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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위원회 일곱빛깔무지개-24] '공화국' 의미 되새겨 진정한 국민 통합 실현해야


입력 2017.05.28 00:29 수정 2017.05.26 18:56        박진여 기자

공화주의, 집단·전체주의와 구별…"개인 생명·자유·권리 보호"

공화주의, 집단·전체주의와 구별…"개인 생명·자유·권리 보호"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존중, 배려, 소통 등의 기본가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해왔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펴냈고, 데일리안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러한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주 3회, 총 2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배진영 통합가치포럼위원 배진영 통합가치포럼위원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의 규정이다. 제헌 헌법 이래 아홉 번이나 개헌을 해 왔지만 이 규정에는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만큼 건국 이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은 자명한 원리였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수많은 사람이 '민주'를 위해 싸웠다. 하지만 '공화국'을 거부하여 투쟁하고 목숨을 건 사람은 없었다. '공화국'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왕이나 황제 같은 군주가 없는 나라가 곧 공화국인가? 건국 이래 우리 국민들은 공화국을 그렇게 이해해왔다. 이 씨 왕가는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면서 망했고, 3.1운동 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민국', 즉 '왕이 없는 나라'를 선언했다. 1945년 8.15 해방 후 아무도 이 씨 왕가의 복귀, 즉 '복벽'은 생각하지 않았다. 새로운 국가는 공화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무언의 합의였다. 다만 그 방향이 자본주의·자유민주주의냐, 공산주의·사회주의·인민민주주의냐 하는 데는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공화주의, 집단·전체주의와 구별…"개인 생명·자유·권리 보호"

공화국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공화국이라는 것은 단순히 군주가 없는 나라가 아니다. 공화국(republic)이라는 말은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하는 공적 공간'을 의미하는 'res publica'라는 말에서 나왔다. 로마 공화정 말기 키케로는 공화국을 '인민의 일들'을 뜻한다고 하면서 "인민은 아무렇게나 모인 일군의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공동의 이익을 인정하고 동의한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했다. 필자가 이해하기로 공화국은 개인과 공동체, 자유와 책임, 사익과 공익이 만나 조화를 이루면서 공공선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공화주의는 그런 공화국의 운영 원리를 정리한 사상이다. 여기서 공공선이란, 마키아벨리에게서 보듯 모든 시민이 함께 누리는 이익이나 모든 시민이 자신들의 개인적 이익이나 자신들이 속해 있는 소그룹의 이익을 버려가면서까지 추구해야 하는 그런 초월적인 것은 아니다. 공화주의나 공화주의의 맥을 이은 자유주의는 "정치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개인들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즉 개인의 생명, 자유, 그리고 소유를 보호하는 데 있다"라고 본다. 여기서 공화주의는 집단주의나 전체주의와는 구별된다.

그 연장선 위에서 국민 공동체, 즉 '조국'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우리가 태어난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구성원으로 하고 그 법이 '우리의 자유와 행복'을 지켜주는 그런 자유 국가"를 의미한다. 여기서 공화국, 공화주의, 공화주의적 애국의 의미를 살펴본 것은, 이에 관해 학술적 논의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보자면 ▲개인은 궁극적 결정 주체이자 필요한 공동체의 선택과 결성의 주체이며, 각 개인은 자신의 삶의 질과 공동의 행복 증진을 위해 수많은 중복적, 층위별 공동체를 만들게 된다는 것 ▲국가와 가족, 회사는 물론, 개인이 소속된 공동체의 수준 자체가 개인 가치의 추구와 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 ▲국가를 비롯한 공동체는 개인의 자유와 삶의 질 개선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상실된다는 것 ▲개인 활동에는 자유, 공동체 운영에는 민주라는 기본 원리가 지켜질 때 개인과 공동체의 가치가 극대화되고, 상호 관계의 원칙도 분명해진다는 것 ▲국가를 포함한 소속 공동체에 대한 개인 참여와 책임의 공유 수준이 공동체 수준을 결정하는 데 절대적이라는 것과 그에 따른 적극적 실천이 지켜질 때 사회 통합 수준은 제고되고, 불필요한 갈등과 비용은 축소되는 것. 이러한 주장들은 공화주의적 가치들과 일맥상통한다.

'공화국' 의미 되새겨 진정한 국민 통합 실현해야

오늘날 대한민국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건국 이래 대한민국이 이룩한 숱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과연 이 나라가 '국민 형성(nation building)'에 성공했나"하는 의구심이 드는 나라다. 정권마다 사회 통합, 국민 통합을 화두로 제시해 왔다는 것이 이런 고민을 잘 보여준다. 민주공화국 70년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개인과 공동체, 지역과 국가, 시민 사회와 국가 간의 관계나 역할에 대한 합의가 없다. 요즘 매일같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또 어떤가? 공직자들만이 아니다. 공공기관, 국책은행, 국책은행의 관리를 받는 기업의 경영자, 노조, 경마장의 기수, 프로 야구 선수들이 저마다 크고 작은 비리들을 저지르고 있다. 그러한 비리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떼법 풍조, 천민민주주의, 지역이기주의 같은 것들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의 비리이고, '체제 타락'이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건국 이래 줄기차게 '민주'를 요구해왔으면서도 '공화국'이 무엇인지는 배우지도, 고민하지도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의 의미, 특히 '공화국'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그것이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고 국민 통합을 이룩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글/배진영 통합가치포럼위원

△주요 약력

·현직 : 월간조선(차장)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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