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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택시운전사', 결국 송강호의 영화


입력 2017.07.14 09:03 수정 2017.07.14 10:54        부수정 기자

택시운전사 만섭 역 맡아 명불허전 연기

독일 유명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출연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위르겐 힌츠페터)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이야기를 그린다.ⓒ쇼박스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위르겐 힌츠페터)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이야기를 그린다.ⓒ쇼박스

영화 '택시운전사' 리뷰
송강호·유해진·류준열 주연…장훈 감독 연출


"'택시운전사'는 인간의 상식과 도리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택시운전사 만섭 역을 맡은 송강호의 말이다.

영화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위르겐 힌츠페터)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슴 아픈 역사를 끄집어낸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려 한 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도리'다. 사람을 해치지 말아야 하며, 어려움에 처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이치, 옳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 등이 그렇다.

'택시운전사'는 이런 기본적인 예의와 도리가 밑바닥에 떨어진, 전쟁보다 더 참혹한 역사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만섭은 11살 딸을 홀로 키우는 택시운전사다. 밀린 월세 10만원을 못내 허덕이던 그는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통금 전에 돌아오면 10만원을 준다는 말을 듣고 길을 나선다.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이하 피터)를 태운 그는 과거 사우디 건설 현장에서 익힌 짧은 영어로 피터와 소통한다.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위르겐 힌츠페터)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이야기를 그린다.ⓒ쇼박스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위르겐 힌츠페터)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이야기를 그린다.ⓒ쇼박스

사실 피터는 일본에서 영국 BBC 기자에게 광주의 계염령 사태를 접한 독일의 일본 특파원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만섭은 돈을 받을 생각에 기뻐하며 속도를 낸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광주로 들어가는 길이 군인들에 의해 모두 막힌 것. 어떻게든 택시비를 받아야 하는 만섭은 기지를 발휘해 광주로 들어섰다. 광주는 "대학생들이 데모한다"는 소식을 접한 만섭의 생각과는 딴 판이었다.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다쳐 있었고, 병원은 희생자들의 울부짖음으로 가득했다.

둘은 우연히 대학생 재식(류준열)과 황기사(유해진)를 만난다. 꿈 많은 대학생 재식은 말한다. "모르겄어야, 우덜도 우덜한테 와 그라는지."

피터는 광주의 참상을 카메라에 담지만 군인들이 그를 쫓으면서 만섭은 물론 재식, 황기사까지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소재 탓에 박근혜 정권 당시 숨죽였던 이 영화는 정권 교체후 비로소 세상에 나왔다.

영화의 초반부는 만섭의 소시민적인 일상과 그가 피터를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로 향하는 여정을 담았다. 후반부는 차마 눈으로 보기 힘든 광주의 참상을 오롯이 담아냈다.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위르겐 힌츠페터)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이야기를 그린다.ⓒ쇼박스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위르겐 힌츠페터)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이야기를 그린다.ⓒ쇼박스

죄 없는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나가는 장면, 친구, 선배, 이웃들이 울부짖는 장면, 병원에 다친 사람들이 넘쳐나는 장면을 보노라면 눈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택시운전사'는 서울 시민 만섭과 외국인 피터의 시선으로 광주를 들여다본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건드린다.

만섭과 피터를 비롯해 재식과 황기사, 광주 시민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따뜻한 인간애로 뭉친 이들은 참혹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치 않고 서로의 곁을 내어준다. 절망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끈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하다 희생된 광주 시민들의 모습도 가슴에 '콕' 박힌다.

송강호가 만섭 역을 맡아 명불허전 연기를 선보였다. '택시운전사'는 송강호에 기댄 영화나 다름없다. 그가 웃으면 관객도 웃고, 그가 울면 관객도 운다. 특히 광주의 참상을 본 그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가슴에서 뜨거운 게 '훅' 올라온다.

송강호는 '효자동 이발사'(2004)를 비롯해 '변호인'(2013), '밀정'(2016) 등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에 자주 참여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라디오 방송에서 '폭도들을 진압했다'는 뉴스를 들었다는 그는 "왜곡된 보도와 통제로 인해 눈과 귀를 막았던 시대를 살았다고 생각했다"며 "희생자들의 고통과 비극을 다 알 순 없지만, 희생자들의 고귀한 정신을 진정성 있게 담아서 많은 분께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내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한 영화"라고 전했다.

이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전달해야 할지 고민했다. 희망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극 중 만섭은 택시기사의 도리든, 인간적인 도리든,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위르겐 힌츠페터)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이야기를 그린다.ⓒ쇼박스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위르겐 힌츠페터)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이야기를 그린다.ⓒ쇼박스

'영화는 영화다'(2008), '의형제'(2009), '고지전'(2011) 등을 만든 장훈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의 출발은 위르겐 힌츠페터가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한 데서 시작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기사 김사복 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인물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며 "보편적인 사람들이 (광주와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심리 변화를 겪게 될까에 대해 그렸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는 부분이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웠지만 보여줘야 할 부분은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만섭의 소시민적인 모습을 묘사한 초반부는 다소 늘어진다. 상영시간 137분 중 초반부를 조금 더 편집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광주의 비극을 보여주는 후반부는 관객의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지만, 전반부가 단조롭다 보니 후반부에 인물의 감정을 갑자기 쏟아부은 느낌도 든다.

8월 2일 개봉. 137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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