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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식 ‘비정규직 제로’ ,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울려…부작용 속출


입력 2017.06.24 00:01 수정 2017.06.24 07:49        한장희 기자

"비정규직을 모두 해고해서 정규직만 남기는 것 아닌가" 우려

"정부가 시장 개입하면 사업주들은 빠져나갈 방법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을 시연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을 시연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공약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이틀 뒤인 지난달 12일 공식 외부 첫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들부터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민간기업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포부였지만 결론적으로 비정규직들에게 '눈물'을, 또 보호 받아야 할 중소기업들에게도 '고통'을 주고 있다.

24일 정치권과 노동계, 인천지역 중소기업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다녀간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해고당할 위기감으로 바꿨고, 인천지역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빠졌다고 입은 모은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말 15년간 일해 온 엘리베이터 정비 하청업체를 변경했다. 이 때문에 기존 하청업체에서 새로운 하청업체로 회사로 옮기게 된 기존의 비정규직 노동자 90여명은 새롭게 채용되는 입장이 돼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빠질까봐 불안에 떨었다.

특히 새 하청업체는 이달 초 절반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가 노동자들의 반발하자 취소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이에 대해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를 비판하며 “인천공항 외 다른 공공기관의 경우도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멀쩡히 일하던 비정규직을 오히려 해고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그나마 있던 일자리에서 마저 내쫓기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한적 인건비 예산으로 눈치 보며 대통령 지시를 따르려다보니 예견된 일자리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정규직을 없앤다더니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됐다”며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공약의 현실이 비정규직을 해고해서 정규직만 남기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어 말했다.

지난달 1일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에 설치된 전태일 동상에서 유세일정이 예정된 가운데 안 후보가 비정규직과 노동악법 철폐를 촉구하며 광화문 일대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외면했다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전태일동상을 둘러싸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지난달 1일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에 설치된 전태일 동상에서 유세일정이 예정된 가운데 안 후보가 비정규직과 노동악법 철폐를 촉구하며 광화문 일대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외면했다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전태일동상을 둘러싸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천지역 중소기업들이 구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사장은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가 나면서 가뜩이나 인력난을 겪고 있는 남동공단에 들어오려는 청년들이 싹 사라졌다”며 “인천지역의 청년들이 모두 다 인천공항으로 달려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무현 정부 때 통과됐던 비정규직법 때문에 비정규직을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제도개선, 이것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열악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업주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시점 직전에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해고한다든지 해서 더 일할 수 있는데 일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보다는 동일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동일임금과 동일처우를 법제화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우리사회가 일자리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한다면 사업주들은 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갈 방법을 만들어 내 오히려 노동자들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장희 기자 (jhyk77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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