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정부, 블라인드 채용 본격화…공정성 시비 피할 수 있나


입력 2017.07.12 15:53 수정 2017.07.12 16:38        박진여 기자

직무와 관련된 교육훈련 경험 등 '실력' 위주 평가 요구

객관적 평가지표 배제…평가자 주관 개입·역차별 가능성

정부가 지방공공기관 취업시 학벌·성별·출신지역을 배제하는 '블라인드 채용' 지침을 내리고 전면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역차별 등 공정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정부가 지방공공기관 취업시 학벌·성별·출신지역을 배제하는 '블라인드 채용' 지침을 내리고 전면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역차별 등 공정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9월까지 모든 지방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확대 시행…민간기업 확산 계획
객관적 평가지표 배제…평가자 주관 개입·역차별 등 공정성 시비 논란 확산


정부가 지방공공기관 취업시 학벌·성별·출신지역을 배제하는 '블라인드 채용' 지침을 내리고 전면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역차별 등 공정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학력이나 공인된 시험성적 등 객관적 지표를 배제하고 별도 평가기준을 마련하면서 오히려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자리 채용 과정에서 학연이나 지연을 배제하고 직무와 관련된 교육훈련 경험 등을 바탕으로한 지원자의 실력을 중점 평가해야 한다며 '블라인드 채용' 방침을 발표하고, 이를 지방공공기관 전체로 확대하는 지침을 배포했다.

행정자치부는 12일 당초 149개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663개 지방 출자·출연기관을 포함한 지방공공기관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이달부터 모든 공공기관에서 시행된 블라인드 채용이 8월에는 지방공기업, 9월부터는 모든 지방 공공기관으로 순차 확대된다.

이제 모든 지방공공기관 응시생들은 입사지원서에 학력이나 어학점수를 기재할 수 없고, 면접관들은 인적사항을 질문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9월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이를 적용하고, 향후 민간기업으로도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방공기업 인사담당자를 비롯해 자치단체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담당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방공기업 블라인드 채용 지침' 교육을 실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적사항에 대한 증빙서류는 합격 결정과 관련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종 합격자 발표 전에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채용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직무능력 평가에 대한 내용이 공유됐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공공·민간기업의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 경향에 대해 공유하고, 공정한 실력평가를 위해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 기술 등을 정리한 직무기술서를 사전에 공개하는 등 체계화된 면접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아울러 자문상담 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사례발표를 통해 제한된 응시자의 정보로 어떻게 실력을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정부가 지방공공기관 취업시 학벌·성별·출신지역을 배제하는 '블라인드 채용' 지침을 내리고 전면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역차별 등 공정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지방공공기관 취업시 학벌·성별·출신지역을 배제하는 '블라인드 채용' 지침을 내리고 전면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역차별 등 공정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이처럼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역차별 등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오히려 블라인드 채용이 한 사람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시점을 대학졸업 이후로 국한하고, 시험점수 등 객관적인 노력의 지표를 배제하는 등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윤종근 정치평론가는 본보에 "대학입시와 대학생활 그리고 사회활동 등 각종 스펙을 무시하고 단 한 번의 시험과 면접으로 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며 "학력과 공인된 시험점수 등 가장 객관적인 지표는 뒷전에 두고 공정을 논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직무능력'에 대한 평가항목이나 기준이 모호해 평가자의 주관적 견해가 개입되기 쉽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응시자가 채용을 위해 노력해온 그간의 노력을 배제하고 주관적인 면접에 의해 채용을 결정하게 되면 낙하산 인사가 더 횡행할 수 있다"며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면 그만큼 부작용도 초래한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우려를 더했다.

응시자 사이에서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진다. 블라인드 채용에 이어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남보다 노력해 수도권으로 대학을 진학하고, 20대 청춘을 시험성적에 쏟아부은 대졸 취준생의 경우 노력을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주요대학을 졸업한 취준생 정모(28) 씨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남보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가 모두 무시되는 것 같아 무기력하다"며 "취지는 좋지만 시험성적 등 객관적 지표를 무시하고 공정한 채용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가능했다면 이미 시행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방침을 둘러싼 찬반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7일 CBS 의뢰로 전국 성인 50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 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정부의 방침에 찬성의견을 보였고, '객관적 평가가 어렵고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어 반대한다'는 답변이 23.1%를 기록했다. 이외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8.9%로 조사됐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박진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