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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개입하려는 정치권에 손들고 말 것인가


입력 2017.07.07 07:13 수정 2017.07.07 08:06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통신요금 논란과 투자자 소송의 필요성

한 시민이 휴대폰 판매점을 바라보고 있다. 휴대폰 간판 위로 이통3사 로고가 찍혀있다.ⓒ연합뉴스 한 시민이 휴대폰 판매점을 바라보고 있다. 휴대폰 간판 위로 이통3사 로고가 찍혀있다.ⓒ연합뉴스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개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강제 건강보험제도를 낳았다. 그런데 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통신요금을 통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가계 지출에서 통신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이를 정치 이슈화해서 통신비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공약이 대선 과정에서 나왔고, 이 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통신요금 통제가 현실의 문제가 된 것이다.

시장에서의 가격이 시장경쟁을 통한 기업가적 발견 과정에서 정보전달 수단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는 미제스와 하이에크를 비롯한 오스트리아학파가 이미 잘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정치인들이 이렇게 아무 거리낌 없이 가격 결정에 개입하고, 또 대중이나 야당이 이에 대해 별로 반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대중과 정치권을 향한 설득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제기하려는 것은 시장 가격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 대한 걱정이 아니라 정치와 법의 지배 문제다. 만약 선거에서 후보자가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통신비 가운데 기본요금을 철폐하겠다는 유형의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거는 것이 당선 확률을 높이는 유효한 전략이 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그런 공약을 내거는 것 자체를 불법화하는 선거법의 제정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그런 선거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정치라는 것을 이런 유형의 공약을 통해 시장에서의 분배결과를 다시 분배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사실 현재 정당의 이념 성향과 상관없이 특정 정당의 후보자가 이런 식의 공약을 내걸면 다른 정당의 후보자도 비슷한 공약을 내거는 경향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 강성노조에 대한 비판의 측면에서는 후보들 간 차별성이 있었지만, 소위 서민의 생계문제와 관련해서는, 예를 들어 통신비용 인하나 취약 계층의 부채 부담 완화 등에 대해서는 후보들 간에 차별성이 별로 없었다.

법의 지배를 잘 실천하는 사법부가 존재한다면 그런 공약을 무효화시키는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그런 사법부를 가질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사실 대선 과정에서 이런 공약들이 제시될 때 이 공약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부각되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려고 할 때는 어김없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부상하고, 아울러 이런 가격 통제가 소비자들의 장기적 이익에도 반한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통신요금의 경우에는 통신사들이 그들이다.

통신요금 통제는 통신사들이 그들의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자신이 결정할 재산권을 침해한다. 그렇다면 통신사들이 그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가격 통제에 대해 사법부에 소송을 하고, 법원에서도 이들의 개별 재산권을 존중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확고한 ‘법의 지배’ 원칙을 고수해주기만 한다면, 아마도 가격을 통제하려는 공약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실 따지고 보면 특정 이익집단의 이익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공공선택론의 결론이지만) 정부가 시장경제에 간섭할 수 있다는 논리가 엄연히 현행 헌법 속에도 들어 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통신사의 재산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재판을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사들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런 정부의 가격 통제를 정당화해주는 법률적 조항이 있기만 하다면 판사들이 정부의 가격 통제를 승인하는 판결을 내릴 공산이 높을 것이다.

이런 사법부의 ‘법의 지배’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이전에 과연 이동통신사들이 법원에 정치권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배짱’이 있는지도 문제다. 통신사와 같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의 기업들은 다양한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정부의 가격 통제로 인해 손실을 입는 국내외 투자자의 경우에는 통신사와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투자자 소송을 할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

반복적으로 드러난 폐해에도 불구하고 가격 통제를 통해 손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정치권력의 태도도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자유의 대가는 끊임없는 불침번이라 했던가. 세상이 저절로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믿기에는 지금의 정치경제 시스템의 약점들이 너무 크다. 가격 통제에 대한 정치권력의 태도도 저절로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 소송이든 아니면 그 무엇이든 어떤 ‘행동’이 없다면,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깊이 생각해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가격 통제를 하려는 정치권력의 관습적 태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글/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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