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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고수’ 그리즈만, 욕심 부린 스네이더르 잊었나


입력 2017.06.03 07:22 수정 2017.06.04 08:0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6개월 넘게 맨유 이적설, 잔류 희망 밝히기도

2010년 스네이더르는 욕심부리다 몸값 하락

이적시장 평가액 TOP 10. ⓒ 데일리안 김윤일 이적시장 평가액 TOP 10. ⓒ 데일리안 김윤일

이적 여부를 놓고 끊임없이 말이 오가고 있는 ‘밀당 고수’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행선지가 올 여름 이적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즈만은 지난해 겨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이적설에 휘말린 이후 6개월 넘게 거취가 불분명한 상태다.

유럽 현지에서는 ‘이미 이적에 합의했다’라는 말부터 ‘잔류하겠다’라는 말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중이다. 여기에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시 “재계약을 제안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애를 태우고 있다.

현재 그리즈만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잔류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남겼다. 소속팀 역시 천문학적인 바이아웃 금액이 담긴 재계약서를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이적시장의 문은 아직 열리지도 않았고, ‘밀당’이 이어질수록 그리즈만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급할 것 없는 입장이다.

그리즈만은 2015-16시즌 잠재력이 폭발하며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최정상급 공격수다. 당시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제치고 라리가 MVP를 수상했으며, 프랑스 국가대표로 참가한 유로 2016에서도 골든 부트(득점왕)를 수상하며 이른 바 ‘인간계 최강’이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다.

2014년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 3000만 유로(약 377억 원)였던 이적료는 이제 3배 가까이 뛰어오른 상황이다.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그리즈만의 예상 몸값은 8000만 유로(약 1005억 원)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리오넬 메시(1억 2000만 유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이상 1억 유로), 루이스 수아레스, 가레스 베일(이상 9000만 유로)에 이른 세계 축구 선수 6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그리즈만은 2014년 이적 당시 3000만 유로로 평가 받았지만 이듬해 4500만 유로, 그리고 유로 2016이 끝난 뒤에는 7000만 유로로 몸값이 껑충 뛰었다. 실제 이적료가 예상몸값보다 훨씬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리즈만의 이적이 이뤄진다면 역대 최고액을 찍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갈팡질팡하는 선수의 입장이다. 이적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몸값을 크게 높이려는 것인지, 잔류를 희망하면서 보다 좋은 조건에 재계약하고 싶은지에 대한 뜻이 불분명하다.

그리즈만의 이적여부는 이적시장 내내 뜨거운 화두가 될 전망이다. ⓒ 게티이미지 그리즈만의 이적여부는 이적시장 내내 뜨거운 화두가 될 전망이다. ⓒ 게티이미지

비슷한 예가 있다. ‘밀당’만 하다 결국 몸값을 크게 낮춰 터키 리그로 이적한 베슬리 스네이더르다.

스네이더르는 2009-10시즌 인터 밀란의 유러피언 트레블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여기에 시즌 후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조국 네덜란드를 준우승으로 이끌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당시 스네이더르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2010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MOM(Man of the match)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 도움왕, 그리고 월드컵에서는 실버볼(MVP 2위), 브론즈 부트(득점 공동 1위)를 휩쓸었다.

2010년 발롱도르 수상이 유력했지만 아쉽게 바르셀로나 3인방인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에 밀려 4위에 그치기도 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 스네이더르의 몸값은 크게 뛰었다. 당시 예상 몸값은 4500만 유로(약 566억 원). 따라서 스네이더르는 소속팀 인터밀란에 높은 주급을 보장하는 재계약을 요청했지만, 구단 측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고액 연봉자인 그의 주급을 삭감하려 했다.

불화를 감지한 빅클럽들은 곧바로 스네이더르에게 손을 뻗쳤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팀은 맨유였다. 맨유는 4600만 유로를 제안하며 이적이 급물살 타는 듯 보였지만, 끝내 주급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2년 반 동안 지지부진한 이적설만 내던 스네이더르는 그 사이 몸값이 크게 낮아졌고, 2013년 1월 터키의 갈라타사라이 유니폼을 입게 된다. 이적료는 고작 750만 유로(약 94억 원)였고, 주급 역시 인터 밀란 시절과 비교해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스네이더르는 밀당 끝에 몸값이 반토막 났다. ⓒ 게티이미지 스네이더르는 밀당 끝에 몸값이 반토막 났다. ⓒ 게티이미지

스네이더르의 사례는 지금의 그리즈만과 무척 흡사하다. 1984년생인 스네이더르는 26세였던 2010년, 월드클래스로 발돋움했고, 1991년생인 그리즈만 역시 26세 나이다. 두 선수 모두 챔피언스리그서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한 뒤 국가대표(월드컵, 유로)에서도 명성을 이어갔다.

스네이더르는 정점을 찍은 뒤 불과 두 시즌 만에 기량이 하락했다. 그리즈만도 빅리그와의 링크가 뜨고 벌써 한 시즌이 흘렀다. 자칫 욕심이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사례가 그리즈만을 서서히 옥죄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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