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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교체론? 미궁에 빠져버린 축구협회


입력 2017.06.08 09:10 수정 2017.06.09 10:25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이라크와의 평가전서 무기력한 경기력 선보여

축구협회, 최종예선 때까지 기다린다는 방침

부진한 경기력이 이어지고 있는 슈틸리케호. ⓒ 데일리안 부진한 경기력이 이어지고 있는 슈틸리케호. ⓒ 데일리안

슈틸리케 감독의 파격적인 전술 실험이 실패로 끝나며 다시 한 번 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에미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한 대표팀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지적되어온 ‘무(無)전술’ 비판을 의식한 듯 다소 파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바로 주장 기성용을 수비수로 배치한 스리백 포메이션이었다.

스리백은 최근 프리미어리그를 강타한 회귀 전술이라 할 수 있다. 90년대까지 전 세계에서 두루 쓰이던 이 전술은 2000년대 들어 포백이 정착되면서 사장됐고, 보다 수비적인 경기력을 요구할 때 깜짝 쓰이곤 했다.

물론 완벽한 전술은 없으며, 마치 가위바위보 싸움하듯 전술도 돌고 돌기 마련이다. 실제로 올 시즌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 전술로 크게 재미를 보며 우승까지 차지했고,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역시 간간이 사용하면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플랜B는 없느니만 못한 전술이 돼버리고 말았다. 공격과 수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중원 강화를 꾀했으나, 경기를 조율할 플레이메이커의 부재와 함께 윙어들의 움직임마저 둔화돼 어정쩡하게 시간만 흘려보낼 뿐이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들어 포백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실험이 실패였음을 인정한 선택이었다.

대표팀은 점유율을 높여나가며 여러 공격 루트를 만들어냈으나 최전방까지 공을 연결하는 마지막 세밀함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유효슈팅 제로에 그치며 이렇다 할 소득 없이 90분이 마무리되고 말았다.

축구협회는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지게 됐다. 여론은 여전히 슈틸리케 감독에게 냉담한 반응이며, 지금의 경기력이 이어진다면 최종 예선 통과 역시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조 2위의 한국은 승점 4 차이로 벌어진 이란을 따라잡기 보다는 승점 1로 바짝 추격 중인 우즈벡을 따돌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하지만 남은 경기들이 만만치 않다. 대표팀은 이제 카타르(원정), 이란(홈), 우즈베키스탄(원정)과의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탈락이 확정된 카타르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대이며, 이란과의 홈경기는 양 팀 악연을 고려했을 때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이다. 그리고 우즈벡과의 최종전에서 최종 예선행이 결정될 가능성이 무척 크다.

설령 본선에 오르더라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2014년 홍명보호 전철을 밟지 말란 법도 없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이른바 ‘엔트으리’로 논란을 만들더니, 본선에서 전술 부재에 따른 최악의 경기력으로 지금껏 쌓아온 자신의 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 감독인 슈틸리케를 선임했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에 감독 교체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3월 시리아전(1-0승)이 끝난 뒤 기술위원회를 소집한 축구협회는 ‘유임’을 결정했다. 다만 조건을 달았다. 최종 예선 남은 3경기를 지켜본 뒤 최종 판단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한국은 월드컵 본선행에 만족해서는 안 되는 팀이다. 한국 축구의 위상과 인프라, 그리고 뜨거운 축구 열기 등은 이제 세계적인 팀과 경쟁하기에 결코 모자람 없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그러면서 그에 걸맞은 사령탑을 요구하는 팬들의 바람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대표팀서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을까. 지금 상황이라면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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