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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FA컵 우승 ‘통곡의 벽’이었던 메르테사커


입력 2017.05.28 09:26 수정 2017.05.28 09:29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13개월 만에 FA컵 결승에 선발 출전

변치 않는 클래스로 아스날 자존심 지켜

[아스널 첼시]메르테사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 게티이미지 [아스널 첼시]메르테사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 게티이미지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경기에 나섰다. 그것도 교체 출전이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독일 출신 장신 수비수 페어 메르테자커(32·아스널)가 13개월 만에 선발 출전, 아스날에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아스날이 28일 오전(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FA컵’ 결승 첼시와 경기에서 2-1 승리했다. 아스널은 2014-15시즌 이후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FA컵 13회 우승을 기록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2회)를 제치고 최다 우승팀에 오르는 기쁨까지 맛봤다.

‘FA컵 우승’ 아스널, ‘통곡의 벽’이었던 메르테자커

아스널의 우승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EPL 우승과 함께 더블을 노리던 첼시의 전력이 워낙 탄탄하기도 했지만, 아스널 수비진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였다. 시코드란 무스타피와 가브리엘 파울리스타가 부상으로 빠졌고, 로랑 코시엘니는 징계로 인해 결승전에 출전할 수가 없었다. 올 시즌 37분 출전이 전부였던 메르테자커와 경험이 부족한 롭 홀딩이 선발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문제 되지 않았다. 에당 아자르와 디에고 코스타가 이끄는 첼시의 공격을 꽁꽁 묶었다. 행운까지 따랐다. 전반 3분 다비드 루이스가 걷어낸 공을 알렉시스 산체스가 달려들어 잡아냈고, 선제골을 터뜨렸다. 느린 화면으로 보니 공이 산체스의 팔에 맞았고, 첼시 수비진도 강하게 항의했지만, 주심은 득점을 번복하지 않았다.

아스널은 빠른 공수 전환을 앞세워 분위기를 이어갔다. 전반 15분에는 산체스의 침투 패스를 받아낸 메수트 외질이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를 뚫어내는 칩슛을 성공시켰지만, 게리 케이힐에게 막혔다. 3분 뒤에는 대니 웰벡의 헤더가 골대를 때렸다. 아쉽게도 추가골은 없었지만, 압도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행운까지 따랐다.

후반 22분 첼시 측면의 핵심인 빅터 모제스가 상대 박스 안쪽에서 시뮬레이션 반칙을 범했고, 경고 누적과 함께 그라운드를 떠났다. 후반 30분 교체 투입된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윌리안이 코스타의 동점골을 뽑았지만 아스날은 곧바로 판세를 뒤집었다. 실점과 함께 교체 투입했던 올리비에 지루의 크로스를 아론 램지가 머리로 밀어 넣었다. 이후 프란시스 코클랭을 투입하며 수비에 안정감을 더했고, 아스널은 목표를 이뤘다.

행운이 따른 선제골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이날 아스널은 우승팀다운 경기력을 뽐냈다. 전방에 스피드가 뛰어난 웰벡을 내세워 빠른 공격을 시도했고, 많이 뛰는 축구로 쉼 없이 상대 진영을 흔들었다. 웰벡과 램지의 연속된 공격과 외질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지 않았다면, 점수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아스널 첼시]코스타 저지하는 마르테사커. ⓒ 게티이미지 [아스널 첼시]코스타 저지하는 마르테사커. ⓒ 게티이미지

아스널의 수비는 완벽에 가까웠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오히려 올 시즌 가장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줬다. 그 중심에 메르테자커가 있었다. 스리백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한 그는 단단했고 영리했다.

코스타와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공중을 장악했다. 아자르의 드리블이 향하는 지점을 선점해 볼을 빼앗아냈고, 상대의 패스 길목을 가로막으면서 위험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위험 지역에서도 과감하고, 정확한 태클로 상대의 공격을 끊어냈다. 경기 감각과 체력적인 부분에서 우려가 있었지만, 90분 내내 아스널 지역을 사수했다.

메르테자커는 올 시즌 첫 풀타임이자 두 번째 출전 경기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3차례의 월드컵 출전과 2003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하며 쌓았던 경험이 빛을 발했다.

소속팀 아스널이 21년 만에 4위권 진입에 실패했고,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EFL컵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지만, 돌아온 메르테자커가 아스널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메르테자커의 클래스는 여전했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보여줬다. 그의 축구 인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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