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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주도권을 갖고 싶다면 '핵' 밖에 없다


입력 2017.07.08 07:42 수정 2017.10.16 10:08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공허한 외침된 '신베를린 선언' 미도 북도 외면

주도권의 수단은 대화가 아니라 북핵 맞설 독자 핵 보유

북한이 미국에 중국의 개입 없이 북미 간 직접 핵·미사일 협상을 제안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자료사진)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미국에 중국의 개입 없이 북미 간 직접 핵·미사일 협상을 제안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자료사진) 노동신문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신베를린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역사의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복원하는 내용 정도였다. 북에 대한 구체적 제안도 있었다. 역시 눈에 띄는 새로운 제안은 없었다. 북이 대화에 응할 사정변경이나 조건변경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역시 북은 기존의 ‘남측 무시전략(통미봉남)’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마음이 급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해결의 주도권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기는 했지만, 역시 조건과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벌써 ‘3개월 시한설’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 그런데, 북한이 ‘ICBM급’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시 핵실험을 하거나 다른 종류의 도발을 한다면, ‘전략적 인내’를 넘어 한국정부의 대화시도를 지지하는 ‘전략적 유예’도 끝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무력을 포함한 다른 옵션을 만지작거리며 한국정부를 고려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북이 공공연히 주장하듯 어차피 핵미사일의 목표는 미국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한반도의 문제로 ‘강 건너 불 보듯’할 수는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우리 정부가 ‘운전대를 잡는 것’은 불가능한 소망이었는지도 모른다. 주도권의 수단이 ‘대화’이고, 우리에겐 그 외에는 주도권을 잡을 수단이 없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이고 있다. 김정은 정부에게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 실질적 위협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북이 보기에는 ‘미제의 괴뢰집단’일 뿐이다. ‘평화협정’도 정전협정의 파트너인 미국과 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으려면 북한이 인정을 해야 한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는다는 말은 대화의 파트너인 북한이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뜻한다. 북한은 일단 움켜쥔 주도권을 한국 정부와 나눌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인다.

북한 김정은을 제대로 이해해야 제대로 된 대응전략을 얻을 수 있다. 국내정치의 연장선에서 북한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그들의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우리정부는 우리의 욕심 때문에 그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문대통령이 미국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뻥을 치고 있다’고 말한 것은 그런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핵을 포기할 수 없다. 핵 포기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무력화와 붕괴를 의미한다.

핵이 없었다면 북은 어떻게 지금같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으며,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었겠는가? 아마도 흡수통일을 기다리는 무기력하고 무능한 정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이미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었을 수도 있다. 자유세계에서는 ‘미치광이’라 폄하하지만, 김정은 정권과 그 선대는 나름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유일한 생존전략으로 핵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김정은의 처지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역사적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러시아를 지금의 강대국으로 만든 이반 뇌제(雷帝 : Ivan Ⅳ, Ivan the terrible)가 그 좋은 실례다. 스탈린이 추앙했고, 푸틴도 모델로 삼는 러시아의 대표적 짜르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나뉜다. ‘미치광이’인 동시에 ‘러시아를 강국으로 만든 최고의 전제군주’가 그것이다. 둘 다 일면의 진실이 있고, 서로 모순되는 평가도 아니다.

이반 뇌제는 잔인했다. 아들을 꼬챙이로 찔러서 죽였고, 직접 죽인 귀족만 해도 수천명이 됐다. 광기를 부렸고, 납득하기 힘든 제안을 귀족들에게 해서 결국 관철시켰다. 반면, 농민들에게는 추앙을 받았다. 귀족을 억압해 농노들에게 (또 다른 귀족의 착취를 받게 했으나) 심리적인 위안을 주었다. 김정은의 편을 드는 푸틴이 이반 뇌제를 모델로 하듯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진시황제를 모델로 한다.

시주석을 ‘시황제’라 부르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진시황제도 잔인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지만 중국 최초의 통일왕국을 세웠다. 중국의 영어표기도 시황제가 세운 진나라에서 나왔다. 북한의 김정은이 잔인한 독제자들을 모델로 삼는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지지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김정은이 이반 뇌제와 시황제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도 마찬가지고 잔인하다. 형제를 화학무기로 암살하고 고모부를 처형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숙청되고 무자비한 방법으로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북한 민중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도 있다. 방송에 나오는 ‘인민의 눈물’이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 만은 없다. 북한의 귀족으로 볼 수 있는 공신들 즉 공산당의 고위간부들을 처형해 불만을 돌리기도 했다. 이반 뇌제도 같은 방법으로 농민들로 부터 추앙을 받았다. 인민들은 핵을 통해 당당하게 미국에 맞서는 모습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다. 통제된 사회의 민중은 그를 추앙하지 않기가 더 힘들다.

마지막에 힘을 빠지면 한꺼번에 등을 돌릴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그에게는 힘이 있고, 수단이 있다. 충성하는 군부도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의 시각에서 판단하면 우리는 해법을 찾기 힘들다. 북은 우리정부가 대화를 하자고 내민 손을 뿌리쳤다. 오히려 그 팔을 잡아 꺾고 있다. 우리가 달래고 눈물로 호소해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 뒤에 있는 미국 때문에 더욱 잔인해 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내민 당근을 먹고 힘을 내 채찍을 든 미국과 겨루는 형국이다. 미국과 같은 외부의 강력한 위협을 모른 척 넘기는 것은 내부 (취약한) 권력을 유지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김정은이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이를 위해 스스로 미국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핵(미사일)인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이 핵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이제 우리정부도 뭔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충청도 말로 ‘깐보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도 당당하게 맞설 의지와 실력을 보이고, 대화, 압박의 병진전략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가 대화를 위한 당근만을 고집할 경우, 채찍 활용 국면에서 우리의 역할은 더욱 미미해진다. 한반도에 위기가 온다면, 휘두르는 채찍과 방어하는 무기를 우리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당근과 채찍을 모두 구사할 수 있음을 보여야 한다. 적어도 그런 주장은 해야 한다. 그래야 협상력도 생기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얘기한다. ‘핵을 막을 수 있는 것은 핵 뿐이다’, 우리는 적어도 ‘방어적 목적의 핵무기는 검토해 볼 수 있다’ 정도의 발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이번 ‘신 베를린 선언’도 밋밋하다는 평을 피할 수 있었고, 세계열강들은 우리의 의사를 타진하려고 주목을 할 것이고, 그렇게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경우, 미국도 대북카드에서 ‘코리아 패싱’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쉬운 일이다. 새롭지도 않고, 효과가 잊지도 않아 보이는 10년 전 모범답안을 다시 쓰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안쓰럽다. 미국과 북한으로 부터 주도권을 빼앗아 오는 길이 있는데, 왜 돌아 가려고만 하는가?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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