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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도시바메모리 인수...최태원 뚝심의 승리


입력 2017.06.21 15:33 수정 2017.06.21 15:44        이홍석 기자

도시바, 한미일 연합 우선협상자로 결정...28일 정식 계약

브로드컴에 역전승...반도체 경쟁력-그룹 내 영향력 강화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도시바 본사 건물 전경.ⓒ연합뉴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도시바 본사 건물 전경.ⓒ연합뉴스
도시바, 한미일 연합 우선협상자로 결정...28일 정식 계약
브로드컴에 역전승...반도체 경쟁력-그룹 내 영향력 강화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21일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승부수에 대한 높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함께 그룹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일본 교도통신 등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을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3국 연합은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을 주축으로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베인캐피탈, 한국 SK하이닉스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인수 자금으로 약 2조1000억엔(약 21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인수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미국 브로드컴과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컨소시엄보다는 낮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도시바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라 3국 연합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3국 연합과 정식 계약을 체결할 계획으로 내년 3월까지 매각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도시바는 매각대금으로 미국 원전 사업의 대규모 손실로 발생할 채무를 상환할 계획이다.

‘뚝심의 승부사’ 최태원 회장, 역전승 이끌어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한 것은 최태원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다.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손을 잡고 인수전 막판에 미-일 연합에 극적으로 합류하는 전략은 3국 연합의 대역전승의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말 1차 입찰로 시작된 도시바메모리 인수전 초반은 브로드컴, 웨스턴디지털(WD),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물량 공세를 앞세운 대만 홍하이정밀공업 등 중화권 업체들이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일본 재무적투자자(FI)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응했지만 제시한 금액이 경쟁자들보다 적은데다 기술 유출 우려가 큰 일본 내 여론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21일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하면서 최태원 SK 회장의 승부수에 대한 높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015년 8월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4 공장 준공을 앞두고 생산 설비 가동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SK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21일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하면서 최태원 SK 회장의 승부수에 대한 높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015년 8월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4 공장 준공을 앞두고 생산 설비 가동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SK
최 회장은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다소 불리하게 돌아가자 직접 일본을 방문, 도시바 경영진들과 만남을 갖고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현 도시바 경영진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이를 좀 더 구체화하기 전에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도시바메모리 경영진과 도시바 등이 참여할 수 있는 ‘경영자매수(MBO)’를 제안했다. 현 도시바 경영진이 49% 수준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베인캐피털과 협업으로 인수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우려가 커진 인수자금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됐다.

그럼에도 미국 브로드컴 컨소시엄에 비해 밀리자 전격적으로 미-일 연합에 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컨소시엄 구성원이 많아지면 지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대’를 위해 ‘소’를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이는 미-일 연합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인수자금을 해결하는 동시에 전 세계 각국의 동종업계 독점금지법을 피할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됐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독점금지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할당된 약 3000억엔(약 3조원)의 자금을 직접 출자하지 않고 융자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다들 반대한 하이닉스 인수를 성사시킨 최태원 회장의 뚝심 있는 승부사 기질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며 “이번 인수를 계기로 SK의 반도체 경쟁력이 어떨게 변화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경쟁력 강화-영향력 상승 ‘두 마리 토끼’ 잡는다
SK하이닉스는 불리한 여건에서도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 특히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던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점유율은 10.1%로 삼성전자(35.4%)·도시바(19.6%)·웨스턴디지털(WD·15.4%)·마이크론(11.9%) 등에 이어 5위다.

하지만 이번 도시바메모리 인수로 2위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으로 관련 투자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낸드플래시에서 경쟁력을 확대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그룹 내부에서의 입지도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 지난 2012년 그룹에 편입된 SK하이닉스는 이미 그룹 대표 계열사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이 3조2767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을 뛰어넘은데 이어 올 1분기에는 지난해 전체의 70%가 넘는 2조4676억원이라는 분기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분기 재경신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0조를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컨소시엄이 한·미·일 3국 연합으로 다소 복잡하게 구성돼 향후 SK하이닉스의 경쟁력 강화는 조금 더 신중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3국 연합이 일본 반도체 기술 유출 방지 및 고용 유지를 내세운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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