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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헬기 수리온, 소방만 외면…‘기종단순화’ 약속 잊었나


입력 2017.05.24 14:04 수정 2017.05.24 16:09        이광영 기자

소방본부 헬기 입찰... 수리온 의도적 배제 의혹

기종단순화 협약에도 소방본부 이행 의지 낮아

수리온 경찰청헬기 참수리.ⓒ한국항공우주산업 수리온 경찰청헬기 참수리.ⓒ한국항공우주산업

소방본부 헬기 입찰...수리온 의도적 배제 의혹
기종단순화 협약에도 소방본부 이행 의지 낮아

1조3000억원의 국민 혈세를 투자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국산 헬기 수리온이 정부 조달 구매에서 외국산 대비 차별적인 입찰 조건을 부여받아 국내서 외면 받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 19개 시·도 소방본부 중 수리온을 구매한 곳은 제주소방 1곳 이다. 수리온은 앞서 강원·서울·부산소방본부가 공고한 소방헬기 구매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고 배제됐다.

KAI 등 항공우주업계는 소방본부가 과거 경찰청·해양경찰청·산림청과 맺은 업무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는 2011년 11월 4일 경찰청·소방방재청·해양경찰청·산림청과 헬기 안전운항 및 효율적 관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헬기 공동 구매를 추진해 기종을 단순화하고 주요 부품을 공동 사용하는 등 공동운영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2013년 5월에도 국토부는 7개 과제 가운데 헬기 기종단순화 방안 마련, 부품 등의 공동사용 협력 등 개선안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경찰과 해양경찰이 각각 5대·2대를 구입하며 국산으로 ‘기종 단순화’에 나선 반면 소방본부는 의도적으로 도입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소방헬기 도입을 둘러싼 잡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강원소방본부는 2015년 8월 소방헬기 입찰 공고에서 ‘형식증명 및 성능입증서’를 필수조항으로 넣었다. 당시 KAI는 강원소방본부 납기 예정일인 올해 6월까지 인증 및 제출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강원본부는 기다려주지 않고 단독 입찰한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의 ‘AW-139’를 선택했다.

서울소방본부 역시 지난해 11월 소방헬기 구매 재입찰에서 단독으로 응찰한 ‘AW189’의 구입을 확정했다. 수리온의 항속거리와 탑승인원 등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고 방위사업청의 ‘형식인증’만 취득해 국제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아울러 서울소방본부는 헬기에 장착된 두 개의 엔진 중 하나가 고장 났을 경우 안전한 지역으로 착륙을 위해 비행할 수 있는 ‘카테고리 A등급’을 기준으로 내세웠다. B등급은 한쪽 엔진이 정지하면 체공능력을 보증할 수 없고, 계획되지 않은 착륙을 할 수 있다고 정의된다.

지난해 8월 부산소방본부의 입찰 기준에도 ‘카테고리A’ 등급이 들어가면서 KAI는 응찰에 실패했다.

최근 공고된 ‘중앙119 구조본부’ 입찰에서도 최대 항속거리 800Km, 탑승인원 20명, 탑재중량 1400kg 이상 등 사양이 내걸리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수리온은 기준에 미달했다.

이에 KAI는 대형헬기 2대 값인 960억원에 수리온 4대를 제공하겠다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앙119 구조본부는 4대를 구매할 경우 운영인력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거절했다.

업계에서는 관용헬기의 구매비용 절감과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는 중앙 조직을 통한 공동구매로 기종을 단순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육군과 경찰청에서 60대 이상 운용하며 수리온의 성능을 이미 입증했다”며 “그럼에도 소방본부가 해외 특정기종을 구매하기 위해 입찰 참여의 벽을 과도하게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이 아닌 정부기관이 국산 헬기를 외면하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공부문 헬기 구매시 국산 헬기를 고려한 규격 등 기준의 재검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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