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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승마지원 합병대가? "재전문 진술로 증거입증 안돼"


입력 2017.05.30 06:00 수정 2017.05.30 18:01        고수정 기자

김종찬 전 승마협 전무 "정유라 단독 지원 아닌 국내 승마선수단 지원 목적"

변호인단 "최순실-정유라, 박원오-올림픽...각각 개인적 이득 위해 삼성지원 받아내려 했다"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29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당초 승마지원로드맵은 정유라 단독 지원이 아닌 올림픽을 겨냥해 국내 승마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삼성의 요청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다"면서 "나중에 최순실 때문에 변질된 것 같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29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당초 승마지원로드맵은 정유라 단독 지원이 아닌 올림픽을 겨냥해 국내 승마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삼성의 요청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다"면서 "나중에 최순실 때문에 변질된 것 같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김종찬 전 승마협 전무 "정유라 단독 지원 아닌 국내 승마선수단 지원 목적"
변호인단 "최순실-정유라, 박원오-올림픽...각각 개인적 이득 위해 삼성지원 받아내려 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삼성물산 합병을 도운 대가로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하게 됐다는 법정 진술과 관련, 이는 모두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은 재전문 진술에 불과해 합병 대가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되지 못했다.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2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20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최순실이 삼성물산 합병에 도움을 줘서 삼성이 승마지원하게 됐다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를 근거로 "정유라에 대한 삼성의 거액지원이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순실 씨가 정권의 비선 실세였다는 점이 입증됐다"면서 "승마중장기로드맵도 최 씨의 지시에 의해 대한승마협회에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전무는 "이는 박 전 전무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 일 뿐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 씨가 삼성물산 합병을 어떻게 도와줬는지, 그리고 박원오 전 전무에게 언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다"며 "박원오 전 전무의 말을 박상진 전 삼성 사장이나 황성수 전 삼성 전무 등 다른 사람에게 확인해 본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순실이 실제 합병 도와준 것인지, 박원오 전 전무가 지어내서 거짓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박원오 전 전무가 이야기한 것은 사실이나 최순실이 (실제)이야기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그 예민한 것을 제가 박상진이나 황성수에게 물어볼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이날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자문위원회 위원인 박창균 중앙대학교 교수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이다. 따라서 두 사람 증언에 대한 사실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러한 증언을 둘러싸고 특검과 변호인단은 무려 11시간 45분간 날선공방을 계속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증인신문은 자정을 넘겨 익일 새벽 1시 45분이 돼서야 종료, 개별 증인신문으로는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11시간)이 보유했던 최장 기록을 깼다.

특히 이날 공판에서도 최 씨가 영향력을 행사해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단독지원을 위해 삼성이 움직였다는 특검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이 나왔다.

김 전 전무는 "지난 2015년 6월 나온 승마지원 중장기로드맵은 정유라 단독이 아닌 국내 승마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최순실의 압력에 의해서 작성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드맵은 올림픽을 대비한 준비였고, 삼성의 요청해 작성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초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가 됐기 때문에 국내 승마 선수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던 것”이라며 "원래 취지가 승마 선수들을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세계 선수권 대회에 내보내려고 진행한 것인데, 도중에 최순실 때문에 변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증언은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승마선수 최준상 씨와 삼성전자 승마단 감독을 지낸 최명진 모나미 승마단 감독의 증언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최 씨가 국내 승마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삼성의 승마지원도 정유라 단독이 아닌 국내 승마선수들 전체 지원 차원에서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변호인단은 "오늘 증언 중 중요한 것은 이 사건 (승마)지원과 관련해 최순실은 정유라 지원을 목적으로, 박원오는 올림픽 승마지원을 목적으로, 각각 생각은 다르지만 삼성과 한국마사회의 승마지원을 이끌어내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이들이 개인적 이익을 바라고 있었고, 삼성의 지원을 이끌어낸 것 같다"고 강변했다.

이어 "2017년 7월 21일 올림픽 계획안과 관련해서는 증인(김종찬 전 전무)도 명백히 삼성이 요청하지 않았고, 삼성에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인정했다"면서 "이미 삼성지원이 확정돼 있었다면 삼성에 제공됐어야 하는데 자기들끼리 갖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인지시점과 관련, 변호인단은 "증인(김종찬 전 전무)은 혼란스럽게 말했다"면서 "다만, 증인도 박원오 전 전무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말했으므로, 박상진 삼성 사장이 2015년 7월 29일 박원오 전무에게 들어서 알았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증언도 있었는데, 이는 재전문 진술에 불과하므로 김종찬(전 전무) 증언이 합병에 대한 대가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변론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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