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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로 풀어본 무리뉴-루카쿠 사주, 찰떡궁합?


입력 2017.07.12 10:17 수정 2017.07.12 10:17        데일리안 스포츠 = 서현규 객원기자

즐라탄 역할 수행하되 역습 위력 더욱 높아져

루카쿠의 유일한 단점마저 전술로 덮을 수 있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특급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를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이번 여름 첼시행이 유력했던 루카쿠였기에 맨유의 공식 발표는 전 세계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특히 루카쿠는 조제 무리뉴 감독과 재회한다. 과연 둘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전술적으로만 풀어보자면, 답은 '예스'라 할 수 있다.

무리뉴 감독과 루카쿠는 첼시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 게티이미지 무리뉴 감독과 루카쿠는 첼시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 게티이미지

맨유에서는 루카쿠의 단점을 덮을 수 있다

루카쿠의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는 매우 협소한 활동량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시즌 1000분 이상을 소화한 스트라이커 중, 루카쿠보다 경기당 적게 뛴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경기당 8.84km만을 달렸다. 뿐만이 아니라 루카쿠가 기록한 경기당 44.77회의 질주는 전체 48명의 스트라이커 중 42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비적인 면에서도 큰 문제점을 보였다. 지난 시즌 EPL에서는 65명의 공격수가 적어도 한 번 이상의 가로채기를 성공했지만 루카쿠는 여기에 해당되지 못했다. 이에 더해 16명의 포워드들이 루카쿠보다 많은 태클을 시도했다.

강하고 거센 전방 압박을 요구하는 팀이라면 전술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수치다. 하지만 무리뉴의 맨유는 다르다. 간혹 '무리뉴는 수비 전술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기 때문에 루카쿠의 수비 능력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무리뉴가 맞춤형 전술을 들고 나올 때면 주로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에 변화를 줄 뿐이었다.

무리뉴가 지난 16-17시즌에 들고 나온 대표적 맞춤형 전술 2가지. ⓒ 데일리안 서현규 무리뉴가 지난 16-17시즌에 들고 나온 대표적 맞춤형 전술 2가지. ⓒ 데일리안 서현규

그 대표적인 예가 2-0으로 승리한 첼시전과 아약스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이다.

첼시전의 경우 경기장을 매우 넓게 사용하는 상대 윙백과 계속해서 밑선으로 내려오는 공격 라인을 봉쇄하기 위해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좌우 미드필더에는 윙백으로 뛴 경험이 있는 애쉴리 영과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배치하여 첼시 측면인 빅터 모제스와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를 마킹하도록 했다. 또한 에레라를 오른쪽 수비수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둬 아자르를 집중 수비 하도록 주문했다.

아약스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는 중원을 1:1로 봉쇄하기 위해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4-3-3은 역삼각형 형태로, 4-2-3-1은 삼각형 형태로 중원이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무리뉴는 상대 오른쪽 센터백 데 리트만을 철저하게 압박하는 것이 아약스전 전술 중 하나라 언급했는데, 이것이 스트라이커 래쉬포드가 수비 시 맡은 역할이었다.

맨유는 수비 시 적극적이지 않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지난 1년을 함께 한 팀이며 지난 시즌 EPL에서 가장 적게 뛴 구단이다. 그럼에도 리그에서 17차례 무실점을 기록하며 가장 많은 횟수의 클린시트를 해냈다.


즐라탄이 맨유에게 제공한 연계 플레이 옵션. ⓒ 데일리안 서현규 즐라탄이 맨유에게 제공한 연계 플레이 옵션. ⓒ 데일리안 서현규

즐라탄의 기존 옵션 유지 가능

즐라탄이 지난 시즌 맨유에 제공한 공격 옵션으로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필두로 한 박스 안에서의 존재감과 1.5선, 2선과의 연계 플레이였다. 루카쿠는 이 모든 옵션들을 맨유에서 해낼 수 있는 스트라이커다. 190cm라는 신장을 앞세워 박스 안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이미 지난 시즌에 에버턴에서 검증받았다.

즐라탄은 1.5선과 2선에서의 안정적인 연결 고리 역할이 되어준다. 이 상태에서 전진된 상대 수비 라인의 뒷공간을 공략하기 위해 래쉬포드와 마샬 같은 자원이 쇄도할 수 있다. 또한 즐라탄이 상대 박스 안에 위치하게 되는 공격 루트와 측면 공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오른쪽 윙어를 소화하는 마타(린가드)가 중앙 지역까지 좁혀오기도 했다. 이 경우 상대 수비 진영이 한쪽으로 몰리기 때문에 윙백 발렌시아가 광범위한 공격 공간을 얻게 된다.

루카쿠 역시 에버턴에서 연계에 치중하는 역할을 소화했다. 그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스트라이커 중 3번째로 많은 패스를 시도한 선수였으며, 1위와 2위는 각각 즐라탄과 코스타였다. 비록 즐라탄만큼 뛰어나고 빈도 높게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지만 지휘자가 무리뉴라면 달라질 수 있다.


팀이 수비 상황일 때 루카쿠의 위치. ⓒ 데일리안 서현규 팀이 수비 상황일 때 루카쿠의 위치. ⓒ 데일리안 서현규

역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루카쿠가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190cm의 거구를 보유했음에도 빠른 주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가 볼을 치고 달릴 때면 상대 수비수들은 수비하기가 매우 껄끄러워진다. 우직한 몸집을 앞세워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가니 직접적으로 붙어 견제하기가 매우 힘들다.

루카쿠는 이러한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역습을 측면 지역에서 준비한다. 중앙보다 비교적 압박 밀도가 떨어지는 지역이기 때문에 볼을 받기도 쉽고, 상대 수비 간격을 벌려 스루 패스를 받을 수도 있다. 뿐만이 아니라 루카쿠는 측면에서 바로 골을 넣을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결정력을 보유하고 있다.

81년생의 즐라탄이 스트라이커로 뛰었을 때 맨유의 난제는 빠른 역습 전개였다. 루카쿠는 이 고민을 단번에 해결한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또한 맨유는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향한다. 때문에 전보다 더욱 강한 팀들을 만나게 되는데 해결법은 역시나 무리뉴식 역습이다. 둘의 궁합이 어떤 결과물을 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서현규 기자 (toru_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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