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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까지 노리는 현대·기아차, 소형 SUV 시장 '전운'


입력 2017.05.29 06:00 수정 2017.05.29 18:51        박영국 기자

'마케팅 물량공세', '무난한 차 선호고객' 앞세워 시장 독식 가능성

"경쟁차 물량잠식보다 소형 SUV 시장 확대" 낙관론도

현대자동차의 첫 소형 SUV 코나 티저 이미지.ⓒ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첫 소형 SUV 코나 티저 이미지.ⓒ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소형 SUV 출시가 임박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6월 말 소형 SUV ‘코나’를 출시할 예정이며, 기아차도 코나와 같은 플랫폼을 쓰는 동급 모델 스토닉(가칭)을 7월 출시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메이저’로 군림해온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소형 SUV 시장을 마이너 3사에게 ‘까치밥’으로 남겨주는 모양새였다.

그 덕분에 르노삼성은 SM6와 QM6가 등장하기 전까지 소형 SUV QM3로 ‘보릿고개’를 넘겼다. 쌍용차는 티볼리를 주력모델 삼아 놀던 공장을 돌리고, 내보냈던 근로자들을 다시 받아들였으며, 지난해는 흑자전환까지 했다.

국내 최초의 소형 SUV인 한국지엠 트랙스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판매실적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캡티바가 처참한 수준의 판매를 보이고 있는 한국지엠으로서는 SUV라인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모델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소형 SUV를 내놓으면 이들 3사는 어떤 식으로든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에 소형 SUV 시장이 어느 정도 규모로 형성된 시기에도 이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기아차 니로는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인데다, 가격대도 다르니 논외로 친다면).

고임금 구조로 생산비용이 높고 라인업이 다양한 현대·기아차에게 소형 SUV는 수익성 측면에서 큰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높은 임금수준과 수천억원에 달하는 신차 개발비용 등을 감안하면 차를 팔아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손익분기점은 준중형 세단부터”라며 “생산능력 대비 판매가 적을 경우 수익성이 낮은 모델이라도 만들어 팔아야겠지만 판매가 많다면 소형차보다 중형 이상 모델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가격 측면에서 보면 소형 SUV는 업계에서 말하는 손익분기점인 아반떼급보다 살짝 위에 걸쳐 있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굳이 양적인 측면에서만 도움이 되고, 자칫 상위 차급인 준중형 SUV(투싼, 스포티지)에 판매 간섭을 줄 수 있는 소형 SUV 시장에 진출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장이 생각보다 커지면서 현대·기아차는 전략을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트랙스와 QM3가 판매되기 시작한 첫 해인 2013년 9214대에 불과했던 소형 SUV 시장은 2014년 2만8559대 규모로 확대됐고, 티볼리가 합류한 2015년에는 8만2308대 규모까지 급성장했다. 지난해도 8만6226대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 티볼리.ⓒ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의 소형 SUV 티볼리.ⓒ쌍용자동차

특히 출시 첫 해 4만5021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티볼리의 돌풍은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티볼리 판매는 지난해 더 늘어 5만6935대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소형 SUV 시장 성장과 함께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5사 내에서의 점유율도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형 SUV 시장이 형성된 첫 해인 2013년만 해도 80%에 달했던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2014년 79.1%, 2015년 78.6%, 2016년 75.2%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가뜩이나 수입차의 국내 시장 잠식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던 현대·기아차로서는 완성차 업계 내에서의 점유율도 떨어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익성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릴 게 아니라 당장 점유율 방어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가 코나와 스토닉 판매에 전력을 다해야 할 이유는 더 많아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현대·기아차에 전년 대비 4.7% 증가한 825만대라는 공격적인 판매목표를 하달한 상태다.

이를 달성하려면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22만대를, 기아차는 15만대를 올해 더 팔아야 한다. 미국의 무역장벽 강화와 중국의 사드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서는 ‘텃밭’인 한국 시장에서 최대한 실적을 뽑아내야 한다.

현대차는 지난달 초부터 코나의 티저 이미지를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하는 등 사전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소형 SUV 시장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의 전례대로라면 현대차는 앞으로 언론 대상 신차 사전공개, 공식 출시행사, 대규모 시승행사 등 홍보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 스토닉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시장이 형성돼 있는 차급에서는 실패한 전례가 드문(아슬란, 벨로스터, i30 등은 ‘시장 형성을 시도하려다 실패한’ 차급에 속한다) 만큼 소형 SUV 시장에서도 기본 이상의 실적은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현대·기아차는 마케팅에서 막대한 물량전을 펼 수 있는 여력이 있는데다, 무난한 차를 선호하는 충성고객층도 존재해 특정 차종에서 후발주자로 진입한다고 해도 위협적인 상대”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성공의 관건이겠지만, 그동안 슬금슬금 가격을 올려 욕을 먹을지언정 시작부터 얼토당토않은 가격을 제시해 실패를 자초한 전례가 없었던 현대·기아차의 성향을 볼 때 이번에도 시장 기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격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나의 경우 티저이미지와 스파이샷을 통해 공개된 디자인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동안 소형 SUV로 재미를 보던 쌍용차와 르노삼성, 한국지엠으로서는 코나와 스토닉의 등장이 반가울 리 없는 소식이다.

특히 쌍용차의 경우 내수판매의 절반 이상을 티볼리에 의존할 만큼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소형 SUV 시장에서 밀렸다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G4 렉스턴이 라인업에 합류했지만, 고가의 대형 SUV인지라 물량 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도 수익성은 G4렉스턴이 담당하되, 물량은 티볼리가 받쳐줘야 한다.

다만, 코나와 스토닉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더라도 경쟁차들이 받는 영향이 심각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소형 SUV 시장은 앞으로도 더 커질 여력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이들 두 차종이 기존 차종의 판매를 깎아먹기보다는 시장을 더 넓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쌍용차 티볼리가 출시돼 4만5000대 넘게 판매한 2015년에도 기존 소형 SUV인 QM3와 트랙스 판매는 오히려 더 늘었다”면서 “지금은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한 만큼 코나와 스토닉 출시로 경쟁차들의 판매가 어느 정도 감소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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