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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이재용 뇌물죄' 혐의 입증 못한 특검, 자충수 두지 말아야


입력 2017.06.08 11:28 수정 2017.06.08 11:40        이홍석 기자

포괄적 뇌물죄 핵심 '삼성물산 합병' 청탁혐의 입증 실패

지금 필요한 것은 주장 아닌 근거...객관적 사실 직시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다투는 재판에서 이슈가 세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특검의 기소 혐의는 입증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이 기획재정부 1차관 시절인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중장기 조세정책 심의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는 모습.ⓒ기획재정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다투는 재판에서 이슈가 세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특검의 기소 혐의는 입증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이 기획재정부 1차관 시절인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중장기 조세정책 심의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는 모습.ⓒ기획재정부
포괄적 뇌물죄 핵심 '삼성물산 합병' 청탁혐의 입증 실패
지금 필요한 것은 주장 아닌 근거...객관적 사실 직시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다투는 재판이 이제 반환점을 넘었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에서 시작된 이슈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신규출차 해소 이슈를 넘어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검토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 이슈는 세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특검이 재판의 핵심인 기소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는 뇌물공여 실체인 ‘승마지원’ 뿐만 아니라 그 이유로 작용한 ‘삼성물산 합병’ 이슈에서도 그대로 변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다.

이번 재판 중반부에 핵심 이슈로 등장한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신규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재판의 향배를 판가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이는 특검의 주장대로라면 삼성이 최 씨 모녀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된 배경이 되는 만큼 혐의 입증 여부가 특검 뿐만 아니라 변호인단에게도 주요 관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승마지원 여부 자체보다 지원의 동기가 되는 순환출자 해소 이슈에서 청탁이나 로비, 지시 등의 혐의 입증이 판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 터였다.

하지만 특검은 자신들이 채택한 증인들로부터 입증을 자신했던 기소 혐의 어떤 것도 명확히 입증해 내지 못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다. 순환출자 해소 관련 삼각 고리라고 봤던 '공정거래위원회-청와대-삼성'에서 어떠한 청탁과 지시의 혐의를 밝혀 내지 못한 것이다.

순환출자 해소 관련, 핵심 증인 3명 중 한 사람으로 공정위에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와 지배구조를 조사 및 감시하는 업무를 담당해 온 석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주식처분 규모는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석 사무관은 지난달 24일 17차 공판에서 삼성의 처분 주식 규모가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어든 것에 대해 “판단할 사항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400만주로 볼 수 있다는 것(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변호인단이 “기준 적용 방법에 따라서는 처분 주식수가 0이 될 수도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답해 청와대의 압력과 지시 때문이었다는 특검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 이후 26일 1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도 삼성물산 합병 관련 주식처분 규모 축소는 내부 결정에 의한 것으로 삼성이나 청와대의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특검이 조사 당시 추정과 가정에 의한 유도신문으로 진술을 강요받았다면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증인으로 출석했다며 특검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 핵심 증인으로 지난 1일 2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도 "청와대가 공정위의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해소 관련 주식처분 규모 결정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특검이 채택한 증인들이 모두 한결같이 특검의 주장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면서 혐의 입증을 자신하던 특검은 초조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 전 부위원장을 위증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방증하는 것이다. 설령 그가 위증했더라도 특검이 혐의 입증이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다면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같은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승마지원에 이어 삼성물산 합병에서도 뚜렷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특검이 어떠한 카드로 재판에 나설지 궁금하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주장보다는 근거다.

수사 당시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객관적 사실과 진실을 외면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특검이 기억하기를 바란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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