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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강남의 건물대신 물려줘야할 것이...


입력 2017.05.28 06:35 수정 2017.05.28 06:36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세상의 먹고 사는 틀에 대하여①>

귀족이 많아지면 그 사회는 정체되거나 퇴보될 수 밖에

10년 만에 좌파 정부가 들어섰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졌으니 자연스런 일이다. 그랬으니 소득을 가진 자 쪽에서 가지지 않는 자 쪽으로 흘러가게끔 하는 노력, 즉 분배 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가 있을 것이라 본다.

큰 충돌 없이 국민의 선택에 따라 좌우가 번갈아 집권을 해보는 것, 이런 점만 봐도 우리 사회가 이젠 많이 성숙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는 세상의 먹고 사는 틀 혹은 구조에 대하여 얘기해보고자 한다.

상당히 분량이 되는 글일 것 같아서 여러 차례 나누어서 쓰고자 한다. 하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제법 흥미가 있을 거라 본다. 세상의 본질에 관한 얘기이기에 지적 호기심이 있는 독자라면 끝까지 따라와 줄 것으로 기대한다.

흔히 중산층이 많아야 사회가 안정된다는 말을 하고 또 듣게 된다. 맞는 말이지만 자산이나 소득에 따라 부유층과 중산층, 빈곤층으로 나누는 이 방법은 세상의 진짜 구조를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많다. 이런 분류법은 무엇보다 소득의 원천 즉 무얼 해서 밥을 벌어먹고 사느냐 하는 점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근 10년 사이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마당에 더하여 알파고와 같은 AI가 우리에게 안긴 충격처럼 조만간 수많은 직업, 즉 벌어먹는 수단들이 사라질 지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무얼 해서 밥을 먹고 사느냐 하는 문제야말로 초미(焦眉)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에두르기 싫으니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얘기한다.

이 세상에는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으니 전사와 귀족, 선생, 자작농, 소작농, 유맹(流氓)이 그것이다.

이 여섯 가지 유형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형태를 달리 하는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미국 영향을 받아 데모크라시란 것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 사회이다. 그렇기에 앞서의 여섯 유형을 오늘날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귀족, 전사 상인, 소상인, 선생, 소작농, 유맹이 그것이다.

오늘 글은 먼저 귀족에 대해 얘기해본다.

귀족이란 자산 혹은 재산이 충분해서 굳이 벌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부류를 말한다. 가령 서울 강남이나 분당 판교에 근사한 빌딩이 있어 거기에서 나오는 가게세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현대의 귀족이다.

최근 현대판 귀족을 사회학자들은 렌티어(rentier)라고 부른다. 임대료(rent)를 받아 생활한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연금생활자라면 당연히 렌티어에 속하는데 연금수령액만으로 나름 충분하다면 B 혹은 C급 귀족 정도는 된다고 하겠다.

최근 툭 하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기득권 계층이야말로 실은 현대판 귀족인 렌티어들인 것이다. 귀족이 되는데 있어 그 수단이 정당했느냐를 떠나 렌티어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데에는 상당한 일리가 있다.

어떤 사회에 있어 귀족 즉 렌티어의 비중이 높아지면 그 사회는 정체되고 더 이상 발전하기가 어렵기에 그렇다.

최근 우리 사회 역시 경제가 어려워지고 분배의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 역시 귀족 혹은 렌티어의 비중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나 호호당은 서울에 살다 보니 귀족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본다.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 역시 귀족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최근 주택회사의 광고를 보면 흔히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집’ 이런 식의 카피가 흔해졌다. 여기에서 사람이란 귀족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런 주택회사들이 공급하는 집이 바로 귀족 혹은 귀족에 준하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집이다.

제주도나 성남 판교에 있는 고급 타운 하우스 그리고 서울 한남동에 있는 전망 좋은 테라스 하우스 등이 대표적인 귀족의 주택들이라 하겠으니 멋진 집이고 비싼 집일 수밖에 없다.

물론 더 진짜 귀족들은 서울 시내의 고급 주택이나 아파트만이 아니라 서울 근교의 전원에 으리으리한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 바람에 최근엔 준 귀족 층 사람들까지 소위 ‘세컨드 하우스’란 명칭의 전원주택을 지어서 산다.

귀족으로 산다는 것. 이것은 사실 우리 모두의 꿈이자 희망이며 소원이기도 하다. 귀족이야말로 우아한 삶을 누리기 때문이다. 밥벌이하느라 어디 가서 구차하게 ‘갑질’의 횡포에 치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이고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가서 맘껏 ‘갑질’을 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우아한 삶이란 노골적으로 말해서 어딜 가더라도 ‘떠받듬’ 혹은 ‘모심’을 받으며 사는 삶이다. 정말이지 어디 한 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 없는 이 있겠는가!

