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송강호 "'택시운전사', 나도 모르게 눈물"

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3일 15:46:50
[D-인터뷰] 송강호 "'택시운전사', 나도 모르게 눈물"
영화 '택시운전사'서 주인공 만섭 역
"부끄럽지 않은 작품 보여주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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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17 09:12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영화 '택시운전사'에 출연한 송강호는 "영화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주)쇼박스

영화 '택시운전사'서 주인공 만섭 역
"부끄럽지 않은 작품 보여주려 노력"


"영화를 보고 저도 모르게 울었어요. 아픈 역사가 너무 가슴 아프게 다가왔거든요."

배우 송강호(50)를 울린 작품은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위르겐 힌츠페터)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슴 아픈 역사를 오롯이 받아들인 송강호는 명불허전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울린다.

송강호는 이 영화의 출연을 한 차례 고사했다. 그를 다시 영화로 이끈 건 울림 있는 이야기였다.

1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부담감, 두려움, 무거운 마음 등이 뒤엉켜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택시운전사'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와 도리다.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을 짚는다. "아픈 비극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자는 게 영화의 지향점이에요. 기본적인 도리를 얘기하려다 희생당한 평범한 사람들을 담았어요.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하게 된 데는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 영화 '택시운전사'에 출연한 송강호는 "너무 아픈 비극을 연기하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전했다.ⓒ(주)쇼박스

영화 후반부에 군인으로 등장하는 엄태구는 극 중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는 80년 광주의 또 하나의 피해자인 군인들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면서 "엄태구 씨가 나오는 장면은 80년 광주가 너무 아픈 비극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광주를 겪은 모든 분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설명했다.

어떤 캐릭터든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송강호는 "캐릭터가 스크린에서 어떻게 보이느냐를 따지면서 연기할 수는 없다"며 "우린 삶엔 희로애락이 있다. 아무리 슬픈 상황이더라도 조금씩 피어나는 유머가 있다. 그런 유머를 선보이는 만섭이 '택시운전사'를 지탱한 힘이자 원동력이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2학년 때 80년 광주를 마주한 배우는 "당시 라디오 뉴스에서 광주 시민들을 '폭도들'이라고 했다. 언론 통제가 심각했다는 의미인데 만섭 역시 왜곡된 뉴스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접했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의 상영시간은 137분이다. 초반 부분은 다소 길게 느껴진다. 배우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택시운전사'는 만섭과 독일기자, 두 외부인의 시선으로 광주를 들여다 본 영화예요. 그래서 배경 설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와 차별화된 지점이지요. 두 외부인이 '광주를 어떤 태도를 대했느냐'와 '둘의 시선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를 영화가 보여줍니다."

▲ 영화 '택시운전사'에 출연한 송강호는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주)쇼박스

극 후반부 광주를 뒤로 한 채 서울로 가던 만섭이 혜은이의 노래 '제3한강교'를 부르는 장면은 압권이다. 자연스러운 눈물 연기에 엄지가 올라간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있잖아요? 참 힘든 장면이었는데 비교적 촬영 초반부에 찍었답니다. 어려운 신이 후반부에 있으면 무거운 짐을 끝까지 짊어져야 하는데, 반대 경우는 마음이 편해져요. 하하."

관객을 울릴 줄 아는 배우는 흔치 않다. 송강호는 그 어려운 걸, 매번 해낸다. 그는 "일부러 슬프게 표현하진 않는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내 감정이다. 캐릭터의 슬픔과 아픔을 느끼려고 한다"고 했다.

후반부에 나온 광주 택시기사들의 활약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송강호는 "당시 광주 택시기사분들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택시기사였던 김사복 씨의 행방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김사복이라는 이름이 가명이라는 추측도 많다. 배우는 "영화 제작자가 수소문 했으나 찾지 못했다"고 했다.

▲ 영화 '택시운전사'에 출연한 송강호는 "이 영화를 통해 절망보다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주)쇼박스

송강호는 '변호인'(2013), '사도'(2015), '밀정'(2016) 등에 이어 또 역사 속 인물을 연기했다. "일부러 그런 작품을 선택하진 않지만 역사 속 인물은 새로운 해석의 여지가 있어 매력적입니다. 시대의 인물이나 얼굴이 되려고 하진 않아요. 열심히 하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가장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은 단연 '택시운전사'입니다(웃음)."

배우는 또 "정치적인 상황이나 사회적인 이미지를 고려해서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다"며 "난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것뿐이다. 대중이 나에 대해 편견과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 검열을 하는 편이다"고 했다.

송강호는 '설국열차'와 '택시운전사'를 통해 다양한 국적의 해외 배우들과 호흡했다. 그는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해외 진출을 생각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 촬영에 바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마약왕'은 유쾌하고 신선한 오락 영화예요. 잔인하고 무거운 '청불 영화'가 아니거든요. 봉 감독의 '옥자'는 시간이 없어서 못 봤답니다(웃음)."

송강호는 후배들이 롤모델로 꼽는 선배다. 그는 "후배들에게 고맙다. 건강한 부담감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었다.[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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