '경제적 공동체'를 화두로 던진 것이 14일 법정에 증인출석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이 부회장 구속에 실패하자 서울 대치동에 꾸려졌던 특검사무실로 찾아가 경영승계를 위한 포괄적 뇌물죄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이 부회장 구속에 결정적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진동)는 다음달 초 심리절차를 마칠 것이라고 밝힌 상태로, 이번 재판의 관건은 뇌물죄 성립여부다.

13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특검이 뇌물죄 성립 여부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대가성과 직무연관성 등이 재판에서 입증되지 않자 그동안 애써 외면해 온 경제적 공동체라는 용어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제적 공동체는 가족과 같이 함께 생활하면서 경제적 자산 등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검은 지난 7일 열린 제 37차 공판 증인신문에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경제공동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는 특검이 수사기간 내내 경제적 공동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밝혀 온 기존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특검 대변인 역할을 했던 이규철 특검보는 수사 중이던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경제적 공동체 개념은 법률적 개념이 아니어서 적절치 않고, 이번 사건에서는 관계가 없다”며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공모관계 여부”라고 강조한 바 있다.

"뇌물죄를 어떻게든 적용해 보겠다는 특검의 계산"
특검의 이러한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스스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던 용어까지 다시 들고 나올 정도로 다급해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아울러 뇌물죄 혐의 입증이 뜻대로 되지 않자 정치적 여론몰이를 통해 재판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 성립 여부의 가장 큰 쟁점은 삼성이 최 씨에게 제공한 승마지원이나 재단출연이 결국 박 전 대통령을 위한 것이었냐는 것이다. 이는 '이 부회장-최순실-박 전 대통령'의 연결 고리를 입증할 수 있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와의 관계에 계속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검은 당초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를 뇌물수수 공동정범(함께 역할분담을 통한 범죄 행위를 한 이들을 지칭)에 초점을 맞추다가 이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지자 함께 이익을 누린 경제적 공동체까지 다시 끄집어 냈다는 것이다.

특검은 처음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삼성의 승마지원과 재단출연이라는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함께 공모했다는 논리에 주력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공동정범 입증이 벽에 부딪히면서 범죄를 공모한 것이 아닌 범죄로 인한 이득을 같이 누렸다는 점에 보다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삼성이 최 씨에게 제공한 승마지원 및 재단 출연이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이를 통한 이익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같이 누렸다면 혈연으로 엮인 가족이 아니더라도 경제적 공동체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공모관계나 대가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아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혐의 중 뇌물죄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봐 왔다”며 “경제적 공동체라는 용어가 다시 나온 것은 결국 특검이 뇌물죄를 어떻게든 적용해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뇌물죄 혐의입증 결정적 증거 없었다는 반증"
하지만 이 경우 적용해야 하는 제 3자 뇌물죄는 일반적인 뇌물죄보다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제 3자(법인 또는 단체도 포함)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했을때 성립되는데 일반적인 뇌물공여나 수수와 달리 ‘대가성’이 보다 분명히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판에서도 대가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특검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이 부회장- 최 씨 등 3자간 뇌물죄 고리의 연결을 입증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재판부도 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살펴보는 경향이 있어 유죄를 받아내기가 더 어려운 면이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법적 용어도 아닌 경제적 공동체에 기반한 제 3자 뇌물죄로 유죄를 이끌어 내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특검의 무리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적 공동체는 경제학자들이 만든 것으로 법적 용어가 아니다”며 “당초 이를 강조했던 특검이 재판 말미에 다시 들고 나온 것은 혐의를 입증할만한 결정적 증거가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제3자 뇌물죄로 유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경제적 공동체를 인정한 판례가 있기는 하지만 사안별로 다르기도 하고 판단하기가 까다로워서 법원에서도 잘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