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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는 말한다 모두다 버리고 오라고...


입력 2017.06.11 07:28 수정 2017.06.11 07:45        데스크 (desk@dailian.co.kr)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마라도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하기로 한다.<필자 주>

【12.31(목), 네 번째 날】

오늘은 9시에 집을 나서 모슬포항 대합실에 9시 30분쯤 도착했다. 마라도행 배가 10시에 있는 것으로 알고 왔는데 9시 50분에 출발하는 관계로 서둘러 매표를 하고 곧바로 항구로 나가 승선했다. 1인당 왕복 승선료가 1만 7000원이다. 추운 겨울인데다 2015년 마지막 날인데도 마라도로 가는 배에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데 바람이 거세니까 별로 크지 않은 배라서 많이 울렁거린다. 짧은 거리인 관계로 참을 만하다.

마라도에 내려 조금 올라가니 제일 먼저 보이는 가게가 짜장면집이다. 이 좁은 마라도에 중국집이 9곳이나 된단다. 처음 이창명 씨가 광고해 유명해진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가게가 생긴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모양이다. 호객행위를 하는 가게를 지나 직진해서 마라도를 한 바퀴 돌았다.

마라도 입구 잔디밭에서 어미가 새끼 목을 물고 장난치는 모습.ⓒ조남대 마라도 입구 잔디밭에서 어미가 새끼 목을 물고 장난치는 모습.ⓒ조남대

동네 입구 따뜻한 잔디밭에서 어미 개가 새끼와 둘이서 장난치며 노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어미가 새끼의 목을 한입에 물고 노니는 장면이 우리가 보기에는 아플 것 같은데도 재밌는 모양이다. 조금 지나니 ‘대한민국 최남단’이라고 새긴 표지석이 보인다.

마라도 정상 부근 갈대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성당.ⓒ조남대 마라도 정상 부근 갈대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성당.ⓒ조남대
마라도 정상 부근 갈대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성당.ⓒ조남대 마라도 정상 부근 갈대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성당.ⓒ조남대

마라도 정상부근에 있는 마라도 성당은 규모는 작지만 너무 아름답다. 외롭게 보이면서도 또 주변 분위기에 어울리게 아담하고 아주 예쁘게 서 있다. 동그란 외벽이 항토색으로 되어 있어 누렇게 변한 주변 갈대와 잘 어울린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내부에 들어가니 관리하시는 분은 없지만 문은 열려 있다. 경희와 둘이서 방명록을 적고 무릎 꿇고 앉아 기도를 드렸다. 우리가 여행을 마칠 때까지 건강하게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출발함에 있어 많은 것을 느끼고 얻어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했다.

마라도 등대를 지나 한 바퀴 돌고는 다시 가게 있는 곳으로 내려와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가게에 들어가 짜장면을 시켰다. 가격이 7000원 하는 해물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좀 부실해 보였다. 그러나 맛을 보니 면발이 쫄깃쫄깃한 것이 괜찮다. 시간이 별로 없어 10분 만에 후다닥 먹고는 11시 50분에 나오는 배를 탔다.

바람이 센 바닷가에서 외롭게 고기 잡는 낚시꾼.ⓒ조남대 바람이 센 바닷가에서 외롭게 고기 잡는 낚시꾼.ⓒ조남대

바람이 마라도에 들어올 때보다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선장이 마이크로 들어올 때는 뒤에서 부는 바람이라 배의 롤링이 적었는데 나갈 때는 앞에서 부는 바람이라 배가 많이 흔들릴 것 같으니 멀미를 덜 하려면 배 중앙으로 앉으라고 안내를 한다. 배가 많이 흔들렸다. 어떨 때는 바이킹 타는 것처럼 심하게 흔들려 승객들이 놀라 소리치기도 했다. 그러나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금방 돌아왔다.

이 시간 이후부터는 올해 마지막 날 일몰을 협재해변에서 보기 위해 해안도로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가며 구경하면 된다. 가는 도중에 해안가에 조형물을 소라껍데기 모양으로 만들어 놓아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조금 지나 제주도 지질공원 입구에 있는 수월봉에 올라가니 제주도 서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엄청 세다. 날아갈 것 같다는 말이 실감 난다. 바로 옆에 있는 고산기상대 전망대에 올라 차귀도와 용수풍력발전소 등을 조망했다.

매기의 추억 카페 안에서 쉬고 있는 여행객.ⓒ조남대 매기의 추억 카페 안에서 쉬고 있는 여행객.ⓒ조남대
매기의 추억 카페에서 녹차라떼와 케이크 한 조각을 시켰다.ⓒ조남대 매기의 추억 카페에서 녹차라떼와 케이크 한 조각을 시켰다.ⓒ조남대

차귀도 앞바다는 그저께 와 본 관계로 그냥 기념사진만 찍고 지나갔다. 한림 부근 해변 길은 연세대 최고위 동기들과 얼마 전에 한번 와 본 곳이었기 때문에 차를 타고 그냥 지났다. 오는 도중에 풍력단지를 지나서 ‘매기의 추억’이라는 멋있고 조그마한 카페에 들렸다. 녹차라테와 케이크를 시켜 놓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차를 한잔 하며 좀 쉬다가 잘 꾸며놓은 카페 바깥에서 둘이 온갖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었다. 협재해변과 한림항을 지나 오늘 마지막 코스인 곽지과물해변까지 왔다. 곽지과물해변도 제주도 다른 해변과 마찬가지로 하얗고 고운 모래가 참 예쁘다.

곽지해물해변에 있는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노천탕.ⓒ조남대 곽지해물해변에 있는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노천탕.ⓒ조남대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내리쬐는 한림 해변 모습.ⓒ조남대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내리쬐는 한림 해변 모습.ⓒ조남대

2015년 12월 31일 금년 마지막 날 일몰 보기 위해 협재해변으로 이동했다. 많은 사람이 일몰을 보기 위해 벌써 해변에 나와 있다. 그러나 일몰시각인 5시 반이 되어가도 구름이 꽉 덮여있어 일몰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 아쉬움을 달래며 집으로 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식료품과 돼지고기 등을 사서 6시 반쯤 좀 일찍 돌아왔다. 오랜만에 밥을 해서 돼지고기를 구워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85㎞ 정도 달렸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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