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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상윤 "'귓속말' 끝에 몰린 경험…연기 고갈 느껴"


입력 2017.06.01 08:53 수정 2017.06.01 08:56        부수정 기자

이보영과 4년 만에 재회…"협업한 느낌"

"감정 소모 연기 답답하고 힘들어"

SBS '귓속말'을 마친 이상윤은 "감정 소모가 많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제이와이드컴퍼니 SBS '귓속말'을 마친 이상윤은 "감정 소모가 많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제이와이드컴퍼니

이보영과 4년 만에 재회…"협업한 느낌"
"감정 소모 연기 답답하고 힘들어"


"촬영할 때 숨이 막혔어요.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저를 때릴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답니다. 2~3회에선 집단 구타를 당한 느낌이 들었죠."

SBS 월화극 '귓속말'을 마친 배우 이상윤(35)은 살이 쏙 빠진 모습이었다. 그가 맡은 이동준 판사 캐릭터 탓이었다. 이동준은 신념을 지닌 판사였지만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신념과 어긋나는 선택을 한다. 잘못된 선택이 신영주(이보영)의 처절한 운명과 엮이면서 이동준은 위기에 처한 안쓰러운 남자가 된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이태원동에서 만난 이상윤은 정신적으로 지쳤다고 털어놨다. '공항 가는 길'(2016), '버저비터'(2017), '귓속말'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귓속말'은 '펀치', '황금의 제국', '추적자' 등 권력 3부작을 만든 박경수 작가가 집필한 작품으로,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법률가들의 우아함 뒤에 가려진 속살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사랑을 담았다. 마지막회에선 시청률 20.3%(전국 기준)를 나타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대한민국 가진 자들의 권력과 힘을 보여준 이 드라마는 결국 정의와 희망은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배우 이상윤은 SBS '귓속말' 속 이동준에 대해 "절대 악인은 아니다"고 했다.ⓒ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이상윤은 SBS '귓속말' 속 이동준에 대해 "절대 악인은 아니다"고 했다.ⓒ제이와이드컴퍼니

이상윤은 "작품 내내 인물들과 신경전을 벌여야 해서 힘이 많이 필요했다"면서 "사건이 빠르게 진행 되다 보니 계속 집중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다소 지친 듯한 이상윤은 "후회는 없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고민했고, 연기적인 부분에서 아쉽다"며 "극의 속도감을 따라가지 못해서 연기력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간 참여한 작품에선 인물을 따라갔는데 이번 작품은 사건을 따라가야 했어요.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저와 상관없는 사건들을 신경 쓰면서 연기해야 했으니까요."

극 초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동준을 보고 시청자들은 '고구마'(속이 답답하다는 뜻) 캐릭터라고 했다. 이상윤은 "약점이 잡힌 이동준으로 살아 보니 더 답답했다"며 "신영주(이보영), 강정일(권율), 최수연(박세영) 등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상태여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동준은 신념을 버리고 법률회사 태백의 변호사가 된다. 이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고난의 길을 겪는다. 칼에 찔리기도 하며 상습마약사범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고 배우는 회상했다. "도망갈 곳 없이 이렇게 몰린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반전이 계속 나와서 놀라고 또 놀랐죠. 뒤통수 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순간 멍해졌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동준은 약점이 잡힌 상태라 처음부터 짓눌려 있었답니다."

'신념의 판사'였던 이동준에게 닥친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이상윤은 "그 상황까지 몰리면 '이판사판' 시정이었을 것"이라며 "이동준은 자신의 삶을 잃고 싶지 않아서 태백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대답을 들려줬다. "소신을 굽히지 않을 만한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 몰렸을 때 현명한 대응 방식을 내놨을 거예요. 저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신념은 굽히지 않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상황에선 지키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상황에 닥쳐 봐야 알겠지만(웃음)."

배우 이상윤은 SBS '귓속말'로 재회한 이보영과의 호흡에 대해 "4년 전과 달리 이번엔 협업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이상윤은 SBS '귓속말'로 재회한 이보영과의 호흡에 대해 "4년 전과 달리 이번엔 협업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제이와이드컴퍼니

이상윤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박 작가가 그려낸 '권력의 민낯'을 간접 체험했다. 그는 "의리와 정, 사랑이 없어서 놀랐다"며 "특히 정일이와 수연이마저도 등을 돌리는 게 놀랍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동준이는 악한 사람은 아니에요. 사람 누구에게나 이기적인 면모, 욕심 있는 모습이 있으니까요. 어떤 선택의 상황에 놓인다면 동준이는 악을 선택하진 않을 거예요. 단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 거죠. 근데 정일이와 수연이는 사랑하는 연인인데 살기 위해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는 게 의외였어요. 함께한 세월이 있는 건데...만약 저라면 두 사람처럼 하진 않을 거예요. 상처를 입히기보단 상처받는 쪽을 택하겠어요."

