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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vs 국민의당, 5·18 무대에서 '호남 적자' 경쟁 승자는?


입력 2017.05.19 17:04 수정 2017.05.19 17:14        전형민 기자

민주당, '문 대통령 개인기'에 판정승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의 연설이 갖는 힘은 엄청나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 '문 대통령 개인기'에 판정승

제37회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시민 1만여 명이 참석하며 역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가운데,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호남적자'를 자처하는 국민의당 사이에서 동시에 구애를 받고 있는 '호남 민심'의 향방이 정치권의 관심을 모은다.

정치권은 일단 9일 전 대선의 여파를 이어간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5·18 기념식을 통해서도 호남 민심을 끌어안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의당은 당 소속 의원 대부분이 전야제와 본식에 참석하며 구애했지만 현직인 문재인 대통령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호남의 '적자'이자 대세는 명백하게 국민의당이었다. 총선 직전 창당한 국민의당은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 28석 중 25석을 획득하며 '녹색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광주에서는 8석 전석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며 '3당 필패론'을 뒤집었다.

그러나 작년 연말부터 호남의 민심이 묘해졌다. 국민의당을 향한 '볼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탄핵정국에서 국민의당이 제일 먼저 거리로 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서명을 받는 등 활발히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때마침 몰아친 한파마냥 민심도 얼어붙었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 20여 명이 광주시내를 행진하며 5·18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국민의당 소속 의원 20여 명이 광주시내를 행진하며 5·18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얼어붙은 민심의 결정판은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났다. 각 후보의 유세 분위기와는 달리 호남에서의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후보별 득표 결과는 국민의당에게 충격적이었다. 당시 출구조사 결과 광주는 문재인 59.8%, 안철수 30.8%, 전남은 문재인 62.6%, 안철수 29%, 전북 문재인 65%, 안철수 23.3%였다. 당시 호남 지역을 사실상 책임졌던 박지원 대표는 방송 3사의 출구조사 호남지역 예상 득표 결과를 보고 눈을 지긋이 감거나 고개를 젓는 등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남 민심에 대한 평가는 이번 5·18 기념식을 대하는 두 정당의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국민의당은 전야제가 예정된 17일 오후부터 21명의 소속 의원들이 대거 광주로 향했다. 의원들은 오후 6시 전야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진에 앞서서는 미리 5·18 민주묘역을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전야제부터 총출동했던 작년과 달리 우원식 신임 원내대표와 박홍근·윤후덕·이개호 등 10여 명의 소속 현역 의원 만이 전야제에 참석했다. 대선을 앞뒀던 2016년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행렬에 일부 시민들은 "선거 끝났다는 거냐"며 혀를 차기도 했다. 전야제에서 만난 60대 노인 정모 씨는 "대선은 어쩔 수 없이 문재인 찍어줬지만 지금 당장 총선이면 여전히 국민의당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행사 당일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와 기념식에서 보여준 격의 없는 모습에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임에도 금속탐지기만 배치한 최소한의 경호, '5·18둥이'인 김소형 씨의 편지에 눈물을 훔치고 다가가 안아주는 모습, 다같이 손 잡고 제창한 '임을 위한 행진곡' 등 호남이 그리워했던, 원했던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5·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 △발포의 진상과 책임 △전남도청 복원 문제 등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드라이브를 언급해 광주와 호남이 가려운 부분을 정확하게 긁어줬다. 행사장에 모인 1만여 명의 시민들도 문 대통령의 연설 중간마다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그동안 우리 당이 다 주장해온 것이지만 우리가 말하는 것과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대통령의 연설이 지니는 힘은 참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한 야당 관계자도 호남의 민심에 대해 "한동안은 5·18 기념식에서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발언들이 호남에 큰 울림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당은 호남인의 마음 속 깊이 남아있는 '친노·친문'에 대한 반감이 문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측근이나 여당을 통해서라도 드러날 때를 노려야한다"고 조언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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