그런가 하면 내 반드시 돈 엄청 벌어서 중심가에 20층짜리 빌딩을 사서 내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평생 갑질 하며 살 수 있겠지 하는 생각,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생각 잠시라도 안 해본 독자가 있을까 싶다.

바로 나는 고생하더라도 내 자녀만큼은 귀족적인 삶을 누리게 하겠다는 것은 모든 부모의 소망 아니겠는가. 문제는 그럴 확률이 독자들이나 나 호호당이나 거의 희박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앞에서 잠시 얘기했지만, 귀족의 비중이 많아지면 그 사회는 정체되고 퇴보하기 쉽다는 점이다. 그러니 독자들의 소망이 실현될 확률이 높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정체되고 퇴보할 것이니 이야말로 기가 막힌 역설이고 모순이라 하겠다. 물론 그런 꿈을 꾸지 말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꿈이라도 꿔야지, 암.

그렇다면 이제 어떤 이들이 귀족이 되는가에 대해 얘기해볼 차례가 되었다.

옛날엔 주로 싸움을 잘 하는 전사(戰士)들이 나라를 훔치거나 정복을 통해서 또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았다. 그러면 그 전사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 즉 이른바 개국공신(開國功臣)의 후손들이 귀족이 되었고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데모크라시 시대엔 더 이상 겉보기에 그런 전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군부 쿠데타가 빈번한 저개발 후진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소위 문민통치의 시대엔 더 이상 군부나 전사가 표면적으론 존재하지 않는 법이고 우리 대한민국 역시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이가 귀족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일단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전사 상인들이다. 자본주의 시대가 되었기에 상인을 가장한 전사들과 그 후손이 바로 현대의 귀족이 된다. 우리 정치에서 툭 하면 언급되는 ‘재벌 개혁’에서의 재벌이 바로 그들이다.

정주영, 이병철, 그들은 상인이고 산업가였지만 본질은 용맹한 전사들이었다. 제품을 만들어서 국내만이 아니라 널리 전 세계로 팔아서 돈을 벌었으니 글로벌 전사들이었던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을 부강케 만든 공훈의 전사들인 것이다.

무역으로 돈을 버는 것과 정복이나 전쟁을 통해 부자가 되는 것이나 사실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단지 가혹한 수단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들의 후손인 이건희나 정몽구의 경우 대표 귀족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전사의 본질을 가지고 있다. 현재 감방에 들어가 곤욕을 치르는 이재용의 경우 장차 전사를 겸하는 귀족일 지 아니면 그냥 귀족이 될지 그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에 들어선 좌파 정부로서 어려운 대목은 우리 재벌들의 상당수가 수출대기업을 이끄는 글로벌 전사들이란 점에 있다. 그들이 해외에서 장사를 잘 해야만, 달리 말하면 해외정벌전쟁을 잘 해야만 우리나라 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그들을 제재하기란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순 없는 노릇이니.

가령 통일신라말의 해상왕 장보고가 조정이 보낸 자객에 의해 살해당한 것은 두고두고 우리에게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듯이 좌파 정부가 함부로 재벌들을 제재했다가 훗날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번 좌파 정부의 경우 국민의 표, 노골적으로 말하면 가지지 않은 자들로부터 표를 받아 정권을 잡았으니 재벌을 어떤 식으로든 제재를 좀 가해야만 인기를 유지할 터인데 그게 사실 현실의 문제로 들어오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재벌 2세와 3세에 대해 경영능력 검증 운운하는 말이 있다. 사실 그 주장 또한 문제가 있는 것이 경영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하는 일이고, 또 경영능력이 없다 해도 사유재산권을 전제로 하는 헌법 구조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재산권 자체에 제제를 가할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사유재산권에 심각한 침해가 생기는 순간 우리 사회는 공산주의 체제로 전환이 된다.)

옛날 왕권 시절이라면 무단히 불러다 묶어놓고 주리를 틀든지 아니면 이빨을 뽑으면서 한 재산 크게 내놓으라고 겁박을 줘도 되는 일이었지만 데모크라시 하에서 정의를 구현한답시고 마구 그렇게 할 순 없는 일이란 얘기이다.(하지만 이재용을 구속 수감해놓은 걸 보면 여전히 옛 시절의 느낌이 들긴 한다. 역사는 천천히 변해가는 법이다.)

이처럼 재벌이나 대기업 총수는 전사이기도 하고 귀족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일가의 피붙이들은 대부분 그냥 고급 상층 귀족이라 보면 되겠다.

귀족은 재벌이나 기업가나 그 후손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사회이고 기회가 나름 평등한 사회이다 보니 다양한 루트가 존재한다. (바로 이 대목이 역사의 발전인 셈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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