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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사장 '꼭두각시 리더' 되나


입력 2017.07.11 06:00 수정 2017.07.11 06:28        부광우 기자

문형표 구속 후 공백 사태 장기화…아직도 하마평만 무성 '오리무중'

정부 가이드라인 논란 증폭…새 복지부 장관도 역할 강화 주문할 듯

있지도 않은 이사장 앞 쌓여가는 주문사항…시작부터 외풍 휘둘릴까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 자리가 점점 독이 든 성배가 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공석이 된 지 사실상 반년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새 이사장이 누가 될지는 오리무중임에도 벌써부터 주변에서의 요구만 많아지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 자리가 점점 독이 든 성배가 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공석이 된 지 사실상 반년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새 이사장이 누가 될지는 오리무중임에도 벌써부터 주변에서의 요구만 많아지고 있다.ⓒ연합뉴스

사실상 반 년이 넘도록 공석중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새 정부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투자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될 수 있는 시그널을 보내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다 국민연금 전문가로 꼽히는 박능후 신임 장관 후보자가 예상대로 상급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에 자리할 경우 만만치 않은 시어머니 노릇을 할 것으로 전망되서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중차대한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사상 최악 수준으로 훼손시킬 수 있는 장본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문형표 전 이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해 의결권 행사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말 구속된 후 올해 2월에 사퇴했다. 문 전 이사장 사퇴 이후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는 계속 공석이다. 공식적으로는 4개월, 실질적으로는 6개월을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어떤 인사가 차기 국민연금 이사장이 될 지는 좀처럼 종잡을 수 없다.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위원 단장인 김성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사회분과 위원장인 김연명 중앙대 교수 등이 후보군에 오르고는 있지만, 여전히 하마평 수준에 머물며 소문만 무성하다.

그런데 수장도 정해지지 않은 국민연금에 대한 주문은 점점 쌓이고만 있다. 최근 국정기획위는 국민연금에 대해 사실상 투자 방향을 정해주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언급을 쏟아냈다. 신임 국민연금 이사장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정기획위는 정부가 발행하는 특수채권을 국민연금이 사들여 재원을 공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이 기존에 대체투자의 일환으로 소규모 인프라 투자 정도만을 해 온 모습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 요구다. 이렇게 되면 수백억원에 불과했던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규모가 시장비참여형 국채 매입의 형태로 2조원까지 늘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돈으로 대기업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의 말은 국민연금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열린 '소득 주도 성장과 국민연금 기금 운용 방향 결정'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주식 투자 중 대형주, 재벌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비중이 84.3%"라며 "이 점에 대해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분들이 상당히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나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는 공공부문에 국민연금이 투자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들의 돈을 정부가 마음대로 쓰겠다는 셈이란 지적이다. 또 기계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의도적으로 재벌 기업에 투자를 늘렸다는 발상 자체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박 후보자도 인선이 확정되면 국민연금에 대해 많은 주문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198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몸담고 있던 박 후보자는 당시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될 때 복지부에 연구원 신분으로 파견 근무하며 설계 단계부터 관여했던 인물이다. 현직 정부 고위 인사들 중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로 꼽힌다.

이와 함께 박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복지 강화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대표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내 최대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역할론을 더욱 강하게 피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모태가 된 정책 브레인 그룹 '심천회' 멤버다. 그는 여기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오며 주요 복지 공약을 만드는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번에 국민연금을 맡게 될 신임 이사장은 시작부터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환경에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가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 이사장직은 점점 책임만 커지고 권한은 축소되는 모습"이라며 "날이 갈수록 정치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입장이 되면서 그 누가 와도 제대로 전문성을 발휘하기 힘든 여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만 봐도 이사장의 장기 공백에 조직 안정화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여기저기서 국민연금을 향해 갖가지 요구만 쏟아내고 있는 모양새"라며 "이를 모두 떨쳐내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기금을 운용할 인사를 찾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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