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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신삼성물산 처분주식수 축소, 외압없었다"


입력 2017.05.27 06:00 수정 2017.05.27 08:30        고수정·엄주연 기자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 "유권해석 과정서 재검토...외부 압력 없어"

'삼성 청탁-청와대 지시' 특검 주장 설득력 잃어...증거 제시 못해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 "유권해석 과정서 재검토...외부 압력 없어"
'삼성 청탁-청와대 지시' 특검 주장 설득력 잃어...증거 제시 못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으로 발생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물산 주식처분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 유권해석 과정을 거치며 변동이 있었지만 내부 검토에 따른 것으로 삼성의 로비 의혹을 제기한 특검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26일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제 1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같이 주장하며 삼성과 청와대의 외압이나 청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위원장의 증언내용은 이렇다. 신규순환출자금지제도가 2014년 7월 15일 시행된 이후 삼성물산 합병건 문제가 첫 적용사례이다보니 유권해석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었다. 최초 결재 당시 꼼꼼히 챙겨보지 못한 채 실무자들만 믿고 결제했다.

당시 2015년 10월 14일 두 회사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합병 후 삼성물산에 대해 삼성SDI가 보유하게 된 500만주와 삼성전기가 보유하게 된 500만주, 합계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내용이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돼 당시 결제라인이었던 김 부위원장과 정재찬 위원장에게 보고돼 결재가 났다.

하지만 이후 재검토 결과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실무자들에게 재검토를 지시했고, 전문가 의견과 전원회의를 통해 신삼성물산이 처분해야 할 주식이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김 전 부위원장은 "결재 후 재검토 과정에서 법조항 해석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면서 처분 주식 수가 달라진 것"이라면서 "순수하게 공정위 내부에서 결정이 수정된 것"이라고 거듭 증언했다. 그는 “첫 사례이다 보니, 혼란 많았고, 정답 찾아가는 거였다”며 “지금도 제가 한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정답 찾아서 합리적인 판단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의 통화나 김종중 전 삼성 사장과의 만남도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의견을 들어보는 과정이었을뿐 부적절하거나 위법적인 일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500만주에 대한 결정은 법률 해석 문제로 확실하다는 확신에 따른 것으로 누구 이야기를 듣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어떤 사정이 있고 이유가 있는지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밝혔다.

삼성측 변호인단도 증인이 이러한 증언을 토대로 공정위가 삼성물산 처분주식 결정에 있어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음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9조 2조 첫 해석 사례라 유권해석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기는 했지만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절차상 위법 행위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공정위의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나 삼성의 부당한 청탁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만약 사전에 청와대 지시 압력 있었다면 공정위 갈팡질팡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처리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변호인단은 "김학현이 삼성의 이익을 위해 위법한 행위를 한 바 없음이 확인됐다"면서 "2015년 12월 16일 전원회의 당시에 삼성그룹 이익과 반대 입장을 취했단 점에서 명백히 드러났고, 김학현과 공정위는 순수하게 법리적 해석을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강변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이재용이 대통령에게 순환출자 해소시 처분주식 번위(翻胃)에 대해 청탁하거나 뇌물수수 합의가 있었다는 증언은 전혀 없었다"면서 "이재용이 처분주식 범위에 관여했거나, 박상진, 장충기 등이 청와대나 공정위에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점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이와관련, 특검은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삼성의 청탁과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위원장이 당시 최상목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를 받아 정재찬 공정위원장을 설득해 삼성과 청와대의 지시를 이행 및 관철시켰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순환출자해소 과정에서의 처분 주식 규모 축소와 관련해 뇌물 등 부정한 청탁이 오고간 증거나 증언을 확보하지 못해 이를 명백하게 입증하지는 못했다. 또 김 전 부위원장이 이러한 과정에 관여해 위법한 행위를 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해 주장의 근거는 강하지 않았다.

한편 특검은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윤희만 서울세관 주무관을 상대로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지원과 관련, 삼성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변호인단은 윤 주무관이 직접 해당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증언의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날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날인 27일 오전1시에 종료돼 총 15시간 동안 진행돼 이번 재판 개시 후 최장시간 공판을 기록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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