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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14시간 공방..."삼성, 청와대 독대전까지 정유라 지원 없었다"


입력 2017.05.18 11:10 수정 2017.05.18 12:50        이호연 기자

‘정유라-최순실 인지 시점’ ‘묵시적 청탁 공동인식’ 등 3가지 쟁점

증인 진술 번복에 최장 시간...특검 유도심문 및 조사 방식 지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비선실세 뇌물공여 여부를 가리는 14차 공판이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됐다. 이날 재판은 삼성의 비선실세 최순실 인지시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 인식여부 등을 놓고 무려 14시간 30분 동안 특검과 삼성측 변호인단간의 팽팽한 법리공방을 펼쳤다. ⓒ연합뉴스TV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비선실세 뇌물공여 여부를 가리는 14차 공판이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됐다. 이날 재판은 삼성의 비선실세 최순실 인지시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 인식여부 등을 놓고 무려 14시간 30분 동안 특검과 삼성측 변호인단간의 팽팽한 법리공방을 펼쳤다. ⓒ연합뉴스TV캡처

‘정유라-최순실 인지 시점’ ‘묵시적 청탁 공동인식’ 등 3가지 쟁점
증인 진술 번복에 최장 시간...특검 유도심문 및 조사 방식 지적


삼성전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 전까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를 일절 도운 적이 없다는 진술이 나왔다. 정유라씨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승마 관련 문건들도 삼성 측에서 작성한 적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심리로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측의 뇌물공여혐의로 구석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4차 공판은 무려 14시간 30분간 팽팽한 공방전이 오갔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공판은 밤 12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날 만큼 검찰(특검)측과 삼성측 변호인단간 뜨거운 법리공방을 이어갔다.

이날 증인석에는 청와대 인물로는 처음으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과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이 앉았다.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은 ▲삼성의 비선실세 최순실을 인지한 시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에 대한 공통 인식 존재 여부 ▲ 영재센터 1차 지원의 배후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주요 쟁점 배경은 지난 2015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이뤄졌던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차 독대이다. 박 전 대통령을 18년간 보좌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 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은 정호성 비서관 등이 작성한 ‘말씀자료’를 두고 삼성과 대통령 사이의 암묵적 청탁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제기했다.

특검이 제시한 말씀자료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배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관련 사항 등이 상세히 적혀져 있었다. 그러나 정호성 전 비서관은 “특검이 말한 말씀자료는 엄밀히 말해 ‘참고자료’”라며 “말씀자료는 처음부터 끝까지 워딩 형태로 참고자료와 다른 양식”이라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면담 자리에 참고자료를 갖고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며 “독대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알지 못한다”고 발언했다.

오후 공판에서는 비선실세 최순실을 인지한 시점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특검은 “삼성 측 관계자들은 ‘2016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최순실이 실세라는 소문이 승마업계에 퍼져 있었다’고 진술하다가 특검 조사가 시작되자 일제히 ‘당시에는 몰랐다’고 말을 바꾸었다“고 일갈했다.

특검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2015년 1월 17일자 한겨레 기사를 제시했다. 한겨레는 해당일 [‘실세 의혹’ 정윤회와 최순실, 이들의 딸과 말의 비밀]이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같은날 증인으로 나온 이 상무가 한겨레 기자와 인터뷰를 한 기사도 같이 가판에 실렸다.

당시 이 상무는 [총수 문제 걸린 몇몇 대기업...승마협회 눈독 들이는 이유는]란 제목의 한겨레 기사에서 청탁 의혹을 제기하는 특검측에 “한화에서 도움 달라고 해서 승마협회 부회장 직을 수락한 것으로 그룹과는 관계 없다”고 일축했다.

이를 근거로 특검은 "이 상무가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확인하면서, 다른 면에 실린 [‘실세 의혹’ 정윤회와 최순실, 이들의 딸과 말의 비밀]의 한겨레 기사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이때부터 정유라씨가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임을 알고 삼성 측 지시로 승마지원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삼성측은 “해당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대부분 정윤회를 중심으로 쓰여져 있고, 최순실의 이름이 가십성 기사에 일부 언급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최순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상무는 “특검 조사에서도 2014년 11월 비선실세 의혹과 정유라 공주승마 논란이 있어서 정윤회의 딸 정유연이 승마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을 뿐,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로서 정유라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발언한 적은 없”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특히 이 상무는 2015년 7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측의 독대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정유라 승마지원이 일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승마협회 부회장으로 있는 최순실이나 정유라를 지원하려고 시도한 적은 일체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이영국이 승마협회에 재직하던 시기까지는 삼성은 최순실이나 정유라 승마지원을 위해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며 “최순실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고, 특검이 주장하는대로 2014.9월부터 부정한 청탁을 할 의도가 있었다면 그대로 방치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특검이 제시한 ‘승마중장기 로드맵’, ‘올림픽 지원 계획’ 등도 삼성이 아닌 정유라를 후원하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 협회 전무가 작성한 것으로, 삼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거듭 설명했다.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1차 지원에 대한 지시도 쟁점사항이었다.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가 이뤄지긴 전에 진행된 1차 영재센터 지원의 배후에 이목이 집중됐다. 영재센터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가 운영해왔다. 만약 독대가 이뤄지기 전에 삼성측에서 미래전략실 지시를 받고 영재센터 1차 지원을 했다면, 삼성전자와 청와대의 청탁 의혹을 해결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영재센터 1차 지원은 삼성전자가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부탁을 받고 1차 지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이 이영국 상무에게 전화를 한 직후인 2015년 9월 24일에서야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고 꼬집했다.

삼성 측은 “영재센터 1차 지원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의 지시를 받고 진행한 것”이다며 “장충기 사장은 2015년 7월 25일 삼성과 청와대 독대 이후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듣고 이영국에게 확인 전화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청와대 독대가 이뤄진 후에 2차 영재센터 지원은 장충기 지시로 이뤄진 것이 맞다고 했다.

이날 오전 공판은 삼성측에 유리하게 진행됐지만, 오후 공판은 이 전 상무의 진술 번복 등으로 삼성과 변호인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다만 이 전 상무는 진술 번복을 두고 특검의 과도한 조사 방식을 문제삼는 듯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 전 상무는 “검찰 조사 당시 독감으로 인해 몸상태가 좋지 않아 새벽 늦게 진행된 진술조서 확인 때 조서를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진술조서에 적힌 내용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고치려고 생각했으나 심신이 피곤해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진술조서를 토대로 이 상무가 당시 진술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특검의 1차 조서는 2017년 1월 3일 오후 2시부터 4일 1시56분까지 이어졌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고, 당시 이 상무가 독감에 걸려 있어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검은 “뇌물수수 경위와 개별면담 당시 상황, 부정한 청탁이 예상되는 이 부회장의 현안에 대한 인식 등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오는 6월 중순에서 말경에 출석이 예정된다.

18일 열리는 이 부회장의 15차 공판에는 최명진 전 국가대표 승마팀 감독과 이규혁 전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가 각각 오전 및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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