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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자초' 어설펐던 슈틸리케 전술의 모순


입력 2017.06.14 11:09 수정 2017.06.14 14:00        데일리안 스포츠 = 서현규 객원기자

카타르와의 원정경기서 패하며 본선행 먹구름

기성용-한국영 배치가 어정쩡한 공격으로 이어져

이날 실질적인 한국의 포메이션은 기성용이 한국영과 함께 3선에서 활동하는 4-2-3-1이었다. ⓒ 대한축구협회 이날 실질적인 한국의 포메이션은 기성용이 한국영과 함께 3선에서 활동하는 4-2-3-1이었다. ⓒ 대한축구협회

지난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나왔던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카타르와의 원정 경기에서 2-3 패했다.

이로써 승점 추가에 실패한 한국(승점 13)은 전날 이란에 패한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의 격차를 유지하며 A조 2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3골을 내준 수비진은 당연 최악이었다. 지난 10월 한국에서 펼쳐진 카타르전부터 지난주 이라크와의 평가전까지 2실점 이상을 내준 경기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 그리고 이날 카타르의 핵심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가 결장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 수비진에 더욱 큰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격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전력을 감안하면 카타르를 상대로 승기를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2실점을 허용한 이후인 61분에 첫 골을 터뜨렸다는 것도 문제사항이었다.


플레이 메이커 없는 공격 라인과 맞지 않는 성향

이날 카타르는 한국이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시작할 때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양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전방으로 볼을 뿌려주는 기성용을 집중적으로 수비했다. 때문에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까지 빌드업시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 카타르의 강한 전방 압박에 대응해야 했다.

빌드업시 카타르의 강한 전방 압박과 공격 라인의 성향에 대한 문제점. ⓒ 데일리안 서현규 빌드업시 카타르의 강한 전방 압박과 공격 라인의 성향에 대한 문제점. ⓒ 데일리안 서현규

문제점은 최전방 공격 라인을 이루고 있는 '손흥민(이근호)-황희찬-지동원'의 성향이었다. 손흥민은 공격의 쉼표보다는 마침표 역할에 더욱 잘 어울리는 선수다. 황희찬은 스피드를 강점으로 삼고 있는 공격수이며, 스트라이커를 병행할 수 있는 지동원은 결코 창의적인 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3명의 공격수가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다 보니, 빌드업 시 이재성이 수비 진영으로 빠진 상태에서 밑선으로 내려와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을 이어줄 선수가 없었다. 지난 이라크전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그와 맞지 않은 선수에게 맡긴 것이 문제였다면, 이번 카타르전에서는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빌드업 상황이 아닌 공격 단계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공격 라인에서 유기적으로 내려와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해줄 선수가 없으니 높은 지점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기가 힘들었다. 더욱이 한국은 만들어가려는 공격을 계속해서 시도했다. 이날 한국의 득점 장면을 다시 돌려본다면 2골 모두 매우 간결한 플레이로 성공시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플레이 메이커 성향의 선수가 없는 공격 라인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과르디올라의 해결책. ⓒ 데일리안 서현규 플레이 메이커 성향의 선수가 없는 공격 라인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과르디올라의 해결책. ⓒ 데일리안 서현규

맞지 않는 중원 형태와 공격 라인의 성향

그렇다고 공격 라인에 플레이 메이커 성향을 가진 선수를 배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전술에는 명확한 답이 없다. 충분히 다른 해결책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에 대한 전술적 실마리를 전혀 잡지 못했다.

'공격 라인에 플레이 메이커 성향을 갖춘 선수가 없다'라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중원을 역삼각형 형태로 구축하여 좌우 미드필더에게 공, 수 진영을 활발하게 오갈 것을 주문했다. 빌드업 시 앞선으로 볼을 운반해주고, 공격 시에는 2명 모두가 최전방 라인의 바로 밑선을 맡아줘 문제점을 보완했다.

이러한 해결책을 이번 카타르전 전술과 비교해본다면 중원 조합을 정삼각형 형태로 구성했다는 것, 즉 기성용과 한국영을 모두 공격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자 모순이었다.

남은 2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기당 최소 1골은 무조건 넣어야 한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앞으로도 모호한 전술을 들고 나온다면 한국의 러시아행 티켓 확보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현규 기자 (toru_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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