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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도시바 인수" 재차 강조한 까닭은?


입력 2017.07.12 14:27 수정 2017.07.12 18:05        이홍석 기자

소송 리스크 이견으로 협상 교착 상태

SK하이닉스 '벙어리 냉가슴'...WD-홍하이 논의 가능성도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나노코리아 2017' 개막행사로 열린 국제나노기술 심포지엄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나노코리아 2017' 개막행사로 열린 국제나노기술 심포지엄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소송 리스크 이견으로 협상 교착 상태
SK하이닉스 '벙어리 냉가슴'...WD-홍하이 논의 가능성도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나노코리아 2017'에 참석한 자리에서 "인수 포기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본계약을 협상 중인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선협상 상황에 대해서는 "일단 WD가 제기한 매각절차 중단 소송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고 있다"며 "요새 하도 많이 변해서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하며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박 부회장이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차 표명한 것은 최근들어 불거진 각종 루머를 진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들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간 계약이 지지부진하면서 장기화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의 협상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인수전이 다시 원점부터 시작할 처지에 놓였다.

니혼게이자이와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도시바는 전날 주거래 은행을 대상으로 한 도시바메모리 매각 설명회에서 한·미·일 연합과의 본 계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WD와 홍하이와 협상을 재개했다.

이는 다른 채널과의 협상으로 우선협상자와의 계약 불발로 인한 리스크에 대비하는 한편 주도권을 갖고 협상을 보다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당초 도시바는 지난 21일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 정책투자은행(DBJ)이 주도하고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주주총회가 예정됐던 지난달 28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해 본 계약을 체결하고

주총 의결까지 일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3주가 지난 이 시점까지 계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계약 체결에 진전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시바의 오랜 파트너였던 WD다. WD는 인수전 초기부터 인수 독점 교섭권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 잇따라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WD는 자회사인 샌디스크와 도시바가 일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설립했다며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부에 대한 양도 절차를 자신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WD는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함께 도시바 메모리를 직접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강온 양면 전략으로 압박하고 있다.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간 계약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의 협상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도시바 본사 건물 전경.ⓒ연합뉴스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간 계약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의 협상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도시바 본사 건물 전경.ⓒ연합뉴스
양측이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도 WD가 제기한 소송 리스크 때문이다. 양측은 자칫 재판 결과가 안좋은 방향으로 나올 경우에 그 책임을 누가 지느냐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권 소유 이전 문제와 SK하이닉스의 전환사채(CB)를 통한 지분 참여 등도 논의가 필요한 쟁점들로 꼽히지만 WD 이슈에 밀려 한걸음도 못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인수전 막판 미-일 연합에 합류해 극적으로 인수를 성사시킨 SK하이닉스로는 답답한 상황이다. 현재 협상이 컨소시엄을 주도한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이뤄지고 있어 적극 나설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분 참여 요구가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면 100% 자금 융자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꺼낼 기회조차 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에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소문을 퍼트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추진은 변함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WD가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일 연합과의 우선 협상은 더욱 교착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협상국면이 WD나 홍하이쪽으로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WD는 입찰가를 2조엔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써내 자금이 급한 도시바로서는 덜 매력적인데다 낸드플래시 3위 업체로 2·3위 업체간 인수합병(M&A)으로 각국의 반독점 이슈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

또 홍하이의 경우 자금력은 풍부하지만 중화권 업체로의 기술 유출 우려가 여전히 커 협상이 진척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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