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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겸임 장관들, 동료들 칼날 무디게 하는 몽돌 돼선 안된다


입력 2017.06.01 02:13 수정 2017.06.01 17:13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1234@dailian.co.kr)

내각제적 요소, 삼권분립과 상호견제 해치는 독(毒) 우려

논란 정책 추진시 여당 내 견제와 비판 기능 살아 있어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각제적 요소, 삼권분립과 상호견제 해치는 독(毒) 우려
논란 정책 추진시 여당 내 견제와 비판 기능 살아 있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여당 국회의원 4명을 각료에 임명하는 장관 인사를 단행했다. 행정자치부 장관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토교통부 장관에 김현미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에 김영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도종환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선수가 4~2선에 이른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인선 배경에 대해 “정당정치를 통한 책임정치의 구현이란 대통령의 평소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지방분권 적임자’, ‘발군의 정치력’, ‘위기의 해운산업 살릴 적임자’, ‘문화적 통찰력’ 등 다양한 미사여구를 동원해 인선의 적절성을 강조했다. 이들 외에 다른 각료직에도 현역의원들의 하마평이 나돌고 있다.

의원 겸임 장관들, 인사청문회와 대국회 관계에서 장점

청와대 입장에서 현역의원들을 차출할 때는 이들의 역량과 자질뿐 아니라 몇 가지 부대효과도 기대했을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비교적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는 점과 대(對) 국회 관계를 원활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의원들은 선거 때마다 국민 심판대에 올라 검증을 받기 때문에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변관리가 양호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 여당은 물론 일부 야당 의원들과도 ‘한지붕 동료’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했을 것이란 기대도 가능하다. 이런 점들은 청문회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며, 장관직 취임 이후에는 당청관계뿐 아니라 대야 관계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지금은 정권 출범 초기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후하게 평가되고 긍정적으로 보일 때다. 지난달 19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문 대통령의 향후 5년 직무 수행 전망을 물은 여론조사에서 국민 87%가 '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들의 기대와 지지가 높게 형성돼 있는 만큼 웬만한 사안들은 걸림돌 없이 일사천리로 밀어붙일 수 있는 환경이다.

정권초에는 순기능 작동 기대…장밋빛 베일 걷히면 부작용 활성화

그러나 진보진영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전임 보수정권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2008년 제17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에 향후 5년 직무 수행 전망을 물었을 때 긍정 답변은 79%였으며 2013년 제18대 박근혜 대통령는 71%였다. 약간의 격차는 있지만, 대선 득표율을 훨씬 웃도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선 3자가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시작이 좋다고 성공적 결말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정권 초기라서 모든 것이 ‘개혁 드라이브’에 보조를 맞춰 순기능적으로 작동하고 국정운영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들의 막연한 기대감이 한풀 꺾이고 장밋빛 베일이 걷히면 잠복 중이던 역기능이 부각되고 부작용이 활성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의원의 장관직 겸임도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내각제적 요소가 삼권분립과 상호견제를 해치는 독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통치구조는 기본적으로 대통령 중심제다. 이번처럼 국회의원들이 각료에 임명돼 행정부 장관을 겸직하는 것은 의원내각제적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내각제적 요소가 대통령제 하의 ‘삼권 분립’과 그들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을 해치는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회의 견제력이 무력해지면 가뜩이나 제왕적이라는 대통령의 권한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질 수밖에 없다.

가까운 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초유의 탄핵 위기에 직면했을 때 뒤늦게 ‘수직적 당청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여당 내에 청와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통령의 국정 실패를 미리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민주공화국의 헌법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내지른 일성이 제왕적 대통령에 유일하게 항거(?)했던 무용담으로 재평가될 정도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박 정부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의원을 계파 수장으로 한 친박계가 막강한 청와대 권력에 맞서는 견제 역할을 수행했다. 2009년 미디어법안 국회 통과 때 캐스팅 보트를 쥔 친박계가 원안 통과를 거부하자, 결국 언론매체의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낮추라는 박근혜 의원의 요구가 반영된 수정안이 통과됐다. 2010년 세종시법안 통과 때도 행정부가 제안한 수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박근혜 의원이 직접 반대토론에 나서 부결시킴으로써 원안이 통과됐다.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친박계의 견제 때문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 정부처럼 실패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대통령의 독주를 막는 친박계의 견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만하다. 반대로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그런 견제세력 부재에 연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범 4주째를 맞는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새로운 정책들을 양산하고 있지만 이들이 무결점이거나 지고지선(至高至善)일 수는 없다. 특히 ‘적폐 청산’을 내걸고 과거 정권 정책들을 재평가하고 경우에 따라선 결과를 뒤집는 작업에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많다.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비롯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사드 반입 과정에 대한 비서실 조사 등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처럼 이념적으로 좌파 색깔이 뚜렷한 정책도 같은 범주에 들어간다.

이론의 여지 있는 민감 정책 추진시 여당 내 견제와 비판 기능 살아 있어야

이처럼 이념과 관점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때는 여야를 떠나 견제와 비판의 기능이 살아 있어야 한다.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민감한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당 의원들이 초록동색(草綠同色)이라고 청와대 정책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일탈에 둔감해진다면 가래로 막을 일을 쟁기로도 못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고 실세였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를 비판할 때 야당으로서 느꼈던 무력감을 상기해보면 여당의 책임 방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는 여당 원내대표의 외침에 야당 의원들이 원군을 만난 듯 환호하고 찬사를 보냈던 장면을 기억한다면 그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독선과 부패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독선(獨善)의 유혹에 빠질 수 있고 부패하기도 쉽다는 것은 전임 정권이 가르쳐준 교훈이다. 이낙연 총리 인준안에 대해 ‘허니문’ 기간임을 감안해 여당이 일사불란하게 찬성표를 던져줬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묻지마 찬성’은 곤란하다. 의회 본연의 기능을 망각하지 않고 건강한 당청관계를 유지하는 게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길이다.

특히 행정부로 넘어간 의원 출신 장관들은 동료 의원들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는 행정부 방패막이 역할에 치중해선 안된다. 그들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했던 의회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을 효과적으로 장악하고 관료들을 채찍질해서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본인들의 강점을 살려야 할 것이다.

권혁식 기자 (kwonhs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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