'귓속말'엔 다양한 명대사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이상윤은 '악은 성실하다'는 대사를 '귓속말'의 메시지로 꼽았다.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종영한 건 배우로서는 큰 성과다. 그는 "체감 인기가 잘 느껴지지 않아서 아쉽다"며 "전작들이 너무 잘 돼서 그런 듯하다. 어쨌든 '귓속말'은 이야기의 힘이 큰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귓속말'이 보여주는 반전을 좋아하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피로하다는 시청자도 많았다. 배우는 "반전이 거듭되다 보니 그런 비판이 나온 듯하다"며 "그래도 반전을 좋아해 주시는 시청자와 박 작가님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박 작가님 특유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BS '귓속말'을 마친 이상윤은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제이와이드컴퍼니 SBS '귓속말'을 마친 이상윤은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제이와이드컴퍼니

시즌 2 가능성에 대해선 "할 수 있는 얘기는 다 했다"며 "이보다 더 강렬한 얘기가 있을까 싶다"고 솔직한 답변을 들려줬다.

신영주 역의 이보영과는 지난 2013년 KBS2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 이후 4년 만의 재회다. 이상윤은 "서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오랜만에 만났다"며 "그때는 누나를 계속 따라갔는데 이번엔 협업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영주와 이동준의 멜로에 대해선 평이 갈린다. 뜬금없다는 평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상윤은 "인간이 인간에게 품을 수 있는 연민과 동정 같은 감정"이라며 "둘의 멜로가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 써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힘든 작품이지만 분명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점도 있을 법하다. "고민한 순간이 있었지만 끝까지 잘 마무리했다는 점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전작 '공항 가는 길'에서도 이상윤은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쳤다. 유부남, 유부녀의 사랑을 그린 터라 쉽지 않았다. 그는 "힘든 감정 연기의 연속"이라며 "정신적으로 지쳐 있고, 연기적으로 고갈된 상태다. 나를 채우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공항 가는 길' 도우와 '귓속말' 동준이 모두 감정을 참는 역할이에요. 참고 참아야 하니깐 힘들더라고요. 이젠 저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요.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고 싶고요. 드라마도 자주 보고, 견문도 넓히면서 재충전하고 싶답니다."

SBS '귓속말'을 마친 이상윤은 "고민한 순간도 있지만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제이와이드컴퍼니 SBS '귓속말'을 마친 이상윤은 "고민한 순간도 있지만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제이와이드컴퍼니

'서울대 출신' 이상윤에겐 반듯한 이미지가 따라온다. 그는 "캐릭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살아온 시간이 쌓여서 가치관을 만든 듯하다"며 "캐릭터를 표현할 때 스펙트럼을 넓히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귓속말' 이명우 감독은 조언을 건넸다. "공처럼 튀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를 만들라고 하더라고요. 제 안의 무언가를 깨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필요합니다."

필모그래피만 보더라도 부드럽고 반듯한 인물을 해왔다. 일부러 그런 작품을 선택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미지와 반대인 캐릭터 섭외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엔 모범생 이미지를 일부러 벗으려고 했는데 한 선배가 굳이 그 이미지를 버릴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미지를 그냥 두고, 다른 이미지를 쌓아가면 된다는 조언이었죠. 제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해요.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 서 있는데 차츰차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답니다. 시대극이나 액션, 코미디, 악역에도 관심이 생겨요. 욕먹더라도 도전하고 싶어요(웃음)."

2007년 영화 '색즉시공2'로 데뷔힌 이상윤은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 '인생은 아름다워', '내 딸 서영이', '두번째 스무살', '날 보러 와요', '공항 가는 길' 등에 출연했다. 굴곡 없는 무난한 연기 인생이다.

"연기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서 노력했어요. 잘 된 작품도 있지만 욕먹을 정도로 망한 작품도 없어요. 근데 큰 임팩트 있는 작품이 없네요. 하하. '귓속말'을 촬영하면서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 배웠어요. 다음 작품에서도 이 부분을 떠올리면서 연기하려고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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