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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신규 출점 대신 ‘PB상품 확대’로 불황 타개


입력 2017.05.30 16:21 수정 2017.05.30 16:24        최승근 기자

대형마트 성장세 둔화…PB상품 비중은 10년 새 6배 증가

가성비 따지는 소비패턴 변화도 PB상품 확대에 한 몫

대형마트가 PB상품 확대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내수 침체와 더불어 정부의 유통업체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규 출점을 통한 양적 성장에 한계를 느낀 탓이다. PB상품(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상품)의 경우 기획부터 유통, 판매 단계를 모두 유통업체가 담당하다 보니 NB상품(National Brand·제조자 상품)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유통 마진이 커 매출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대부분 PB상품 생산을 중소기업이 하다 보니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30일 유통업계와 유통업체연감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의 PB상품 비중은 2005년 5% 수준에서 2015년 30%로 6배가량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마트 점포 수는 300개에서 500개로 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형마트의 경우 이미 전국 주요 상권에 들어서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정부의 규제까지 겹치면서 신규 점포 출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점포 수가 늘어나야 매출과 수익성이 증가하는 유통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대형마트의 성장 동력이 크게 저하된 셈이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NB상품에 비해 유통 마진이 큰 PB상품을 확대하며 수익성 끌어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초기 일부 식품과 생활용품에 한정됐던 상품군이 이제는 의류와 가전용품, 화장품, 신선식품 등 거의 모든 상품군으로 확대됐다.

경기 침체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시하는 소비 패턴과도 맞아 떨어지면서 대형마트 전체 매출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5% 정도로 커졌다.

국내 한 대형마트에서 내놓은 PB상품들ⓒ데일리안 국내 한 대형마트에서 내놓은 PB상품들ⓒ데일리안

이마트는 e브랜드, 노브랜드, 피코크 등 총 1만여종의 PB상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노브랜드는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췄고, 피코크는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피코크의 경우 최근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확대되면서 상품 수도 2000여가지가 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식품은 물론 패션의류와 잡화, 소형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상품군을 확대하는 추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은 광고나 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NB상품에 비해 유통마진은 높지만 판매가격은 20~30% 저렴하다”며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PB상품의 경우 자사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을 진열하는 매대 선정이 자유롭고, NB상품에 비해 가격결정권한이 높다는 점도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PB상품이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대형마트들이 PB상품에 집중하는 이유로 꼽힌다. 국내 소비재산업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로 스위스(53%), 스페인(51%), 영국(46%)의 3분의1 수준이며, 전 세계 평균(25%)과 비교해도 낮다.

PB 시장이 확대되면서 상품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NB상품과 동일하게 생산해 가격으로만 승부를 봤다면 최근에는 대형마트가 상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맛이나 형태를 확장한 새로운 개념의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아울러 PB상품 브랜드로 입점하는 상품 수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생산하는 중소기업과의 상생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해외진출이 PB상품의 수출로 연결되면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 판로 확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중소기업이 생산한 375개의 노브랜드 상품을 중국, 베트남, 몽골 등 총 8개 국가에 43억원 수출했다. 올해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노브랜드 상품을 적극 수출해 수출 국가도 15개국으로 2배 가까이 늘리고 수출 규모도 100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대형마트의 PB상품 확대를 놓고 식음료 업계 일각에서는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의 자체브랜드 제품 비중이 확대되면 시장경쟁 심화 및 기존 제조업체들의 점유율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유명 브랜드 업체들을 PB 제조사로 끌어들이고 있어서 제조업체들의 가격결정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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